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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트라 Petra [Beat the System] (198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onathan David Brown

(1984/Starsong)





 


80년대 초반 페트라의 활동상을 말하자면 락으로의 태동기를 지나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렉 X 볼즈가 페트라의 리드보컬로 있는동안 그 궤도의 정점을 찍은 앨범으로 [Beat the System]을 빼놓을 수는 없죠.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새로 들어온 키보디스트 존 라우리의 영향입니다. 라우리의 영향력은 그저 그룹의 음악에 키보드의 느낌이 좀 강해졌다는 정도의 표현으로는 모자랍니다.



전체적으로 이 앨범은 80년대에 유행을 타고 돌았던 테크노 락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깁니다. 이 점이 키보디스트 라우리의 영향력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런 분위기로 만들어지려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구현과정에서 존 라우리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죠.


라우리의 일렉 사운드는 여러모로 기타보다 앞서 있고, 단순히 연주의 현란함 보다는 이펙트를 사용하여 곡의 진행에 굉장한 공격의 느낌을 부여합니다. 이를 제일 잘 엿볼 수 있는 것은 타이틀 곡인 "Beat the System"의 요란뻑쩍지근한 오프닝입니다.



앨범을 듣다보면 이런 느낌은 연주를 뛰어넘어 보컬에도 가미됩니다. 보컬 이펙트는 (제목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풀풀 흘러나오는) "Computer Brain" 같은 곡에서는 아주 노골적이죠.

여러모로 컴퓨터의 신세를 지는 음악을 만든 반면, 노래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비유는 기계적인 이미지에 반대되는 어조를 보입니다. 우선 전체주의에 대한 대항인 "Beat the System"에서 말하는 '전체'는 마치 컴퓨터, 혹은 컴퓨터로 인해 발전된 현대사회의 모습인 것처럼 보여집니다. 멀티비젼 앞에 서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자켓의 일러스트까지도 그런 느낌을 풍기죠.


"Computer Brains"에서는 획일화에 대한 비판을 똑같은 컴퓨터 두뇌에 비유하고 있고요. 적어도 [Beat the System]의 처음 두곡은 이런 면에서의 풍자가 아주 짙은데, 여기에 현란한 컴퓨터 사운드와 효과를 입히고 있다는 것은 재밌는 아이러니죠. 역시 풍자의 느낌이 강한 노래인 후반부의 "Witch Hunt"도 이런 사운드 효과에 힘을 입고 있습니다.



사실 이해할만 합니다. 80년대 미국 문화는 이런 유행의 물결에 완전 빠져있었죠. 갤러그, 패크맨같은 비디오 게임...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메이져 영화사들은 영화에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했었는데 그중엔 [트론](Tron)처럼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가진 영화도 있었어요. 이런 문화가 범람하는 동안, 영향을 받은 음반이 나온 것은 충분히 있을만하죠.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대중 문화가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유달리 구식처럼 보이는 것만큼 [Beat the System]도 지금의 관점으로 보자면 약간 우스꽝스럽습니다. [Beat the System] 이전의 앨범들은 분명 구식 올드락이지만 음악 장르의 순환에서 이런 올드락은 아직도 주류에 닿아 있기에 나름대로 클래식의 미덕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Beat the System]은 컴퓨터 효과를 이용하는 생경한 문화를 접한 뒤에 다소 황급하고 급진적인 느낌으로 앨범을 만든듯 하기에 너무나 '84년의 분위기'가 노골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옛 음악을 들으며 향수를 느낄 수 있기에 이를 꼭 단점이라고 말할 순 없죠. 게다가 페트라라는 그룹의 장기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바로 밥 하트만의 멋진 노래들이죠.


일단 세월이 평가한 명곡들중 상당히 많은 곡이 이 앨범에 있습니다. "Clean", "It is Finished", "Hollow Eyes", "Speak to the Sky" 그리고 "Adonia" 까지. 그외에도 "Voice in the Wind", "Witch Hunt" 역시 좋은 노래고요.

제가 지금 리뷰에서 언급하지 않은 노래는 예전에 나온 노래인 "God Gave a Rock and Roll to You"의 리메이크 한곡 뿐입니다. 결국 앨범 안의 10곡이 나름대로 엄청난 개성으로 포진해 있다는 의미죠.


또 음악 스타일이 주는 가속때문에 가사 안의 주제는 배로 힘을 얻고 있고요. 대중 사회에 대한 풍자라면 풍자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찬양과 인정은 찬양과 인정으로... 직접적인 가사든 우회적인 비유든 (그 비유조차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노골적인 직설로 보입니다) 또릿또릿하기만 할뿐입니다.


그렉 X 볼즈의 마지막 스튜디오 프로젝트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너무나 인상깊은 음반의 성격때문에 볼즈의 보컬은 그야말로 절정에서 뿅하고 사라졌다는 느낌까지도 듭니다.


물론 이듬해 나온 라이브 앨범에서는 이 앨범의 레퍼토리들을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확인작업도 해내죠. 이 라이브 앨범과 더불어 [Beat the System]은 80년대 중반 페트라의 절정기를 잘 만들어낸 앨범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