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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마이클 W 스미스 Michael W. Smith [Michael W. Smith 2] (198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ichael W. Smith

(1984/Reunion)





요즘의 기준으로 들으면 마이클 W 스미스의 두번째 앨범 [Michael W. Smith 2]는 정말 세월의 내가 푹푹나는 앨범입니다. 심지어 그의 데뷔작 [The Michael W. Smith Project] 보다 더 그런 느낌이 셀 정도에요.


그 이유는 일단 두 앨범간의 대조적인 분위기 때문입니다. 앨범 전체를 치장하는 키보드 사운드의 무게는 비슷하지만, [Project] 에서 보였던 몰아치는 듯한 속도의 스타일은 이 앨범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거든요. 아마 스미스의 디스코그래피상에서 제일 차분한 앨범으로 놔도 될거에요.



하지만 리듬감이 감쇄된 만큼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세련됨이 더 보이기도 합니다. 발라드 곡 특유의 특징 - 감정의 누선을 자극하는 멜로디가 아름다운 앨범이기도 하고요. 일단 타이틀 곡인 "A Way"가 그런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곡이죠. 이 앨범에는 메이저 코드의 진행을 보이면서도 듣는이를 아련하게 만드는 멋진 노래들이 종종 있습니다. "All I Needed to Say"나 "A Way" 같은 곡들이 여기에 해당되죠. 아직도 이 곡들의 일렉사운드를 제거하고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살려 리메이크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종종 한답니다.


곡들의 분위기가 노래의 가사에 맞는 우직함도 이 앨범에서는 잘 드러납니다. 고백의 노래인 "A Way"나 이별의 노래인 "All I Needed to Say" 의 애절하고 느린 멜로디가 가사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면, 종말의 때를 노래하는 "End of the Book" 이나 지친 현대인의 삶을 노래하는 "Restless Heart" 는 음모라도 어린듯이 축 가라앉은 단조의 멜로디를 입고 있고요. 제일 우스운 것은 확신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I am Sure" 와 "I'm Up" 의 단조로운 활발함입니다. 그외에 남는 곡들은 전형적인 워십곡과 연주곡들이니 모든 곡들이 가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곡에 대입시켰다고 볼 수 있죠.



그만큼 가사가 다루는 영역이 크로스오버의 기틀을 저변에 갖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아름다운 이별곡'인 "All I Needed to Say"의 애잔함은 88년 앨범인 [i2(eye)] 에 수록된 이별곡 "Pray for Me" 의 전신으로 택해도 될만큼,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전작인 "Friends"나 이후의 앨범들에서 이별의 아픔을 크리스천의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가사들을 계속 써왔던 것은, 언제나 좋고 좋은 일들만이 크리스천들의 생활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스미스의 혜안에 따른 것이겠지요.


물론 워십곡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차분한 분위기의 "Glorious Grace"와 발랄한 분위기의 "Hosanna" 두 곡 모두 이 앨범의 인기곡이었죠. "Hosanna"는 마라나타가 리메이크한 뒤로 오래동안 여러 교회의 애창곡이 되었고요. 스미스의 부인인 데비는 데뷔 앨범이후 작사로 참가하는 비중이 많이 줄었지만, 이 앨범의 워십곡들 작사에는 여전히 참여하고 있어요.


연주곡들은 그저 그렇습니다. 기량을 보여주는 곡정도라야 후반부의 "Wings of the Wind" 정도이고 중간의 "Musical Instruments" 는 그냥 interlude 수준의 짧은 곡이거든요. 데뷔 앨범에서 3곡, 이 앨범에서 2곡이 들어갔던 연주곡의 비중은 이후 앨범부터는 평균 1곡정도로 줄어들죠. 그건 스미스가 보컬의 비중을 조심스럽게 늘려가는 모습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보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역시 초창기 앨범답게 스미스의 보컬은 만년소년같은 느낌을 줍니다. 어색하긴하지만 오히려 이런 보컬이 수록곡들의 가사에 더욱 솔직하게 붙기도 합니다. 그래서 '희망찬' 분위기의 노래인 "I'm Up" 이나 "I am Sure" 같은 노래에 가서는 다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까지도 하고요.


오히려 세련된 보컬은 전작에 이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에이미 그래트와 당시 그녀의 새신랑이었던 게리 채프먼에게서 보여집니다. 일단 둘 다 노래를 무척 잘하는 사람들이니, 백업이나 듀엣의 수준이라해도 곡의 중간에서 듣는 이의 느낌을 확 잡아 끌어요. 하기야 이때만 하더라도 스미스는 그랜트와 비교하자면 한창 '이끌어줘야할 신인'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잘 만든 앨범입니다. 강렬한 사운드 부분의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이는 다음 앨범 [The Big Picture] 에서 완벽하게 해소되죠. 그 못지않게 발라드 싱글이 지니고 있는 세월불변의 파워만으로도 이 앨범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다만 앨범이 너무 소박하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긴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 앨범의 싱글이었던 "A Way"는 스미스의 노래중 최초로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곡입니다. 스튜디오 캠 수준의 화질과 조악한 특수효과로 치장한 '충격적인' 뮤직비디오였지요. 볼만한건 스미스의 멀티 키보드 시스템과 듬성듬성 나오는 게리 채프먼의 얼굴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턱수염도)


그래도 그 당시가 팝계에서 마이클 잭슨이 "Thriller"의 뮤직비디오로 주가를 올리던 때였기 때문에, 크리스천 계의 대표적인 남자가수의 뮤직비디오라면 역시 어느정도의 화면은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건데... 제가 너무 순진했었죠.


(2001/10)


PS: 스미스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상의 가스펠 부문을 첫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