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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트라 Petra [This Means War!] (198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ohn & Dino Elefante

(1987/Starsong)





오랜기간을 걸어온 락 그룹의 소위 '락큐멘터리'에서는 그들의 음악적인 향방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있는 시기를 몇번 감지할 수 있는데, 페트라에게 있어서 80년대에 새로운 출발을 하게 해 준 것은 아무래도 이 앨범의 전작인 [Back to the Street]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라 프로듀서와 메인 보컬이 바뀌었다는 구성면에서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Back to the Street]는 보컬인 존 슐리트와 새 프로듀서인 존과 디노 엘레판테 형제가 가세한 첫 앨범이었으니까요.


그러나 [Back to the Street]는 다소의 어눌함이 있었습니다. 슐리트의 보컬은 전임자인 그렉 볼즈의 그것과 확연히 틀림에도, 자신만만한 보컬의 분출보다는 의식적인 긴장감이 어려 있습니다. 멋진 발라드가 많았던 앨범이지만, 본격적인 비트있는 곡들에서는 이런 점이 더 두드려졌죠.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또 다른 기대치로 남을만 했는데, 그 첫째 이유는 존 슐리트의 보컬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새로운 멤버들과 더불어 80년대 락의 중흥에서 그들이 보다 폭발적인 무드를 탈 수 있는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응답은 곧이어 왔습니다. 2년 뒤 발표된 앨범 [This Means War!]는 한풀이라도 하듯 폭발적인 사운드를 구사한 앨범이니까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된 일렉 사운드와 샤우트 창법의 본령으로 들어가기라도 한 듯 슐리트의 보컬은 앨범내내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들려줍니다.


자켓 디자인도 독특합니다. [Beat the System]을 제외하고 그때까지 끊임없이 선보였던 '기타 전투기'가 아닌, 손으로 그려진 강렬한 느낌의 일러스트는 기타보다는 '검'을 강조하는 듯 했죠. 이런 이미지는 다음 앨범인 [On Fire!]로 이어지긴 합니다만... 아무튼 [This Means War]의 자켓은 분명 페트라의 자켓중에 발군으로 남을만 합니다.


이모저모로 실질적인 음악 전환을 한 앨범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라인업이 우리가 기억하는 [Petra Praise] 시절 이후의 멤버들로 모여있어 친근감도 더해지고요. 드럼에 루이 위버, 기타에 밥 하트만, 키보드에 존 라우리... 물론 베이스의 마크 켈리의 이름이 낯설 수 도 있지만, 전형적인 락커의 외모에 한등빨하는 그의 모습은 존 슐리트가 들어온 이후에도 한동안 팀의 간판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This Means War!]는 켈리가 참여한 페트라의 마지막 앨범이 되었습니다.)


솔로가 아닌 세션 드럼으로 마치 기선을 제압하는 듯한 느낌으로 앨범을 여는 오프닝 트랙 "This Means War!"부터 스피디한 "He Came, He Saw, He Conquered", "Get on Your Knees and Fight like a Man"까지 쉼없이 이어지는 락 무드는 마치 '이게 페트라의 노래다'라는 듯한 천명을 하는 느낌입니다. 10개의 트랙 중 숨을 돌릴만한 트랙은 "I am Availabe"이나 "Don't Let Your Heart be Hardened" 정도밖에 없고요. 발라드 싱글 두 곡은 지금에야 이미 고전으로 자리잡은 곡들이지만, 여타 앨범에 비해서 균형이 심하게 안맞을 정도로 부족하다는 느낌이 크긴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락 싱글들은 풍성함을 보여줍니다. 체감이 떨어질만한 중반부에 가서도 역시 명곡인 "You are My Rock" 이나 마지막 트랙인 "All the King's Horses" 같은 곡들로 필링의 극대화를 쥐락펴락하고 있고요. 페트라의 팬들이 92년 [Unseen Power]에서 느꼈던 폭발적인 락의 흥분이, 분명 87년에도 이 앨범을 통한 선례가 있었을겁니다.



아쉬움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강조된 일렉 사운드 때문에 앨범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차가운 느낌이 듭니다. 이는 이 앨범과 유사한 분위기였던 [On Fire!]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On Fire!]에서는 다소 해소된 느낌이나 [This Means War!]에서는 전후의 앨범들과 비교해서 이런 아쉬움이 더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I am Availabe"에서의 멜로디는 키보드 연주가 아니라 진짜 하모니카라든지 현악기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등의 가정이요...


또 곡의 분위기를 타는 밥 하트만 특유의 작사 때문에 가사들도 전체적으로 어그레시브한 느낌이 큽니다. 로마서의 전쟁선포 ('이건 전쟁이야!'), 주권자 되신 하나님, 진정으로 쓰임받는 주의 전사, 옛것을 몰아내고 새것을 입는 깨달음.... 앨범의 방향이 그렇게 잡힌 것이려니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Back to the Street]의 "Thankful Heart" 라던지 [On Fire!]의 "First Love" 같은 곡들을 생각하면 이것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짜릿함은 있지만, 깊은 감동이 부족하다는 의미지요. [Petra Praise 2] 이후의 어쿠스틱해진 최근의 면모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다른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앨범의 컨셉이 확실하게 잡혔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기억할만한 앨범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던 다음 앨범 [On Fire!]와 더불어 절정에 이르는 행보를 했던 페트라는, 그 이후 데이스프링으로 이전하여 90년대의 포문을 열고 당분간 끝나지 않을 중흥기를 맞이하죠. [This Means War!]는 그 중흥기의 서막을 연, 큰 의미를 갖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