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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러스 태프 Russ Taff [Medals] (198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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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Russ Taff & Jack Joseph Puig

(1985/Myrrh)






= 러스 태프의 85년 앨범인 [Medals]의 첫 트랙인 "Vision"을 듣고 있노라면 슬며시 웃음이 안나올 수 없어.



- 너무 촌스러워서?



= 후렴부인 "Vision-to belive in a brave new world"의 부분에서 꺽는 듯한 느낌의 익숙한 보컬기교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 80년대의 우리나라 팝 칼럼니스트들이 소위 '딸꾹질'이라고도 불렀고, 마이클 잭슨, 마돈나, 신디 로퍼 등 당대의 거물급 가수들이 종종 선보였던 이 보컬을 러스 태프의 음반에서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재미있거든.



- 그렇다면 태프가 당대의 거물들을 '감히' 따라했단 말이야?



= 왜 '감히'가 붙어야 하지? 태프라고 못할법 있나? 러스 태프는 모던 크리스천 음악의 기틀을 잡은 임페리얼스의 리더였고, 90년대까지 태프의 음반은 팝, 컨트리, 블루스 모든 영역에 큰 영향을 끼쳤어.



- 하지만 영향력만으로 대형가수라고 할 순 없지. 게다가 이 앨범이 나온 당시의 상황으로 보면 더욱 그렇잖아? 차라리 마이클 W. 스미스나 에이미 그란트가 더욱 그 자리에 어울릴 것 같은데...



= 마이클 스미스도 어울리는 가수는 아니야. 84년 [Michael W. Smith 2]로 그래미를 받긴 했지만, 그때까지는 아직 신인이었거든. 임페리얼스에서 역량을 쌓아온 태프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지. 에이미 그란트라면 가능하지. 실제로 85년은 에이미 그란트에게도 크로스 오버의 원년이 된 해였어.



- 크로스오버에 대한 가능성을 말한다면... 에이미 그란트의 앨범이야 납득이 가지만, [Medals]라는 앨범은 적어도 우리에게 익숙한 앨범은 아닌데.


= 하지만 크리스천 영역에서는 대단한 힛트 앨범이었어. 태프 자신에게 있어서도 솔로 데뷔앨범과 비할바가 안될 정도로 대단한 판매고를 올렸지. "Silent Love" 나 "I'm not Alone"같은 노래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태프의 대표곡이거든. 앨범이 익숙하지 않은건 시대와 나라가 틀린 탓에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제한적 이어서 그런것 뿐이야. 물론 크로스오버적인 성공을 한 앨범은 아니지. 하지만 같은 머 레코드사였으니만큼 에이미 그란트를 곁눈질하면서 만든 앨범이긴 했을거야.


- 그런가? 아무튼 90년대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러스 태프의 음악과는 꽤 차이가 나는데. 하긴 이 양반은 락성향에서 갑자기 블루스로 가고 그랬잖아? 음악적인 갈피가 좀 잘 안잡히는 사람이긴 했는데...


= 8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던거 같애. [Medals]는 이후에 나온 -태프의 걸작으로 꼽히는- [The Way Home]의 락 성향과도 많은 차이가 나는 전형적인 팝 스타일을 보이고 있거든. 하지만 스타일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들을만한 감질맛 나는 싱글들은 여전히 많아.



- 일렉기타를 들고 있는 자켓과는 좀 딴판이네.


= 차라리 이 앨범에선 키보드 연주가 오히려 두드러지는 편이지. 자켓 사진에서는 기타보다 오히려 그 콧수염에 더 눈길이 가지 않아?


- 흐, 정말 깨긴한다. 이래저래 좀 괴짜같아 보이는 앨범이긴한데... 의외로 노래의 메시지들은 진지한거 같애.


= 강렬함과 섬세함이 잘 배합되어 있지. 락싱글로 유명했던 "Not Gonna Bow"는 러스 태프판 'No Compromise'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강건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하면, "I'm not Alone"같은 곡은 외로운 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섬세한 메시지를 담고있고. 사실 골수 매니아라면 이 두 곡은 다른 추억으로 기억할 만한 노래야.



- 나도 대충 감이 온다. 옛날에 AFKN이었던 (지금은 AFN) 미군방송에서 주일 아침에 방송해주던 CCM 뮤직 비디오 프로그램에서 태프의 뮤직 비디오를 종종 본 기억이 나.


= 특히 'Real Video'라는 프로그램이 유명했지. 비디오는 86년에 나왔지만 워낙 당시의 비디오 소스가 희소했기 때문에 90년대 초까지도 나온 재방송분에서 이 뮤직비디오들을 종종 볼 수 있었어. "Not Gonna Bow"는 라이브 비디오였고, "I'm not Alone"은 컨셉트 비디오였지. 아무튼 꽤 자주 나왔던 기억은 나지?



- 잊혀지기에 아까운 음반인건 사실이야. CCM Books의 그레이티스트 음반 100선에도 36위로 꼽혀있던데?


= 실은 그 책을 읽고 기억이 나서 리뷰를 하는거야. 물론 그 책에선 [The Way Home]이 더 상위에 기록 되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음반이 더 맘에 들거든.


- 앨범의 지원군으로 가세한 사람들은 참 기라성같지만, 시대가 시대니만큼 지금 기준으로 보면 별로 감이 안오는데.


= 크리스 이튼이나 로비 부캐넌 정도가 반가운 이름이지. 하지만 그외에도 많아. 곡을 써준 진영에서는 제임스 홀리헌같이 태프의 오랜 동역자도 있고, 제임스 뉴튼 하워드같은 메인스트림의 장인, 팸 마크 홀같이 얼굴보기 힘든 가수들도 있거든.


- 그 영화 음악가로 유명한 제임스 뉴튼 하워드 말이야?


= 바로 그 사람이지. 참으로 의외이지 않아?



- 역시 아무리 감내하고 들으려고 해도 16년전 음반이 주는 옛날 느낌은 어쩔 수 없는데... = 그건 세월이 지날수록 악기장비나 연주의 테크니션의 변형이 심한 팝스타일의 특징때문일거야. 실제로 복고 락 장르였던 [The Way Home]같은 앨범은 요즘 들어도 별로 구닥다리 느낌이 들진 않거든. (그게 다시 요즘 유행이니까.) 하지만 [Medals]가 갖고 있는 획기적인 면모 -음악이든 기타등등이든- 때문에 분명 우리가 상기해 볼만한 앨범인건 사실이야.


- 앨범의 노래들이 좋은 것도 사실이지. "I Cry"같은 구슬픈 느낌을 주는 싱글들 을 여기서 종종 들을 수 있으니까.


= "Silent Love"나 "Here I am", "I'm not Alone" 같은 노래들이 모두 그렇지. 메이져의 코드 진행조차도 구슬프게 바꿔 버리는 태프의 보컬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 혹자는 처량하다고도 하지만 내 생각엔 이것도 재능인걸. 그 사람 매력 이기도 하고. 물론 [Medals]의 싱글들은 "I Cry"만큼 강한 인상을 주진 않지만, 이 곡들 만으로도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 나는 유쾌한 자켓 사진때문에도 너무 끌리는걸. 러스 태프의 이런 개구진 모습은 처음이야.


= 프론트 커버에 그 사진이 안나왔으니 안타까워서 우째?




(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