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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트라 Petra [Captured in Time & Space] (198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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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Jonathan David Brown

(1985/StarSong)







- 첫 라이브

[Captured in Time & Space]는 페트라의 첫 라이브 앨범입니다. 1985년에 있었던 'Beat the System' 투어 중 테네시 녹스빌, 남부 캐롤라이나의 그린빌과 콜럼비아에서 녹음된 실황인데, 놀라운 것은 이 3곳에서의 실황이 모두 3일동안 있었던 강행군이었다는 점입니다. 85년작이니 그들의 데뷔 13년 후에 만들어진, 그리고 해체 20년전에 만들어진 앨범이죠. 대략 활동기의 중간쯤이군요.


첫 라이브 앨범이라는 것 이외에도 많은 의의가 있습니다. 우선 리드보컬인 그렉 X 볼츠의 마지막 앨범이었죠. 오랜 기간동안 함께해온 프로듀서 조나단 데이빗 브라운과도 마지막 앨범이었고요. 물론 스튜디오 프로젝트로는 전작인 [Beat the System]이 마지막이었지만요.



짧지 않은 라이브는 거의 논스톱으로 흘러 갑니다. 그야말로 신명나는 수준에 이를만 하죠. 80년대 중반에도 이렇게 강렬함과 인상적인 느낌이 융단폭격으로 이어지는 음반은 흔치 않았을 거에요. 곡과 곡의 중간마다 멤버들이 직접 말하는 인트로 트랙들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나마 구분점이 지어지는 것은 앨범이 일종의 챕터들로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Beat the System]의 수록곡들 위주로 진행되는 전반부, 그리고 세 개의 메들리 (The Rock Medley, The Mellow Medley, The Praise Medley), 세션들의 솔로 파트, 후반부... 이렇게 나뉘어지죠.


이런 구성덕분에 그나마 긴 앨범 가운데서 더 많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좋긴 합니다만 메들리에 너무 무게를 뒀다는 생각도 듭니다. 백화점식으로 노래를 많이 듣는 것 보다는 한 곡의 노래의 감흥을 그대로 느끼고 싶을때도 있는 거잖아요.



사실 앨범의 백미는 그들의 힛트곡이 아닌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드러납니다. 각 세션들이 각자의 솔로를 들려주는 'Solo' 파트가 바로 그것이죠. 존 라우리의 키보드, 밥 하트만의 기타, 루이 위버의 드럼이 순서대로 현란한 연주를 보여주는데, 그 중 녹음과 믹싱,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만든 곡들을 들려주는 존 라우리의 실력은 정말로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입니다. 80년대 중반 페트라의 음악 스타일에 큰 변경의 축을 제공했던 세션이었던 그의 기량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각 세션들의 연주는 이 라이브에서 그야말로 커다란 '들을거리'를 제공합니다.


물론 그렉 X 볼츠의 힘있는 보컬과 곡의 중간에 뿜어져 나오는 선포의 메시지도 커다란 기둥을 이루고 있습니다. [Captured in Time & Space]는 단순히 페트라의 라이브 앨범일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때까지 불러왔던 곡들에 담긴 자신들의 사역과 소명의식에 대해 천명하는 선언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라이브 앨범이라는 특성을 통해 팬들과 이 선언을 함께 공유하는 거죠.



- 초판 & CD 리마스터링


수록곡들만큼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앨범입니다. 원래 이 앨범은 출반 당시 두 장의 LP(혹은 테입)로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두 장을 합쳤을 때는 전체 트랙이 80분이 넘는 대작이었고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LP와 테입 포맷은 모두 절판이 되었지만, 이후 리마스터링 붐에 편승하여 CD로 재발매 되었죠. 좋은 음질로 다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 하지만 사실 이 라이브의 CD 버젼은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이 큰 음반입니다.


우선 CD 한 장에 담느라 러닝타임의 한계인 74분을 넘기지 못했고, 그 덕분에 앨범의 후반부에 연주된 "The Great I am"이 누락되었어요. 아, 노래가 빠졌다니. 엄청난 치명타죠. 게다가 메들리로 편성된 곡들을 일일이 트랙으로 나누는 필요 이상의 배려때문에 CD의 전체 트랙이 무려 31곡으로 편성되어 버렸습니다.


그 구성은 일단 노래를 부르기전 멤버들이 말하는 'intro conversation'을 분리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노래가 시작되는 경우는 좀 신경이 쓰이지만, 나름대로 '음악만 감상' 하려는 취지로 보자면 괜찮기도 하죠.


하지만 세 개의 메들리 파트에 수록된 노래들을 모두 분리시킨 것은 정말 필요없는 배려였습니다. 일단 메들리이니만큼 곡들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편인데, 그걸 무리하게 나눠놓는 바람에 따로 떼여진 트랙들의 의의가 별로 없어요. 메들리다 보니 각 노래들이 1분도 안넘거든요.


총체적으로 산만한 분할 작업입니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트랙분할이니 뭐니 신경 쓸 것 없이 그냥 한 장의 앨범으로 쭉 감상하는게 최고인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앨범들을 그런 식으로 감상하는게 최고다라고 생각하지만 이 앨범은 특히 더 해요.



하기야 재편성된 구성때문에 앨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죠. 팀 사역의 정리는 물론이고 하나의 라이브 앨범으로 본다해도 여러모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앨범입니다. 그 역동성과 라이브 무대에 담긴 힘은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거든요.


(2006/02)


PS 1: 수록곡 정리와 엔코딩 하기에 제일 빡쎘던 앨범 같습니다. 옆에 송 리스트 보세요. 이 음반은 원래 CD를 엔코딩할때 정보를 받는 CDDB의 리스트도 엉망인 앨범이었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요청으로 수정되었죠. 지금 이 CD를 CDDB로 검색하면 제대로 된 목록이 나옵니다. 자켓 뒤에 있는 송리스트 역시 믿을게 못됩니다. 시간이나 순서가 모두 엉망이에요.


PS : 이번 리뷰의 정보는 최고의 페트라 팬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Petra Rocks My World (http://petrarocksmyworld.com)' 에서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 곳의 운영자인 조쉬 리나우드는 누락된 곡인 "The Great I am"에 대해 언급하면서 친절하게도 이 곡의 MP3 링크를 걸어놨습니다.


"The Great I am" (오른쪽 버튼 클릭후 '다른 이름으로 대상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