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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The Prince of Egypt -Inspirational] (199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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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David Thomas, Les Pierce, Buster & Shavoni, Jimmy Jam, Terry Lewis, Fred Hammond, Bebe Winans, Boy II Man, Bryan Lenox, Carman, Donnie McClurkin, Kirk Franklin, Mark Hudson, Toby McKeehan, Kevin Bond, Shirley Caesar
(1998/DreamWorks)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월트디즈니에서 쫓겨난 제프리 카첸버그, 종합 미디어 회사인 게펜의 총수인 데이빗 게펜이 드림웍스라는 회사를 창립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죠. 이들이 만든 첫 영화는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97년작 [피스메이커] ([The Peacemaker]) 였지만, 회사창립후 제일 먼저 염두에 뒀던 영화는 바로 애니메이션인 [이집트 왕자] ([The Prince of Egypt]) 였습니다. 출애굽기만큼 드라마틱하고 스펙타클한 소재는 찾기 힘들다는 이유때문이었지요.


영화는 꽤나 각고 끝에 나왔습니다. 나중에 기획된 3D 애니메이션인 [개미] ([The Antz]) 보다도 나중에 나왔지요. 이는 그만큼 드림웍스 3인방의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는 일종의 증거였습니다. 영화는 98년 겨울에 엄청난 홍보와 함께 개봉했습니다.


많이들 아시리라 생각되지만, 이 음반을 얘기하는데 있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불가피해요. 우리나라 개봉작이기도 하고요. 영화의 흥행성적과 평론은 그저 그랬습니다. 둘 다 나쁘지는 않은, 그러나 엄청나지도 않은 정도였어요. 드림웍스는 실망이 컸겠지만, 기독교인들로서는 성경의 내용을 다룬 애니메이션이 일반 영화계의 추진력을 입어 제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로왔던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있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디즈니의 상업적인 마케팅에 반발이라도 하듯, 드림웍스는 일반 마케팅을 통한 캐릭터 상품 구축보다도 사운드트랙에 무게를 실기로 했던 것이죠. 그 결과 3종류의 사운드트랙 동시출반이라는 이례적인 이벤트가 일어났고요. 물론 영화의 성격상 이 앨범들에는 대규모의 크리스천 가수들이 참가했었습니다.



우선 [Original Soundtrack] 이 있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함께 불러 화제가 되었던 "When You Believe"를 비롯해, 보이즈 투 맨, 에이미 그랜트 등이 참가했었죠. 하지만 이 앨범은 극중 영화음악 즉 스코어 앨범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제일 보편적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었던 셈이죠.


그외에 [Nashville], [Inspirational]이란 부제가 붙은 두장의 사운드트랙이 더 출반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Nashville]은 내쉬빌 진영의 컨트리 가수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컨트리 앨범이었고, [Inspirational]은 우리가 알고있는 인스퍼레이셔널 음악 - 그러니까 MOR (Middle of Road : 정통찬양과 팝의 중간) 계열의 음악이 아닌 말 그대로 '영감의 음악'을 담은 앨범이었습니다.


[Nashville]이 타이틀의 의미를 반영하는 컨트리 음악들로 구성된 반면에, [Inspirational]은 제목과 무관하게 장르상으로는 별 구분이 없는 짬뽕 앨범이 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크게 두줄기의 장르로 나뉘는데, 하나는 와이넌스 남매, 커크 프랭클린, 프레드 해먼드, 셜리 시져등으로 대변되는 가스펠 장르의 음악, 또 하나는 자스 오브 클레이와 디씨 토크로 대변되는 모던락 장르의 음악이었습니다.


물론 이 '두 장르만' 수록된 점은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습니다. 팝분야의 백인보컬이 참가하지 않은 것도 나름대로 구성상의 결단에 속한듯 해요. 아마 에이미 그랜트가 [Original Soundtrack]으로 옮겨간 것도 이런 특화성 때문일지도 모르고요. 예, 물론 카맨이 있긴하죠. 하지만 카맨은 이 앨범에서 가스펠 콰이어 흉내를 내기 때문에 보편적인 팝스타일의 백인음악을 불렀다고는 못쳐주겠군요. : )



약간 툴툴거리는 어조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 앨범은 훌륭합니다. 뭐가뭐든 크리스천 음악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이들을 한데 모은 이 응집력은 역시 여느 기획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 상태에서 보이즈 투맨이나 브라이언 맥나이트, 도니 맥클러킨같은 일반 음악계의 싱어들까지 가세했고요.


18개의 트랙중 간주에 속하는 세곡의 트랙을 제하더라도 15곡, 그 중에 모던락 계열 스타일의 음악은 2곡뿐이니 이 앨범은 실상 가스펠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자스 오브 클레이의 "Everything in Between", 디씨 토크의 "My Deliverer"는 앨범의 부록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더군다나 앨범의 후반에 두 곡이 달랑 붙어있거든요.)


그럼에도 이 모던락 계열의 음악들은 괜찮습니다. 그들의 스타일 특성도 잘 나타냈고요. dct의 "My Deliever"는 이 앨범 바로 전해에 타계한 리치 멀리스의 유작을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진귀한 의의로 남기도 합니다.



그러나 앨범 전체를 압도하는 분위기는 역시 블랙 가스펠 가수들이 더 발휘합니다. 테이크 식스의 보컬 테크닉, 보이즈투맨의 수려한 발라드가 보컬팀의 장기를 발휘하는 동안, 비비와이넌스와 시시와이넌스는 모던 가스펠 보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프래드 해먼드와 래디컬 포 크라이스트가 보컬 앙상블로 단조롭고도 고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면 트리니티 5:7 과 커크 프랭클린은 보다 더 현대적인 사운드를 보여주고요.


두번째 간주 이후로 넘어간 뒤에는 도니 맥클러킨, 크리스천, 브라이언 맥나이트, 타이론 트리벳같은 가수들이 등장하여 마치 고수들의 경연장같은 솔로보컬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게다가 각 가수들이 신구를 오가는 듯한 독특한 장르들을 넘나들기에 더욱 들을만하고요. 특히 맥나이트나 맥클러킨은 솔로보컬의 잇점을 더욱 두드러지는 곡들을 선보입니다.


이 보컬 시리즈의 말미에는 위에서 얘기했던 모던락 그룹들이 등장하고요. 그리고 그 대미에는 셜리시져의 웅장한 "Moses the Deliverer"가 있습니다.


카맨의 "God will Take Care of Me"는 약간 어눌하긴 하지만, 곡의 후반부에서 가세하는 콰이어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가스펠 넘버들의 흐름에 무리없이 영합합니다.



영화의 테마를 맞춘듯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몇몇곡은 출애굽 사건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함께 민족의 구원이라는 대사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고요. 이 테마를 고려하면 가스펠이 앨범의 주종을 이루는 스타일인 것도 이해가 갑니다. dct 와 Jars의 두 곡도 이런 테마를 담고 있지만 샤우트한 창법에 의해 어필되는 가스펠 싱어들에 비해서는 웬지 가사와의 맞물림이 좀 어색한 구석이 있거든요.



기획력과 홍보가 앨범을 앞서가는 구석이 없지 않아 있지만, [The Prince of Egypt] 시리즈는 훌륭한 앨범입니다. 상업적인 면면에 대한 투덜거림을 갖는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아티스트들을 한데 만나기는 분명 쉽지 않을테니까요.


더군다나 출애굽이라는 영화의 줄거리가 앨범을 위한 테마의 활로까지 제공해준 상태이기 때문에, 각각의 곡들이 제각기 프로듀싱된 부산한 상황속에서도 곡들은 확실한 위치를 잡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앨범이었어요.


(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