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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어노인티드 Anointed [Anointed]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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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Mark Heimmerman, Keith Crouch, Tony Rich, Chris Harris, Kern Brandly, Wayne Tester

(1999/Myrrh)


어노인티드가 1993년 첫 앨범 [Spritual Love Affair] 를 발표 했을 당시만 해도, 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역은 정통 R&B 나 블랙 가스펠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앨범 [The Call] 에서 사정은 달라졌죠. 이 앨범 이후의 상업적인 성과는 어노인티드를 커트 카 싱어즈 라던지 두티 피플스 같은 팀이 아닌, 디씨 토크나 퍼스트 콜과 같은 팀과 비교되는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성과가 있도록 한 것은 무엇 보다도 멀티 프로듀서 체제에 힘입은 그들의 음악적인 차별화 였습니다. 마크 하임머맨을 위시한 모던 사운드와 가스펠의 만남은 새로운 스타일을 창출했고, 이를 커버하는 (당시의) 4인방 보컬 체제는 음악 스타일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죠. [Anointed] 는 [The Call] 이후 4년만의 앨범입니다.


[The Call] 의 다음 앨범인 [Under the Influence] 가 나온 96년 까지의 기간은 어노인티드의 최대 위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매리 틸러가 매니져와의 불화로 인해 팀을 떠났기 때문이죠. 크로포드 남매와 월스는 틸러의 탈퇴 이후에도 잽싸게 트리오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지만, [Under the Influence] 는 전후 사정때문에라도 삐걱거릴 수 밖에 없는 앨범이었습니다. 게다가 [Under the Influence] 는 꽤 괜찮은 앨범이었음에도, [The Call]의 후광효과 때문에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진 못했지요.


99년 새 앨범 [Anointed]는 약간의 여유를 두고 나왔고, 마크 하임머맨과 크리스 해리스에 이어서 토니 리치와 키스 크라우치 등을 멀티 프로듀서 체제에 가세 시켰습니다. 토니 리치는 마이클 볼튼, 아론 네빌의 프로듀서였고, 크라우치는 브랜디나 보이즈 투맨의 프로듀서였죠. [Anointed] 는 프로듀서의 네임 밸류로 따지자면 정말 무시무시한 앨범입니다. 이 앨범에 공식적으로 참가한 프로듀서는 모두 6명입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요?


[Anointed]는 어노인티드 최고의 힛트작인 [The Call]의 맥락을 쫓는 앨범은 아닙니다. 오히려 [Under the Influence]에 더 가까운 앨범으로 만들어 졌어요. 프로듀서들의 수완 좋은 재단 솜씨는 [Anointed]를 품격 있고 세련된 앨범으로 만들어 냈지만, [The Call] 처럼 폭발적인 보컬과 블랙 가스펠이 갖고 있는 파격적인 코러스의 외침 보다는 차분한 보컬의 섬세함이 더 두드러지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완곡히 말하면 앨범이 너무 심심합니다.


신나는 레이브 팝 사운드의 "Revive Us"와 연이은 차분한 발라드인 "Godspot"의 대비는 멋집니다. 각개의 싱글로도 들을만 하고요. 하지만 "Godspot"를 지나 "Take it Easy", "Love by Grace"를 이어가는 발라드의 연이어짐은 앨범을 충분하게 루즈한 분위기로 만듭니다. 물론 이 발라드들의 이어짐에 있어서도 "Godspot" 같은 경우에는 스티브 크로포드의, "Love by Grace" 에서는 다드라 크로포드 그레이트하우스 (다드라는 스티브의 누나이자 그레이트하우스 부인입니다) 의 솔로가 빛을 내는 각기 다른 보컬의 연속을 배치함으로서 색채를 다르게 하고 있지요.


이런 부분은 좋습니다. 하지만 어노인티드의 강점은 각기 다른 보컬들이 빠르고 강한 사운드 안에서 계산된 듯한 화음과 애드립을 맞춰 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모던 R&B 그룹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점이기도 하지만, 어노인티드의 경우에는 혼성 보컬이고 또 음악들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와 차별이 되었죠. 그런데 [Anointed] 에서는 그것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는 여러명의 프로듀서가 모인 것도 맹점이 아니었나 하는 추측도 해볼만 합니다. 각개적인 싱글들을 녹음할때는 나름대로의 섬세함과 조정을 가해 곡을 세련되게 만들었지만,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를 감지 하는데는 실패 했다는 거죠.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을 이 가능성에 대한 책임은 노래를 부른 어노인티드의 멤버들에게 제일 클 것 같습니다.



하지만, [Anointed]가 어노인티드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의의가 있다면 오히려 차분한 사운드의 곡들이 각개적으로 꽤 괜찮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느리고 차분한 곡들 중에서도 각 보컬의 리드 이외에도, 언제나 그들의 앨범에서 강점이었던 프로그래밍과 연주들은 특별한 느낌들을 부여합니다.


"Head above Water" 라던지 "Anything is Possible" 에서는 [The Call] 에서 "Send Out a Prayer" 같은 곡의 의식했을 어쿠스틱 사운드나 독특한 디스토션의 연주가 돋보입니다.


또, "Must Have been Angels"나 "Love by Grace" 같은 곡은 AC 스타일의 보컬 리딩이 두드러지는 감칠맛도 충분히 내재하고 있고요. [Anointed] 는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딱 떼내어서 듣는다면 모든 싱글들이 대체적으로 큰 만족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앨범 입니다. 하지만 보컬'팀'으로서의 어노인티드의 색채는 이 앨범에서 많이 희석 된 것이 사실입니다.
 

가사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직설적인 신앙의 고백에서 부터, 왜곡된 신앙에 대한 풍자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Ooh, Baby" 에서는 각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연인들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가사들이 쓰여져 있기도 합니다. 최초의 소절에서 니씨 월스 알렌은 자신의 남편인 윌리암 월스 쥬니어의 이름까지 가사중에서 거명하지요. 멋진 곡입니다.



[Anointed]를 힛트 싱글에 의한 파워에 크게 의지하는 앨범이라고 예상한다면, 그 싱글은 당연하게 "Revive Us"가 될 것입니다.


이 곡은 폭발적이고 직설적이며, 신나면서도 너무나도 어노인티드다운 곡입니다. 앨범 중에서 제일 큰 무게를 갖고 있는 이 곡의 관성때문에라도, 아마 이 앨범은 오래동안 주목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어노인티드가 [The Call]에서 보여주었던 개성을 다시 발하기 위해서는 뭔가 더 궤도수정이 필요합니다.


수미쌍관 식으로 배치되어 있는 "Revive Us" 의 'Urban Remix' 는 단순히 연주나 믹싱의 변조가 아니라, 코드를 아예 다른 분위기로 바꿔 부른 곡이라는 점에서 새로움을 더 합니다. 원곡에 없는 중간의 랩도 멋지고요. 이 곡 또한 어노인티드 답네요.


(199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