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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웨이팅 The Waiting [Unfazed] (199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ent Milligan, Jim Cooper, Brian McLeod

(1998/Sparrow)




- 인디펜던트 당시의 음반으로 주목을 받은 신인들이 메이져 데뷔 음반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를 최근에 워낙 자주 본지라, 이런 현상이 아주 일반화 된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신인들의 데뷔는 음반사나 가수들 본인에게 있어서 살얼음을 걷는 것과도 같습니다.



웨이팅은 그 좋은 예입니다. 독립 레이블 시절당시 발표한 [Tillburry Town] 으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4년뒤에 나온 메이져 데뷔 음반인 [Bluebelly Sky]는 별로 성공한 앨범이 아니었죠. 이 앨범이 나올 즈음 [Jars of Clay]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온갖 화제가 편향되어 쏠리면서 이들의 데뷔 앨범은 그냥 심심한 이슈만으로 접혀 졌습니다.


레이블 안에서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메이져 데뷔 당시 같은 R.E.X 소속이었던 식스펜스 넌더리쳐가 같은 해에 [This Beautiful Mess]를 발표하며 대 성공을 거둔지라 이래저래 상대적으로 시기를 잘 타지 못한 셈이죠.




각개적인 평가로 따진다면? 글쎄요. [Bluebelly Sky]는 꽤 괜찮은 앨범입니다. 웨이팅이 갖고 있는 음악적인 색깔을 그대로 갖고 있는 앨범으로 만들어 졌어요. 칭찬이라면 칭찬이고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겠지만, 이들의 세 장의 메이져 앨범들은 음악적인 기복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더 많이 들려질 수 있는 루트가 다른 화제들에 눌려 봉쇄되었던 셈이죠.





- 그런 연유에서 만개한 97년의 [The Waiting]은 대 힛트였죠.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된 적이 있는 이 음반은 평단과 상업적인 성공 모두를 거둬 들였습니다. 게다가 특별한 기복없이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고수하며 거둬들인 뒤늦은 인정은 전작을 많이 알리지 못한 아쉬움을 상쇄할 여지까지 마련해 주었죠.


아무튼 [The Waiting]은 별다른 기대없이 의외의 새로움을 안겨주며 등장한 앨범이었습니다. 그러나 [Unfazed]에서는 사정이 틀려졌죠. 이들의 음악은 이제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 졌습니다.




- 나온지 1년도 넘은 이 앨범의 현재 스코어는 아주 좋은 편입니다. "Unfazed"가 발매 첫 달에 라디오 차트 1위를 차지했고, "I Am"과 "So Much of Me"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듯 하네요.


[Unfazed]는 웨이팅이 보여온 음악 스타일의 전형적인 연장선상에 놓인 앨범입니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은 브래드 올슨의 보컬이죠. 맹한듯하면서도 뚜렷한 색채를 내는 올슨의 보컬은 웨이팅의 음악을 정형화 하는데 있어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과 달리 세 명의 프로듀서들이 덤볐다는 사실도 이 앨범에서는 별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제작자라기 보단 그냥 서포터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요. 사실 브렌트 밀리건을 제외한 두사람은 프로듀싱으로 자주 등장한 사람들도 아닙니다. 오히려 짐 쿠퍼 는 페트라의 키보디스트였다는 경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결국 앨범에 담긴 음악들의 많은 부분이 웨이팅 자신들의 스타일로 귀결됩니다. 그들의 팬이라면 이 앨범을 여전히 반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연주 스타일이나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서 [The Waiting] 에서 보여졌던 독특함 보다는, 모던 락 그룹들이 삼고 있는 디스토션 연주나 어쿠스틱 사운드등의 전형성을 더 많이 수용했다는 점이 '굳이 들자면 들춰낼 수 있는' 차이점입니다.




- 하지만 [Unfazed]의 결정적인 메리트는 바로 괜찮은 노래들입니다. 이 앨범에 작곡/작사로 가세한 멤버들은 그야말로 대 군단 들입니다. 그 리스트만 봐도 숨이 버거울 정도에요.


프로듀서 세 명은 물론, 리더인 브래드 올슨, 벤슨사에서 활동해온 작곡가/프로듀서인 빌 바움거트 (바움거트는 이 앨범의 숨은 공로자입니다.), 또 프로듀서로 전향한 데이빗 리첸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페트라에 '잠시' 머물렀던 이쁜 기타리스트 정도로 기억하지만, 리첸스는 분명 뛰어난 연주자이자 작곡가/프로듀서 입니다. 그가 프로듀싱을 맡았던 그룹인 리얼리티 체크를 생각해 보세요.), 웨이팅의 전 앨범의 프로듀서였던 스티브 힌달롱, 뉴스 보이스의 멤버였던 조디 데이비스 까지!


작곡가들이 대거 투입되었다고 해서 노래들이 모두 괜찮으란 법은 없죠. 하지만, 모두 괜찮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리고 [Unfazed]는 후자에 속하는 앨범입니다.




- 하지만 웨이팅의 음악 스타일이라던지 올슨이 처리하는 보컬의 타입이 라우드한 부분이 없고 전형적인 아메리칸 락 스타일의 흐름을 타고 있기에 음악적인 기복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작곡 군단들의 네임 밸류를 보면 어마어마한 앨범이 될것 같았지만 정작 앨범 자체는 아주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여기에는 웨이팅이 고수해온 음악 스타일을 통한 필터링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리더와 서포터의 궁합이 잘 맞은 셈이라고 할까요.




- 따라서 [Unfazed]는 굳이 차트의 수위를 차지한 곡들만을 보지 않더라도 전반적으로 추천할 만한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래들에서 발라드와 락 싱글의 경계가 뚜렷하지도 않으니, 곡 하나를 떼어서 감상하더라도 각 노래들의 무난함은 앨범의 기저를 계속 따라가게 됩니다.


이런 무난함이 앨범을 지루하게 만드는 치명적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Unfazed]는 이런 위험성을 교묘하게 피했습니다. 웨이팅의 이 세번째 앨범은 정말 잘 만든 앨범이에요. '잔잔한 감동'이란 표현에 적합할 만한 앨범을 찾는다면. 이 앨범만큼 적당한 앨범이 없을 겁니다.


다만 다음 앨범에서는 뭔가 다른 색채를 보여주었으면..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무난함을 강점으로 삼는 그들이지만, 이것이 지 속되면 그 강점마저도 희석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지요. 흐으.. 팬들이란 언제나 이렇게 성가신 존재랍니다.




(199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