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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미셀 툼즈 Michelle Tumes [Listen] (199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Charlie Peacock

(1998/Sparrow)




스타일이 창출 되는 동기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중에 영화 사운드 트랙도 무시할 수 없지요. 98년 국내에도 개봉 되어 지울 수 없는 영영한 자취를 남긴 '타이타닉' 덕분에 'Celtic Sound'와 'New Age' 장르가 뒤늦게 화제의 물망에 올랐습니다. 아무튼 락의 중흥기니 뭐니하는 이야기 뒤편에서 잔잔하고 평온한 음악들이 나름대로의 입지를 잡기 시작한 건 사실입니다.


미셀 툼즈의 첫 앨범 [Listen]은 이런 스타일을 완전히 전면에 표방하고 등장한 앨범입니다. 화이트 톤의 자켓에 흰 원피스를 입은 툼즈의 아름다운 모습은, 앨범 커버만 봐도 안에 들어있는 음악이 어떤 스타일일지 짐작하고도 남게 합니다.



그러나 [Listen] 은 자켓 등에서 주어지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음반입니다. 툼즈가 직접 자작곡한 11곡의 노래들은 분위기 조성의 수완으로만 만들어지는 뉴에이지 사운드와는 천차 만별의 차이를 보입니다. [Listen]의 수록곡들은 곡의 흐름과 진행에 있어서 편곡과 악기, 그리고 보컬의 배합이 너무나도 잘 맞습니다.


그 흐름의 배합이 너무도 절묘하기에 심지어는 외부의 드럼 리듬이나 사운드 이펙터를 틀어 놓은 다음에, 그에 맞춰서 작곡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툼즈가 제이키 벨라스퀘즈의 데뷔 앨범에 헌사했던 "If This World"의 분위기는 잊어도 될 듯합니다. 그 곡은 벨라스퀘즈를 위해 재단된 노래이니까요. 굳이 들자면 그 다음 셀프 타이틀에서 써 주었던 "You"가 오히려 툼즈의 스타일에 더 가까워요.


[Wow 1999]에 실렸던 "Healing Waters"는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 제일 AC에 가깝게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제일 보편적이고 툼즈의 앨범이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곡이죠. 그러나 오프닝인 "Listen" 같은 곡은 오히려 고풍적인 느낌이 더 살아 있는 독특한 곡입니다.


이런 프로그레시브한 분위기와 대중적인 AC의 가교에 놓을 수 있는 싱글들 "Feel", "Christ of Hope", "Please Come Back" 등은 앨범의 뼈대를 이루어 갑니다. 그리고 "My Constant One" 에서는 약동하는 듯한 빠른 리듬감으로, 그녀의 개성을 더 잘 살리고 있고요.



[Listen]을 들으면서 '자연'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분명 건성으로 감상을 한 사람일 겁니다. "Listen"의 고풍스런 분위기, "My Constant One"에서의 약동하는 분위기, 심지어 "Untamed Lion" 같은 곡에서는 아예 제목 자체가 자연이니.. ^^;


이는 호주의 해변가에서 모래사장, 파도, 뱃사장의 돌멩이들, 그리고 피아노를 친구 삼아 자라온 툼즈의 어린 시절을 여실히 반영하는 느낌입니다. 툼즈의 음악들은 단순한 기교나 음악적인 지식만으로는 절대로 쓰여질 수 없는, 너무나도 진한 감성으로 똘똘 뭉친 곡들입니다.



찰리 피콕이 이 앨범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가세했는지 궁금하군요. 다양한 스타일을 커버하는 그의 프로듀싱이지만, 이 앨범은 그가 프로듀싱한 그 어느 앨범과도 다릅니다. 지금 피콕은 오디오 아드레날린의 다음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있습니다. 오디오 아드레날린과 미셀 툼즈. 상상이 갑나요?


필연적인 구분을 해야한다면 역시 이 앨범의 수완은 툼즈의 손으로 더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Healing Waters"는 찰리 피콕이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백 보컬로 참가한 곡입니다. 피콕의 보컬이 이 앨범과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도 가졌지만...역시 어울릴만 한 부분에 나오는군요. :)


툼즈의 첫 앨범 [Listen] 은 완벽한 성공작입니다. 도브상의 신인상 후보에서도 유력했었죠. 하지만, 불랩 투 캐쉬미어와 제니퍼 냅과의 삼파전에서 아무래도 데뷔 기간이 제일 긴 냅의 수상은 어느정도 예측 되었기에 그리 불공평한 상황은 아니었고요.


(게다가 도브상의 신인 부문은 더 이상 '군계일학'에게 주워지는 시상이 아니라, '군계다학' 중에서 '봉황'을 뽑는 치열한 부문이 되어버렸으니까요. ^^; )



자,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앨범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에 이어 툼즈의 다음 앨범에 대한 걱정이 한편으로 됩니다. 인터뷰에서도그녀 자신이 종종 말했듯이, [Listen]의 곡들은 그녀가 오랜 기간동안 써온 노작들이었습니다. 과연 그런 역량들을 다음 앨범 발표까지 다시 발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첫번째 앨범에서 같은 만족감을 위해 두번째 앨범까지 상당한 기간을 기다려야 할까요?


흰 옷을 입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미셀 툼즈는 [Listen]을 통해 자신의 개성적인 음악을 각인 시켰습니다. 그럼에도 팬들이 바라는 것은 고착된 이미지의 전개 보다는, 그 이미지를 토대로 한 새로운 변주일 겁니다. 툼즈가 이 부분을 훌륭히 이뤄낼지는 좀 기다려 봐야 겠지요.


알아요. 팬이라는 권세로 너무 성가신 기대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하긴, [Listen]을 듣고 있는 현재의 심정은, 그녀가 치과 의사 대신 가수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군요.


(요즘 빌리 헌의 표정이 궁금하네요. 최근의 스패로우는 그야말로 '슈퍼 레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툼즈는 그들 중 원더우먼인 셈이죠.)


(199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