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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아웃 오브 더 그레이 Out of the Grey [Remember This : The Out of the Grey Collection] (199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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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Chaelie Peacock, & Out of the Grey
(for new recordings)

(1998/Sparrow)


컬렉션 앨범이니 많은 이야기가 나올만한 리뷰는 아닙니다. 하지만 작년에 나온 이 컬렉션을 들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수록곡들을 보며 아웃 오브 더그레이의 창창한 디스코그래피들이 떠오르는 것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들 말이에요. 이거 이슈란에 써야하는 글을 리뷰란에 쓰게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OOTG 는 1991년 첫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같은 레이블인 스패로우에서는 수잔 애쉬턴이 같은 해에 첫 앨범을 발표했고요. 이 신인들.. 물론 지금은 한 자리를 하고 있는 중견들이 되었지만, 이들의 장래성은 스패로우 진영의 자체에서도 당시에 크게 느끼고 있었던거 같아요. 그 근거로...


지금이야 없어졌지만, 이 두 팀의 음반은 발매 당시 개런티 제도-다시 말해서 앨범의 음악에 만족하지 않으면 같은 가치의 음반으로 교환해주는 제도의 샘플로 내세울 만큼 자신만만한 카드였습니다. 신인한테 이런 대우를 한다는 건 대단한 관례였죠.



데뷔 동기이고...데뷔 당시의 이런 일화때문에, OOTG 와 수잔 애쉬턴의 행보는 제 기억에서 계속 묶여져서 생각 되었어요. 그러나 95년 애쉬턴이 컬렉션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런 묶음 연상이 깨졌죠.


아직도 데뷔 4년차에 컬렉션을 낸 것은 저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중 하나입니다. 뭐 겸사겸사 신곡을 빨리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겨우 앨범 세 장을 다시 컬렉션으로 쑤셔 넣는 작업은 별로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올해에는 클레이 크로스가 애쉬턴의 경우와 똑같은 일을 했죠. 데뷔 4년차에 앨범 세 장 내고 컬렉션 발표. 모르겠습니다. 미국에도 삼세번의 전통이 있어서 세 장 내면 일단 한번 쉬고 가야하나요?



역시 정통인 것은 10년차의 컬렉션입니다. 보편적이고요. 하지만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에요. OOTG 의 컬렉션 [Remember This] 는 첫 앨범 이후 7년만에 나온 컬렉션입니다. 그동안 5장의 앨범이 발표 되었고요. OOTG 의 역량이라면 10주년 기념 앨범을 기대해 볼만도 하지만, 5장의 앨범 컬렉션은 그런대로 만족스럽군요.


사실 이 부분에서 앨범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과, 아예 이 팀에 대해서 거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관점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솔직히 새로 취입된 신곡에 더 관심이 있을테고, 후자의 경우라면 그들의 노래를 새로 접하는 또 다른 기대가 있겠지요. 자, 형평성을 생각해서 앨범 이야기로 가야겠군요.



[Remember This] 를 듣는 이들 중 골수팬이 아닌 사람이라도 이들의 음악에 대해서 충분히 느껴질만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7년의 간극 동안에도 이들이 음악적인 면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이 일관된 색채를 나타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감칠맛 나는 음악들이 언제나 평균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다는 의미인데 (앨범들이 언제나 좋은 평을 얻었으니까), 이런 느낌을 갖게될 만한 음악성은 참으로 쉽게 만나기 힘든 거 같아요.


90년대 초반, 투 하츠, 안젤로 베로니카 등 여러 부부 듀엣들이 생겨났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부부 듀엣이 OOTG 뿐이라는 점을 보면 이런 느낌이 더 실감 납니다.


이런 개성의 전면에 크리스틴 덴테의 보컬, 그리고 스캇 덴테의 뛰어난 연주가 포진하고 있다는 점은 특별히 말할 필요도 없지요.



이런...이번에는 바이오 그래피에 해당할 만한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네요..... 다시 앨범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Remember This]의 선곡들은 만족할 만합니다. 다섯 장의 앨범들 중에서 두 세장씩 뽑아서 11곡을 구성했는데, 철저히 인기곡 위주의 모음을 했어요. 차트의 수위를 차지했던 곡들 위주로 말이지요.


다만 [Gravity]의 힛트 싱글이었던 "When Love Comes to Life"가 빠진게 다소 의외입니다. 물론 이에 만만치 않은 인기곡이었고 두 부부의 개인사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는 "So We Never Got to Paris" 가 대신 실려있지만, [Gravity]에서 컷팅된 싱글은 이 단 한곡 뿐입니다. OOTG 의 다섯 앨범들 중에서 제일 부진했던 앨범이긴 하죠. 컬렉션에서도 찬밥 대접을 받는걸까요? :)


반면 첫 앨범 [Out of the Grey] 와 94년 앨범 [Diamond Days]에서는 세 곡씩이 컷팅 되었습니다. 컬렉션에서 오랜만에 듣는 첫 앨범의 수록곡들도 반갑네요. 게다가 OOTG 의 데뷔 후 첫 힛트 싱글인 "Wishes" 가 "Wishes '98" 이란 타이틀로 리믹스 되어 실린 것도 의외의 아이디어네요. 강렬한 일렉이 가미된 새로운 느낌이 아주 좋고요, 오리지널 송도 "Wishes '91"이란 타이틀이 붙어서 수록 되었기에 비교도 할 수 있고요.



그러나, 진짜 괜찮은 것은 새로운 곡들입니다. 컬렉션 앨범 발매와 함께 힛트 싱글을 차지한 "This is What It is" 그리고 "Walk by Faith" 역시 OOTG 특유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노래입니다. "This is What It is" 같은 곡은 힛트 싱글의 잠재성이 너무 커서, 진작부터 한 곡만으로 앨범의 구매요인을 극대화 시킬 정도입니다. 골수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하고도 남겠어요.


이 두 곡은, 새 레코딩이라고 해서 앨범의 말미나 처음에 실린게 아니라 다른 셀렉션들과 함께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옛날 노래들과 어우러져 이 앨범을 마치 그냥 하나의 새 프로젝트인 것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새 레코딩은 아니지만 93년에 녹음되었다는 인스트루멘탈 곡인 "Way Late" 도 단순한 연주의 묘미 이외에 골수팬들에게 새로운 회상을 하게 해줍니다. [Diamond Days]의 수록곡이었던 "Eyes Wide Open" 의 후반부에 삽입되었던 독특한 분위기의 연주가 바로 "Way Late"의 전반부에 그대로 들어가 있거든요. 아항. 이때부터 연주곡 하나로 따로 만들어져 있던 거였군요. 재밌네요.




[Remember This]는 어중간한 기간 후에 나온 컬렉션 앨범이지만, 기존곡의 선곡이라던지 신곡의 보강이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 컬렉션 앨범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극대화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언제나 최선을 보였던 그들의 음악때문이겠지요. 새 앨범을 기대해봅니다.


(199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