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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불랩 투 캐쉬미어 Burlap to Cashmere [Anybody Out There?] (199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ay Healy & David Rolfe

(1998/Squint)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이유는 없겠지요. 불랩 투 캐쉬미어의 앨범 [Anybody Out There?] 가 발표된 지난 10월부터 98년 말까지 이 낯선 팀의 이름은 곧장 상승 곡선을 뻗어 나갔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음악은 판매량보다는 평단의 극찬으로 더 알려졌고, 제작사인 스퀸트와 일반 배급사인 A&M 도 이 부분에 크게 의지하여 마케팅을 추진 했었고요.

이들의 성공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생경한 장르를 시도 했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지요. 대중 크리스찬 뮤직은 점차적인 장르의 특화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음악 장르로의 시도 자체가 관심을 끄는 견인차 역활은 충분히 해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사례들이 80년대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상업적인 발달로 살벌한 적자생존의 룰이 적용된 90년대의 미국 CCM 계는 특화된 장르를 시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앨범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정수를 꿰뚫는 '그들의 성공의 비밀'은 무엇 이었을까요?



그것은 B2C 의 음악적인 원류가 단순히 남미의 라틴 계열의 음악의 영역안에서 안주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착안하면 여타 다른 선배들의 성공 사례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B2C 의 음악은 라틴 스타일의 음악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태에서 모던 락, 사이먼 앤 가펑클의 ("Anybody Out There" 의 전반부를 들어보세요) 70년대 스타일부터 어덜트 컨템퍼러리 ("Eileen's Song" 의 서두 부분의 연주는 분명 이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긋납니다) 장르를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Anybody Out There] 는 특화된 장르의 답습이 아니라 그 장르 안에서 여러가지 새로운 도입을 시도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디씨 토크의 경우와 비견될 만하죠. 사실 이런 기획은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결정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원숙미가 없는한 실패하기 쉽상이기 때문입니다.


스티븐 델로풀로스와 그의 패거리들은 이를 잘 극복해낸 듯 합니다. 이 앨범의 헤더 싱글이었던 "Basic Instructions" 와 "Digee Dime" 은 강렬하고 힘있는 남미의 정열을 엿보게 하는 곡들이지만, 그 반면으로 "Treasures in Heaven" 이나 "Eileen's Song" 같은 곡에서는 차분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팝적인 요소를 엿볼 수도 있죠.


이런 정제된 배합이 [Anybody Out There] 의 수록곡 몇개가 아닌 전체적인 앨범의 완성도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첫 앨범에서 타이틀 싱글 한 두개만의 힛트로 연명했던 아티스트들이 대걔 단명하기 쉽다는 전례를 살펴보면 B2C 는 상당히 안정적인 출발을 한 셈이라고 할 수 있겠죠.



메시지 적인 맥락에서 봐도, B2C 는 90년대 중반에 정점으로 오른 여러 선배 그룹들의 기량을 수혈받은 팀입니다. 그들의 독창적인 메시지들은 팀원들 간의 토론으로 만들어진 얕지 않은 깊이가 존재 하고 그런 부분들은 B2C 음악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Anybody Out There?] 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앨범입니다. 특히 앨범의 전반부를 이어가는 힛트 싱글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규정시키면서 새로운 장르임에도 듣는이들이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하는 기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Digee Dime" 에서 그들의 근원적인 장르로 문을 열고, "Eileen's Song" 에서는 그들이 그 장르안에서 묻혀있는 팀이 아니라는 일종의 천명을 합니.


앨범의 후반부는...글쎄 뒷심이 좀 약한 면이 있습니다. 역시 힛트 싱글이었던 "Mansions" 가 대미를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요. 하기야, 전반부의 트랙들이 상당히 괜찮은 음악들인 탓에 같은 앨범안에서 상대적인 비교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이들의 데뷔 EP 인 [Live at the Bitter End] 가 다시 메이져 레이블에서 재 발매 된다고 하네요. 뭐, 비단 이런 재출반의 호들갑이 동원되지 않더라도 매니아들은 이미 이들의 승승장구에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199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