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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페트라 Petra [God Fixation] (199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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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John & Dino Elefante

(1998/Word)





- 지난 몇년간은 페트라의 사역에 있어서 바람 잘 날이 없는 때였지요. 제가 얘기하는건 전적으로 멤버간의 이동에 관한 것입니다. 잘나가던 [On Fire]-era 의 멤버들이 [Wake-Up Call] (1994) 이후로 잦은 교체와 정신 없는 이동들을 해댔 으니까요. 94년 가세한 짐 쿠퍼와, 95년의 데이빗 리첸스는 95년 [No Doubt] 한 앨범에만 정식으로 참가 했지요. 97년 [Petra Praise 2]는 프로젝트 성격이 강했으니까 멤버 구성 을 따질수 있는 앨범에서 제외한다고 치면, 이렇게 페트라의 팀 성원이 끈기 없이 이동이 잦았던건, 70년대 말부터 80년 대 초반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롭 프레이져와 존 슬릭이 맡았던 역할을 데이빗 리첸스와 짐 쿠퍼가 그대로 떠 맡은 셈이죠.


1년밖에 안되었지만, 작년 1월에 내한 했을때의 라인업들-케 빈 브랜도우와 피트 오타, 로니 체핀 (96년 여름에 가세했죠) 은 그나마 현재의 모습에서 정립된 성원들로 느껴집니다. 아 무래도 내한 공연때의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겠지요. 적어도 98년 새 앨범 [God Fixation]을 발표할 때까지 그들은 페트라 의 멤버로 남은 셈이군요.


프로듀서는 여전히 존과 디노 엘레판테 형제입니다. 그리고 밥 하트만이 총제작을 맡았고요. 멤버들을 제외하면 언제나 같이 여전해보이는 구성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히 바뀐게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 스타일 이요.



- 10년 이상을 지속해온 최근의 정통 락/하드락 그룹들에게 있 어서 최고의 딜레마는 90년대에 들어서 부터 크게 붐을 탄 모 던락 바람이었습니다. 정통 하드락 팬들에게는 섭섭한 일이겠 지만, 대규모 레이블 소속의 가수들이 시류를 타는 음악을 선 보이는 것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보다 호들갑스런 일도 아닌 아주 자연스런 일입니다.



우리는 그런한 변신을 화이트하트와 가디언의 경우에서도 충 분히 경험했고, 그들이 '연륜'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그 어색 해 보일 수도 있는 고지 적응을 무리없이 해내는 것도 충분히 보아왔습니다.


페트라라고 예외는 아니겠지요. 그 산물이 바로 [God Fixation]입니다.



- 일단 키보드로 소개되오던 케빈 브랜도우가 이 앨범에서는 세컨드 기타로 참가했습니다. 앨범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키 보드나 오르간은 게스트 세션으로 참가한 제프 로취의 연주 이고요. 일단 키보드가 기본 멤버에서 제외되고, 기타가 보 강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앨범의 음악 스타일의 감지는 충분하겠죠? 사실 브랜도우는 내한 공연때도 B-3 보다 기타 를 더 자주 치긴 했지요.


재밌는 것은 94년부터 페트라의 앨범에 종종 얼굴을 비춰오 던 브라이언 우튼이 이번 앨범에서는 아주 큰 비중의 게스트 세션과 공동 작곡으로 참가했다는 점입니다. 화이트하트의 멤 버였던 우튼은 잘 알려진 이름은 아니지만, 정말 잘치는 기타 리스트입니다.


[God Fixation]에서 우튼이 공동 작곡을 한 노래는 11곡중 무 려 네곡 입니다. 우튼은 아무래도 페트라의 '일곱번째 멤버' 를 자처하고 있는것 같네요.


밥 하트만을 빼놓을 수 없지요. 그가 가사를 맡은 곡은 11곡 중 10곡이고 곡을 쓴 것은 공동 작곡까지 포함해서 네곡입니 다. 기타 세션은 물론이고요. 그가 아직도 페트라의 일부분이 란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 같군요. 단지 투어에 참가하기 힘들 다는 이유만으로 정식 멤버에서 나오게 된 사실은 좀 애석합 니다만....



- 작곡이나 세션의 방향이 고정 되었다고 해서, 앨범의 분위기 까지 바뀌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뭐니뭐니해도 편곡과 연주 의 방향에 따라서 좌지우지 되는것이니까요. [God Fixation] 은 요란하고 거센 분위기에서 일탈된, 차분하고 기교가 더 돋 보이는 새로운 느낌의 앨범이 되었습니다.


앨범의 대부분은 드럼이 아닌 차분한 리듬기타가 혼자서 시작 을 끊는 전형적인 모던락의 분위기를 타고 있고, 단순한 리듬 에 어우러지는 '듣기 편한' 노래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졌습 니다. 페트라의 음반에 이런 수식어를 쓰다니요...


[No Doubt]에서 [Petra Priase 2]로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무 언가 그들의 음악이 달라진 것을 감지한 팬이라면 그 연장선 상에 [God Fixation]이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대강 정리될 수 있을거에요.



그러나, '페트라이기 때문에' 나타낼 수 있는 최대의 메리트 는 역시 존 슐리트입니다.


모던락에서 결실되기 쉬운 보컬의 섬세함을, 존 슐리트의 개 성적인 창법이 오히려 더욱 진한 인상으로 두드러 지게 합니 다. 프로듀서 존 엘레판테와 함께 어우러지는 나머지 멤버들 의 백 보컬들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 메리 트는 새롭게 도입된 그들의 음악 스타일과 어우러져 새로운 구심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첫 싱글 "If I Had to Die for Someone" 은 아주 훌륭합니다. 첫곡이 차분한 분위기의 곡으로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신선 합니다. 역시 작년의 [Petra Praise 2]의 "모세의 노래" 를 제외한다면 페트라 앨범의 첫곡이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된 경우는...짚어짚어 보면 83년의 [Not of This World]의 타이 틀 곡까지 거슬러 올라가는군요.


슬로우한 두번째 곡 "Hello Again"은 캐럴린 아렌즈의 "This I Know"를 연상케합니다. 강하면서도 느릿느릿한 이 풍은 페 트라의 새로운 음악의 방향에 대한 심증을 더 확고히 하게 해 줍니다.


이전의 페트라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곡이라면 세번째 곡인 "A Matter of Time"이나 "God Fixation" 정도인데, 이 곡들은 새로운 면모의 [God Fixation]의 송리스트에서 상당한 변박을 줍니다. 그러나 그 전후로 배치된 "Set for Life"나 "The Invitation" 같은 곡도 이에 가세하는 곡으로 볼 수 있겠네요 .


그러나, 이 앨범에서 돋보이는 곡들이 강한 라임보다는 오히 려 새로운 분위기로 가세된 곡들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은 놀 랍습니다. 아까 얘기한 첫곡 "If I Had to..."를 비롯해서, "St. Augustine's Pears"나 "Fallind Up", "Shadow of a Doubt", "Magnet of the World" 등의 노래들은 발라드가 훌륭 했던 [No Doubt]의 계보를 이 앨범이 잇고 있다는 것을 실감 케 합니다. 특히 "Falling Up"같은 노래는 페트라 특유의 '보 컬팀의 이점'을 타고 있는 멋진 곡입니다.



- 밥 하트만이 쓴 가사들은 언제나 처럼 큰 도전을 줍니다. 간절하면서도 재치 있는 비유들이 담겨 있는 가사들은 음미하 는 것 만으로도 큰 은혜를 주는군요. '안전운전'의 비유로 언 제나 자신의 안녕만을 살아온 우리에게, 죄인들을 위해서 목 숨을 버리신 분에 대한 경외로움을 노래한 "If I Had to Die for Someone"은 노래의 간결함과 잘 어우러지고, 감성적인 분 위기의 "Over the Horizon", 다시 부르심의 날에 대해 노래하 는 "The Invitation". 그리고 꺽임 없는 믿음을 노래한 강렬 함이 돋보이는 "God Fixation"은 음악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 지는 곡들입니다.


특히 '참회록'을 쓴 성 어거스틴의 어린시절을 노래한 '성 어 거스틴의 배 (St. Augustine's Pears)'는 '그르침을 쫓는' 미 성숙된 젊은이들에게 고전적인 첨언을 해주는 멋진 곡입니다.



- [God Fixation]은 페트라의 고정 팬들보다는 오히려 PFR 이나 최근의 신진 얼터너티브 세력들의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큰 앨범입니다. 다만 아까도 얘기 했듯이 존 슐리티의 보컬이 그 우회적인 음악 요소를 '페트라'라는 이름에 고정시 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정통성과 새로움 사이에서 종합적인 화학작용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독특한 앨범이 되었 어요.


그렇다고, 페트라의 새 앨범을 아직 듣지 못한 분중 90년대 를 지나온 페트라의 스타일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를 해야한다면 - 제 경우에는 '기대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한번 길게 길게 들어보세요'입니다.


얼터너티브 음악이 갖고 있는 요소중 제일 고단수의 것은 듣 는 이들로 하여금 음반을 음미하게 되는 텀이 길어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페트라의 18번째 앨범 [God Fixation]은 분명히 그런 요소를 꾀하고 만든 음반이고요. 이에 대한 결과를 겨우 나온 지 2주된 앨범에서 단언 하는 것은 제 능력밖의 일인것 같군 요.


강렬한 메세지, 존 슐리트의 보컬, 그리고 그 이름안에 담긴 영향력...모든 것이 'Fixation' 된 상황에서, 이들은 유독 자 신들의 음악적인 성향을 예외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속 에서도 페트라의 음악이 우리에게 줄 감동은 여전하니 이것도 궁극적으론 'Fixation' 된 셈이네요.


(199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