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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Noel] (199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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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Steve Hindalong & Derri Daugherty

(1995/Via)







찰리 피콕이 기획했던 스패로우의 옴니버스 묵상앨범 [Coram Deo] (1992)는 기획이나 반응에 있어서 분명 대단한 프로젝트였죠. 한편 같은해 워드의 프로덕션인 글래스하우스에서도 [At the Foot of the Cross]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묵상 프로젝트를 발표했었습니다


[Coram Deo]의 후광에 가려 잘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더 콰이어의 스티브 힌달롱과 데리 도허티가 만든 이 얼터너티브 묵상 앨범은 나름대로 잔잔한 인기를 끌었고, 3년뒤인 1995년에는 속집까지도 발표되었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7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속집에 이어, 힌달롱과 도허티는 성탄 앨범을 기획했습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이 앨범 [Noel]은 [At the Foot of the Cross] 시리즈처럼 메이져 레이블의 배급망을 타지는 못했지만, 77's 등의 여러 언더그라운드 모던락 아티스트들이 포진했었던 괜찮은 레이블인 비아(Via)에서 발표 되었습니다. [At the Foot...] 시리즈의 관성이 있었는지 출반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고, 참가했던 아티스트들도 상당히 괜찮았던 앨범이에요.




프로듀서를 맡은 힌달롱과 도허티, (지금은 고인이 된 진 유진의 아내였던) 리키 미셀, 샤론 맥콜, 제니 굴렌, 버디 밀러와 쥴리 밀러 부부등 얼터너티브 계열에서는 유명한 아티스트들부터, 스티브 머레이, 제리 챔벌린, 브라이언 휘트먼같은 낯선 이름들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가했죠.


디씨 토크의 케빈 맥스 (물론 이 당시 크레딧에는 'Kevin Smith'로 등장합니다)나 리유니언 레이블의 캐럴린 아렌즈, 브란트 브주와처럼 낯익은 메인스트림의 가수들도 참가했고요.


리유니언에서 참가한 가수들의 경우에는 이 시기즈음에 데뷔, 혹은 오랜만의 새 앨범을 출반한 아티스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리유니언은 이 앨범의 참가자들중 제니 굴렌의 밴드였던 호이 폴로이의 홈레이블이기도 했죠. (잠시동안이긴 했지만요)


이처럼 모든 참가자들의 배경이 들쑥날쑥하지만 이들을 한데 모은 장르의 틀은 일관됩니다. 지극히 차분하게 진행되는 어쿠스틱 장르가 바로 그것이죠. 그러나 장르 안에서 기존의 곡들로 각양각색의 다양한 분위기를 발한 점이야말로 이 앨범 최고의 요소입니다. 그 스타일은 편곡에 의한 것일 수도, 참가자들의 특색있는 보컬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차분하게 진행되는 흐름속에서도 앨범의 지루함은 거의 느끼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아마 장르에 대한 편애가 있는 감상이라면 이 효과는 더할 겁니다.




역시 기둥은 신곡인 "Babe in the Straw" 입니다. 리프기타와 퍼커션들로 치장되긴 했지만, 그 줄기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의지를 한채로 진행되는 이 곡은, 말구유 안의 예수님을 찬양하는 소박한 가사에 잘 어울리는 멋진 곡입니다.


메인 보컬인 도허티의 목소리가 호소력있는 애절함을 잘 전해주기도 하고요. 이 곡은 2000년에 발표된 옴니버스 [One Silent Night]에서 식스 펜스 넌더리쳐의 리 내시에 의해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었지만 오리지널의 함량에는 못미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근거도 아마 데리 도허티의 보컬이 더 곡에 어울린다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 선곡들은 독특합니다. "O Come O Come Emmanuel", "Angels We Have Heard on High", "O Holy Night", "Silent Night", "Away in a Manger" 같은 고전성가 혹은 찬송가들이야 애초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캐럴곡들이고 크리스마스 음반의 단골등장 레퍼터리들이지만, 그 외의 선곡에서도 이 앨범은 대부분 1800년대에 만들어진 -잘 안알려진- 고전들을 택하고 있거든요.


"In the Bleak Mid-Winter", "Carol of the Birds", "Bring a Torch, Jeanette, Isabella"같은 곡들이 이런 노래들이죠. 잘 안 알려진 곡들이 친숙한 캐럴들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 때문에 전체적인 멜로디의 분위기는 정말 클래시컬 합니다.


이런 고전적인 분위기에서 돌출되는 노래라면 당연히 신곡인 "Babe in the Straw", 그리고 리키 챔벌린과 리키 미셀, 제니 굴렌, 도허티가 부른 "I Heard the Bells on Christmas Day"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멜로디가 1990년대에 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큰 이유겠죠. 하지만 이 곡도 1800년대에 쓰여진 시와 구전 연주곡의 멜로디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곡이랍니다.



분위기에 따라 선호되는 곡들도 각자 뽑아볼만 합니다. "Silent Night" 같은 곡은 둔중한 퍼커션의 리듬을 타면서 메인 보컬인 마이클 프리츨의 걸쭉한 목소리에 힘입어 꽤나 원시적인 내음이 나는 사운드를 보입니다. 걸쭉한 남성 보컬대신 리키 미셀의 청아한 보컬이 비슷한 분위기를 이끄는 "O Come O Come Emmanuel"도 멋지고요.


반면 선이 있는 남자 보컬링은 데리 도허티("Babe in the Straw")나 브렌트 브주와("What Child is This"), 버디 밀러("Away in a Manger")에 의해 이끌어집니다. "Away in a Manger"에서는 찰떡궁합인 부인 줄리 밀러의 하모니로 더욱 정겹기도 하고요.


"In the Bleak Mid-Winter"와 "Carol of the Birds"는 남성 메인 솔로에 의해서 인스트루멘탈의 강조없이 진행되는 고전적 분위기의 곡들입니다. "Carol of the Birds"의 브라이언 휘트먼은 다소 평이한 보컬이지만, "In the Bleak Mid-Winter"의 케빈 '맥스' 스미스는 확실히 예의 그다운 보컬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요.


무난한 사운드는 (위에서 한번 언급했지만) "O Holy Night", 그리고 밝은 분위기의 "Angels We Have Heard on High"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Angels We Have Heard on High"는 캐롤린 아렌즈의 또릿또릿한 리드에 이어 여러 가수들이 라운딩으로 등장하면서 대미를 장식하는 분위기를 충분히 보여줍니다.


[At the Foot of the Cross] 시리즈의 오케스트레이션을 맡았던 탐 하워드도 다시 이 앨범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의 성격 그대로 이 앨범을 장식하고 있어요.



[Noel]은 음반의 흐름을 고조시키는데 있어서, 음악적인 스타일이나 곡의 창작성 못지 않게 아티스트들의 역량이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켜주는데 더없이 좋은 예입니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최근 활동이 뜸한 이들이어서 더욱 정겨운 앨범이기도 하고요. 마이너 레이블이라는 한계때문에 지금은 구하기 힘든 앨범이 되었지만, 언젠가 다시 리마스터링된 재출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2002/12)


PS : 작년에 썼다가 날린 글의 재업로드입니다. 그 당시 [At the Foot of the Cross]와 [City on a Hill]의 연관성에 대한 사족을 달았었죠. 2부작 시리즈에 이어 나온 캐럴 앨범인 [Noel]은 그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2002년에 [City on a Hill]의 크리스마스 버젼 - 그리고 시리즈의 세번째인 [It's Christmas Time]이 나왔으니까요. 레퍼터리나 음반의 성격등 이 앨범은 '예상대로' [Noel]과 참 비슷한 앨범입니다. 언젠가 리뷰로 다룰 기회가 생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