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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처치 오브 리듬 Church of Rhythm [Not Perfect] (199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ax Hsu & Jason Gregory

(1996/Pamplin)





1995년 리유니언 레코드사는 일종의 '갱신'을 했습니다. 자사의 아티스트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새 앨범들을 출반했고, 이들을 필두로 [Music You Can Believe In]이라는 자체 컴필레이션을 만들어 홍보에 박차를 가했지요. 이때 여러 신인들도 데뷔했었고요. 조안나 칼슨, 캐럴린 아렌즈와 함께 이 시기에 데뷔한 그룹이 바로 중국인인 맥스 수와 보컬담당인 제이슨 그레고리에 의해 결성된 처치오브리듬 이었습니다.


이들은 시카고에 있는 윌로우 크릭 커뮤니티 교회에서 만났습니다. 모던 워십의 핵심역할을 해온 유명한 음악교회죠. 당시 멤버구성은 수와 그레고리 이외에도 네이던 클레어와 칼튼 콜맨이 함께한 4인조였습니다.


이들의 첫 앨범은 당시 캐시 트로콜리, 클레이 크로스 등 리유니언 레이블의 프로듀싱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피터 부네타와 릭 츄다코프 콤비에 의해 프로듀싱 되었지만, 음악자체는 부네타/츄다코프 콤비가 보여왔던 어덜트 컨템퍼러리/팝 장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밴드의 기가 프로듀서를 앞섰던 셈이죠. 프로듀서들은 가이드를 해준 셈이고요.


아무튼 성공이었습니다. 얼번 펑크, 댄스, 힙합, 하우스등 온갖 잡종장르들로 가득찬 이 앨범은 싱글차트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남겼고, 다음 해에 도브상에서 '올해의 랩/힙합 앨범'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자연스레 이들의 앨범을 기대하는 이들은 많아졌지만, 홍보의 뒷심은 끊어졌습니다. 일단 당시 신생 레이블이었던 팸플린으로 이적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죠. 여기에 팀을 나간 클레어와 콜맨의 자리를 대신해서 네명의 멤버가 들어와, 모두 6명의 대그룹이 되었다는 황당한 소식도 뒤를 이었고요. 게다가 이 멤버들은 중동, 유럽... 등 여러 지역의 출신들이 만난 다국적 멤버들이었습니다. (드럼을 맡았던 매트 밀러는 한국태생의 입양아였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놀라운 것은 팸플린 이적후 발표한 앨범인 [Not Perfect]가 데뷔 앨범과 전혀 다른 모던록 앨범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자체적인 의기투합으로 앨범을 만든 결과는 어눌하지만 원숙한 맛을 풍기는 사운드였고, 이들의 데뷔앨범을 보았던 팬들에게는 멋진 힙합그룹을 잃었다는 아쉬움과 신선한 모던록 그룹을 새로이 만났다는 만감이 교차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앨범 전반적으로 어눌함이 많이 보이긴 해요. 특히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차분한 발라드 -"The Life is worth Fighting for"나 "And Can It be"같은 곡들- 에서는 심할 정도로 늘어지는 분위기고요. 편곡이나 연주의 기량도 좀 떨어지는... 웬지 아마추어의 기질을 아직 완연하게 벗지는 못한듯한 느낌이 다소 듭니다.


하지만 발군의 싱글들은 이 아쉬움을 어느정도 상쇄해 줍니다. 라우드한 곡은 없지만, 비트있는 곡들은 대부분 다 좋은 편입니다. 우선은 곡이 좋아요. 맥스 수와 제이슨 그레고리가 만든 곡들은 매력적이고 젊은 기질에 어울리는 노래들입니다. 프로듀싱의 역량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음악은 잘만드는 친구들이에요.


특히 싱글로 나섰던 "Matter of Time", "Not Perfect", "I Believe in God" 등이 좋습니다. "Take My Hand" 같은 곡에서는 데뷔 앨범의 싱글이었던 "I still Believe" 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또 "Strayed"나 "Where is God" 은 저음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앨범에서 다른 색채로 남습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맛깔스러운 분위기는 제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사운드의 증폭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법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단 적잖은 인원이 새 앨범에서 모두 모였으니, 워밍업수준의 팀웍을 맞추는 것도 쉽지는 않았었겠지요.


메시지는 단선적입니다. 부담없이 다가오는 모던락의 선율중에서도 "I Believe in God" 이나 "Matter of Time" 같은 곡들의 비장어린 가사는 꽤 진한 인상으로 남고, "Where is God"이나 "Common People"에서는 인간적인 한계를 느끼고 도움을 바라는 내용을 보이기도 하지요. 청소년 사역에 비젼이 있었던 팀이니만큼 가사의 내용도 솔직 담백합니다.



[Not Perfect]는 혈기어린 팀의 두번째 앨범으로 더없이 만족스러운 앨범입니다. 이런 팀의 세번째 앨범을 기대할 수 있다면 더없이 즐거울만 하죠. 그들의 스타일이 제자리를 잡은 뒤의 두번째 앨범으로 기대할 수도 있었고, 팀웍의 보강도 기대할만 했고요. 하지만 이들은 그 뒤로 해체 되었습니다.


물론 해외 크리스천 음악계의 동향에 밝다던가, 이 홈페이지를 계속 따라잡은 분이라면 COR 이후 수가 대규모의 패밀리를 규합해서 만든 그룹 수퍼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걸 프론트 그룹인지라 COR과는 음악적인 방향에서 꽤 큰 차이가 나지만, 수의 재능만큼은 이 팀의 핵심으로 여전히 발해지고 있어요. 이젠 이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해봐야죠


(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