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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크리스 이튼 Chris Eaton [Wonderful World] (1995)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 Chris Eaton

(2001/Sparrow/Furious?)





크리스 이튼의 음반활동은 니콜 뮬렌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우선 두사람 다 오랜기간동안 수많은 가수들의 음반에서 보컬과 작곡으로 지원을 해왔죠.게다가 첫 앨범 이후 적잖은 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두번째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이튼의 앨범 [Wonderful World]는 출반 당시 4년만에 발표된 두번째 앨범이었습니다. 니콜 뮬렌이야 2000년에 발표한 8년만의 컴백앨범에서 원숙하게 재기에 성공했는데 이튼의 경우는 어떠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평균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크리스천 음악의 골수팬들이라면 놀라운 작곡실력과 개성만발한 보컬이라는 두가지를 완벽하게 겸비한 이튼의 앨범을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요. 게다가 첫 앨범인 [Vision]도 은근한 화제를 끌었었고요.


하지만 크리스 이튼이라는 가수 자체가 균형된 하모니와 멜로디를 구사할 지언정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시도를 하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앨범도 그에게서 기대할만한 수준 이상은 아니었어요. 물론 이 앨범의 관성은 무시못할 정도였기에 이후 세번째 앨범인 [What Kind of Love]까지도 발표되었었죠. 그러나 그 뒤로는 앨범 소식이 들리고 있지 않는 상태입니다. (하기야 음반 활동을 접었다고 속단할 수는 없죠. 그의 세장의 앨범들이 모두 4년, 3년의 공백기가 지나고 나왔으니까요.)


그렇다고 그의 음반활동만큼 다른 음반에서의 작곡/백보컬 지원이 뜸해진 것도 아니었죠. 이런 사실을 보면 이튼이 그의 음악활동에 대해서 엄청나게 까다롭거나, 혹은 지나치게 태평하다는 두 가지중 하나로 나뉠지도 모른다는 억측까지도 들게될 정도입니다. 둘 다일수도 있겠죠.


그래도 이튼은 그가 뿜을 수 있는 반경 안에서 참으로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의 보컬에 걸맞는 신디사이저와 키 연주 위주의 사운드에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장중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이튼 고유의 멜로디는 앨범 내내 이런 사운드와 잘 맞물립니다. 특히 "Breath of Heaven", "Let Them Come to Me", "Wonderful World" 같은 곡은 이런 특색을 더 여실히 드러내주고요. 이런 비장미(?)는 마이너나 메이져의 코드 진행에 전혀 개의치 않는듯 하고요.



곡의 멜로디나 편곡 못지않게 곡의 스타일을 확고하게하는 일등공신은 당연히 이튼의 보컬입니다. 사실 '유일무이한' 보컬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죠. 크리스 로드리게즈나 디씨 토크의 케빈 맥스 -"Everlasting Love" 의 시작 코러스를 들으면 진짜 맥스의 보컬이 연상될 정돕니다 - 같은 사람들도 이런 스타일의 보컬을 구사하니까요.


또, 이런 비슷한 보컬의 다른 가수들에 비해서 이튼은 기교를 별로 부리지 않는 창법을 구사합니다. 특히 고음에선 되례 평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죠. 저음에서도 그냥 그 자신의 보컬발화에서 더 욕심을 부리지 않고요. 그저 후렴부나 브릿지 부분의 코러스를 겹화음으로 넣는 부분정도에서 나긋한 특유의 소리가 들릴 정도에요.


그렇다고해도 분명 흔한 보컬은 아니죠. 그래서 테크닉이 강조되지 않는 보컬이라 하더라도 여느 스타일의 평균이상의 느낌은 확연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타의 비슷한 보컬들이 대부분 락스타일로 지향을 하고 있는 반면에, 이튼의 음악은 인스퍼레이셔널이나 뉴에이지 쪽에 더 가깝습니다. 일단 차이점이 분명히 나는 고유의 음악방향을 갖고 있으니, 음악의 개성적인 면도 충분히 살릴 수 있죠.



그런 바탕에서 듣는 [Wonderful World]는 분명 들을만한 앨범입니다. 쉽게 만나기 힘든 독특한 스타일이기에 비슷한 분위기로 끝까지 일관된다 하더라도, 앨범의 서두에서 느껴지는 참신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가끔가다 가세하는 백보컬로는 크리스 로드리게즈나 (아웃 오브 더 그레이)의 크리스틴 덴테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도 무리없이 이튼의 보컬에 가세합니다. 그만큼 유사한 개성의 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이 앨범의 또하나의 장점은 가사들의 서정성입니다. 사랑을 추수한다는 내용의 "Harvest Years", 이상적인 세계를 노래하는 "Westworld", 영혼들의 이끔을 간구하는 "Let Them Come to Me", 아름다운 세상의 찬미인 "Wonderful World", 부흥을 꿈꾸는 "Renaissance" 등등. 제목만 봐도 이런 부분은 어렵지 않게 파악이 되죠. 장르와의 무난한 결합은 이런 서정성을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습니다.



특히 재밌는 것은 92년 에이미 그란트의 캐럴 앨범에 헌사했던 곡인 "Breath of Heaven" 입니다. 이튼의 겹화음에 기가막힐 정도로 어울리게 컨버젼된 이 곡의 원래 가사는 수태고지의 난관을 지나는 마리아의 '격정어린' 가사였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모든 곳에 거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여유있는' 찬양의 메시지로 둔갑했습니다. 그 상태에서 "Breath of Heaven... Hold me together.."라는 후렴부는 그대로 유지되고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는지.. 아무튼 이런 재기발랄함은 크리스 이튼의 "Breath of Heaven" 을 또 하나의 멋진 싱글로 앨범에서 자리잡게 했습니다.


[Wonderful World]는 이튼의 보컬에 어울리는 절대적 장르를 추구한 앨범은 아닙니다. 그의 보컬에 어울리는 장르가 단지 이런 인스퍼레이셔널이나 뉴에이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란 점은 케빈 맥스같은 아티스트들에게 의해 (뒤늦게) 증명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일단 그의 보컬링에 맞는 장르 하나를 잡아서 확실하게 전개시킨 앨범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다음 앨범인 [What Kind of Love]에서는 장르면에서 약간의 변주가 이어지죠.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Wonderful World]가 더 나았던것 같아요.


(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