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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에미 그랜트 Amy Grant [Lead Me on] (1988)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1988/Myrrh)





- 지난달 20주년을 맞은 CCM 매거진의 20주년 특대호에서 CCM 커뮤니케이션 내의 평론가들이 뽑은 '지난 20년간의 CCM 앨범 베스트 100과 노래 베스트 100'이 실렸죠. 기독교 잡지로서 100 위까지 순위를 매겨서 하위 순위에 있는 이들을 밝히는게 좀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CCM은 아티스트들의 이름의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하고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에 오른 앨범만 따로 표기하는 아주 영리한 방법을 취했었습니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앨범들은 박스를 쳐놓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한 아티스트의 앨범은--그 명단에 앨범이 여러 개 올라갔다는 사실도 대단한 것인데--박스가 두개나 쳐져 있었어요.



누구였겠습니까? 당연히 에이미 그란트였죠. 100개의 앨범 중 그녀의 앨범은 무려 여섯개가 올라갔고, 그 중 [Age to Age]가 3위, [Lead Me On]이 영예의 1위를 차지했습니다. 1988년 앨범 이었죠.



- 30명의 전문가의 선정이라고 해서 평단이 극단적으로 객관적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순위가 우연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에이미 그란트의 이름이 [Heart in Motion]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진 국내에서는, 88년의 [Lead Me On]이 선정된 것이 의외라고 생각할 이들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Lead Me On]은 판매량으로서는 이례적인 음반이 아니었습니다. 이벤트적인 사건이라고 해봤자, 리테일 스토어에 배포 되기전에 도매상으로 부터 받는 사전 주문량이 CCM 음반 역사상 가장 많았던 앨범이라는 정도였죠. (이 기록은 92년에 마이클 W 스미스의 [Change Your World]로 인해 깨집니다.)


싱글 차트 독점도, 이전에 에이미 그란트라는 가수가 갖고 있는 잠재적인 기대치에 만족될 정도였습니다. 앨범 수익에 대한 흥행성을 위주로 베스트 100을 뽑은 것이라면 1위의 앨범은 당연히 [Heart in Motion] 이나 92년의 [Home for Christmas]가 되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이 앨범이 뽑혔을까요?



- 감히 예견 해보건데 지난달의 '베스트 100' 선정이 98년이 아니라....한 89년쯤에 있었다면, [Lead Me On]은 그렇게 높이 평가받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선정의 시기'에 대해서 강조 하고 싶은 것은, "그 수년동안 CCM이 많이 변했다"는 것이 아니라, "90년대를 넘나드는 시기에 있어서 에이미 그란트의 음악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Lead Me On]이 에이미 그란트의 음악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앨범인지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전후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80년대 중반으로 다가오면서 그녀는 진정한 '크로스오버'의 물꼬를 틀 채비를 하고 있었죠. 이에 대한 정점으로 놓인 앨범이 85년의 [Unguarded]였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크리스찬 음악의 영역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 면이 없지 않아 있는 앨범이었습니다. 에이미 그란트 자신으로도 굉장히 지쳐있는 시기였죠. 그러다가 그녀는 데뷔 10주년인 86년을 맞이하고 [The Collection]을 냅니다.


[Unguarded]로부터 삼년동안 그녀는 양자에 어필할 수 있는 음악과 가사를 재정비 합니다. 그리고 [Lead Me On]이 나오게 되죠.


자, 여기서 [Lead Me On]에 대한 얘기를 살짝 빼고 그 다음 얘기를 해보죠. 91년에는 [Heart in Motion]이 발표됩니다. 싱글인 "Baby Baby"를 필두로, 그녀는 일반 음악계에서도 이례 없는 성공을 하게됩니다. 메시지적인 측면이나 음악적인 성향 무엇 이든지를 떠나, 97년에 밥 칼라일이 "Butterfly Kisses"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다시 만나지 못할 빌보드 에서의 폭발적인 성공이었고, 92년의 크리스마스 앨범까지 그 승승장구는 이어 집니다.


더욱 뒤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다음 앨범인 [House of Love]와 [Behind The Eyes]에서 그녀는 향수를 느끼는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어떤 사람들은 [Heart in Motion]의 자신감 넘치는 팝 사운드를 기대했겠지만 팝/컨트리에 큰 기반을 두고 있던 이 내쉬빌 여성의 의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몰두하도록 했습니다.그러나, [House of Love]와 [Heart in Motion] 사이에서 바뀐 음악적 성향은 어떻게 보면 다소 완급한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 갭을 메워줄 수 있는 중간자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Lead Me On]입니다.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져왔던 어색한 팝스타일을, 3년의 크로스오버 준비작업에서 원활하게 메꾼 면모와 더불어 기본기로 지니고 있던 십자가의 메시지와 더불어 양자에 차분함과 발랄함이 고루 갖춰진 앨범으로서 듣기에 좋았던 앨범이 [Lead Me On]으로 평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이 앨범에는 에이미 그란트의 본류 라고 할 수 있는 블루글래스 적인 요소들도 많이 배여 있습니다.



- "1974"같은 메세지는 미국의 중년세대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 킬 수 있는 순수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타이틀 곡인 "Lead Me On"에서는 여느 크리스찬 음악에서도 보기 힘든 장중한 비장함과 구원의 갈구를 담고 있습니다. "Saved by Love"같은 곡에서는 자신의 인생회고를 하는 아름다운 내용들을 담고 있고, "Faithless Heart"나 "What about the Love"에서는 풍자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If You Have to go away"에서는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하기도 하죠.


마이클 W 스미스, 쉐인 카이스터, 지미 웹, 댄 허프, 지미 리 슬로스, 제리 맥퍼슨, 남편인 게리 채프먼 등의 명 세션과 작곡가들이 프로듀서인 브라운 배니스터의 진두지위하에 총동원 된 것은 의외도 아니었죠. [Lead Me On] 앨범은 그 발매 자체만으로도 CCM의 크로스 오버에서 큰 사활을 걸고 만들어진 앨범이었으니까요. 상업적인 성과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기복이 있었지만, 에이미 그란트의 디스코 그래피 상에서, 그리고 CCM 의 역사를 지나온 상태에서 평가를 해 볼때 최고로 인정할 만한 앨범인 것은 사실인가 봅니다.


(참고로 98년 현재, 이 앨범은 역대 CCM 음반 판매량중에 10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위 안에는 에이미 그란트의 다른 앨범 3장이 더 높은 순위로 있습니다.)


사실 평론 이전에 있어서, 상업적인 성과도 기본기가 있는 가수이기 때문에 웬만한 음반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인 메가 셀링 앨범을 이렇게 쪼잔하게 분석 하는거 자체가 우매한 짓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Lead Me On]에 대한 향수어린 감상은, 80년대 말 격변(?)의 크로스오버에 있어서 획을 긋는 시도 였다는 추억을 너무나 자연스레 불러오게 하는 음악들과 가사들을 담고 있거든요.



-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할까요? 전 이 앨범을 세번 샀어요. 처음은 고 1때 은성음반에서 나온 라이센스였죠. <애미그랜/나를 이끄소서>라는 제명하에 조악한 음질과 조잡한 속지로 있던 테이프였는데, 이때에는 제가 특별히 앨범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길도 없었고, 그저 에이미 그란트의 유명세에 의지해서 산 음반 이었습니다.


곧이어 "1974"가 제 개인적인 favorite가 되었죠. 적어도 그때에 같이 감상하던 마이클 카드나 마이클 W 스미스의 음반에서는 보기 힘든 가사들로 가득차 있던 음반이었음에는 확실 했어요. (물론 그때는 그렇게 폭넓게 CCM을 접하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러다가, 재수 하던 때에 어쩌다가 외국 음반 판매상을 알게 되어서 중고 음반을 하나 구했죠. 테이프 음질을 도저히 못 이겨 내어서 CD로 듣고 싶은 욕망도 다분했지만, 우연히 접한 정보에서 은성음반에서 나온 라이센스 버젼에 삭제곡이 있다는 쇼킹한 얘기를 듣고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놀랍게도 사실 이었습니다.


"If You Have to Go Away"와 "Wait for the Healing"이 추가로 있었죠. 은성음반의 업무처리야 굳이 더 실망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때는 정말 황당 했습니다. 메시지 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경의 메시지와는 다소 유리된다) 삭제했다는 변명도 불요였습니다.


"If You Have to Go Away"야 다소 그런 측에 끼일 수 있다 쳐도 제목 그대로 '치유를 기다리는' 노래인 "Wait for the Healing"이 삭제된 이유는 뭐였을까요?


"If You Have to Go Away"도 마찬 가집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특히 제목만 보면 마치 사랑했다가 이별할때 나올만한 가사처럼 느껴지지만, 가사를 조금만 세세히 뜯어보면 이 노래의 테마가 '이별'이 아니라 '성장'에 관한 노래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성이 세상적인 가사를 조금 쳐냈다는 변명으로 곡을 삭제한 것은 말이 안되었죠.


세 번째로 산 것은 폴리그램에서 라이센스를 했을때...제가 대학 2학년일때 쯤이었습니다. 친구 선물로 산건데, 어쩌다가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직 제 책장에 꽂혀있죠. 폴리그램의 라이센스는 원판과 거의 다를 바가 없기때문에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요.


- [Lead Me On]의 자켓 디자인은 이 음반에서 제일 맘에 안드는 부분입니다. [Unguarded]의 발랄함이나, [Straight Ahead]의 함축적인 느낌의 기호화, 혹은 [Heart in Motion] 이후 90년대 앨범들에서 보이는 '폼나는' 사진들....그 어느것도 아닌 그냥 벙쪄 보이는 얼굴에 별 신경없는 데코레이션이 전부입니다. 하다 못해, 속지 안에 있던 흑백 사진이나 속지 후면에 있는 서너개의 스틸 중에 아무거나 하나를 표지로 했었으면 더 나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자꾸 듭니다. 자켓도 무시 못하는 구매요인인데...


- 아무튼 [Lead Me On]이 [The Collection]과 함께 에이미 그란트의 80년대 앨범중에서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는 스테디 셀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음반점에서 아직 라이센스 분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만약에 구하실 수 있다면, CCM 평론가들이 뽑은 '20여년 간의 베스트1위 앨범'이 어떤 것인가라는 것을 맛보셔도 좋을듯 하네요. 가끔은 옛날 앨범들도 들어보는게 좋은 공부가 되거든요.


(199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