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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레슬리 필립스 Leslie Phillips [Dancing with Danger] (1984)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Dan Poshtuma & Gary Whitlock

(1984/Myrrh)




추억속의 아티스트라고 일컫어지는 많은 이들중에 레슬리 필립스만큼 중요하게 생각되어야할 사람이 또 있을까요? 80년대 초반을 생각하면 에이미 그랜트, 샌디 패티, 제이미 오웬스 콜린스같은 사람들과 동일선상에 놓을만한 가수이자 송라이터였죠.


그러나 락이라는 기준으로 여성싱어들의 영역을 세분시킨다면 그 카테고리안에서 필립스는 거의 유일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유일하다는 단서만으로 필립스의 앨범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필립스의 앨범 대부분은 크리스천 음악계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들로 남고 있습니다.


다만 80년대라는 시대가 여성 락싱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다소 어줍짢은 시기였다는게 문제였죠. 지금의 기준으로 필립스의 앨범을 평가한다면 당시에 비해 절상할만한 요소가 훨씬 더 늘어날 겁니다.



[Dancing with Danger]는 그중 필립스의 대표적인 곡들을 비교적 많이 만날 수 있는 앨범입니다. "By My Spirit" 나 "Strength of My Life" 같은 발라드의 고전은 물론이고, 이런 대표적 싱글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 다채로운 스타일들, 그리고 가사의 무게도 균형있게 담겨있습니다.


이 앨범을 대표하는 위의 두 발라드 곡에서는 역시 당대의 남자싱어들인 러스 태프와 (세컨드 챕터 오브 액트의) 매튜 워드가 듀엣 혹은 게스트 보컬로 참가하면서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켜주기도 합니다.


특히 마라나타 싱어즈에 의해 불리워지기도 했던 "Strength of My Life"는 크리스천 음악의 역사에서 손에 꼽을만한 자취를 남긴 곡으로 꼽히고 있죠. 이 곡의 수록만으로도 이 앨범의 의미는 크게 가중됩니다.


물론 비트있는 곡들도 균형있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80년대의 락 스타일이 대부분 그러했듯, 몇개의 세션에서만 발해지는 인스트루멘탈이 다소 메마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충분히 역동적이고 필립스의 보컬도 곡에 맞는 호소력을 발하고 있고요.


"Powder Room Politics"이나 "Here He "같은 밝은 곡들은 다소 무겁게 진행되는 앨범의 분위기 내에서 독특한 변주를 주기도 합니다.


독특하고 다양한 음악의 분위기만큼이나 가사들의 테마도 갖가지 입니다. 정녕 쉬운 가사들은 아니지요. 게다가 개인의 구원을 위한 고백의 메세지에 이르러서는 변방이 막힌듯한 참담한 분위기까지 고조될 정도 입니다.


"Strength of My Life"같은 곡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신앙을 버린채 희망없는 일과속에서 각박해진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전문직-혹은 좀더 '어두운' 직업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자아의 독백 ('아침뉴스의 소리에 선잠을 깨고...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얼굴을 흐르는 동안, 또다른 하루를 맞이한다는 깨달음에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죠..') 은 노래를 따라서 퍽이나 구슬프게 진행되죠. (그때문에 마라나타의 리메이크는 이 곡의 후렴부만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이 앨범의 노래들은 어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Song in the Night", "Light of Love", "Give'em All You've Got Tonight"... 필립스가 말하는 구원의 대상은 지극히 어둠속에 가려져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구원의 대상자, 혹은 주체자로 화자를 바꾸어 가면서 이 화제를 계속 끌어갑니다.


"Dancing with Danger"같은 유쾌한 리듬에서는 이를 '풍자'의 형태로 바꿔가죠. ('술 금지, 담배 금지... 넌 이런 규칙들을 잊어버리는 법을 터득했지... 하지만 하나님은 정작 네 마음을 보고 계셔')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혼재속에서 어느정도 줄기를 있는 서브젝트가 있다는 것은 꽤나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런 면면을 따지면 필립스는 정말 사방이 막힌 상태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구원의 노래를 부르기에 적합한 아티스트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 에이미 그랜트의 뒤를 이어 크로스 오버를 할 기대주로 그녀를 얼마나 꼽았을지 안봐도 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그러나 기대가 지나쳤는지... 1986년, 그녀는 아예 일반 음악계로 전향을 해버리죠. 이름도 샘(Sam) 필립스로 바꾸고요. 이후로 음반활동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타면서 음악적인 스타일도 세련되어 갔지만, 더이상 크리스천 음악계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회자하지 않고 있지요. 하지만 아무리 과거의 일이라도 필립스가 크리스천 음악계에 자취까지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필립스의 앞길에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실까요...


(2002/03)


PS : 개리 휘트록은 11곡중에서 "By My Spirit"의 라디오 버젼만 프로듀싱 했습니다. 하지만 이곡은 여느 리믹스 같은 수준이 아니라, 매튜 워드의 보컬 파트까지 필립스가 다시 부른 '리메이크'입니다. 다정다감한 워드의 목소리를, 필립스 고유의 절규하는듯한 음색이 대신하니 웬지 더 곡의 분위기에도 맞는다는 느낌도 드는 그런 버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