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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A Walk to Remember]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on Leshay

(2002/Sony/Epic)






[워크 투 리멤버] 사운드트랙의 수록곡들은 여느 다른 영화의 사운드트랙들의 수록곡에 비해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영화 개봉당시 팜플렛에도 사운드트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물론 팝스타가 주연으로 분한 영화이니 잠잠할 수는 없었겠죠.


그러나 홍보만큼이나 사운드트랙의 포커스가 맨디 무어에게만 맞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과장을 좀 섞어 말하자면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중책은 세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음악담당의 마빈 워렌, 주연인 맨디 무어, 그리고 스위치풋의 리드싱어인 조나단 포어맨, 이렇게 세 명이요.


포어맨을 예로 드는 것이 좀 의아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운드트랙에서 스위치풋의 노래가 그저 컷팅되어 재수록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은, 포어맨이 맨디 무어와 함께 부른 "Someday We'll Know"가 이 앨범에서 처음 수록된 신곡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스위치풋의 노래부터 이야기하지요. 사운드트랙중 무려 4곡이 그들의 노래로 실려있고 이 곡들중 3곡이나 영화중에 나옵니다. 과용된다는 느낌이 다분히 들만하죠. 하지만 그 쓰임은 대단히 영리합니다. 바꿔말하자면 스위치풋의 노래는 영화중 남자 주인공인 랜든 카터의 자아를 그대로 대변하는 노래들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가 여주인공인 제이미(맨디 무어)와 주춤주춤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에선 "Learning to Breathe" 가 나오고, 제이미의 백혈병을 안 뒤로 의사인 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에선 "Dare You to Move"가 나오죠. 좌절한채 차를 몰고 가는 장면에선 "You"가 나오고요.


스위치풋의 모든 곡이 나올때마다 랜든의 등장은 축을 이루고 있고 "삶을 배워가기", "조심스런 다가감" 같은 은유적인 곡의 테마도 웬지 영화와 맞아 떨어지고요. 이 노래들이 모두 신곡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적어도 이 사운드트랙을 통해 재조명이 된 셈이니 나름대로 반가운 일이죠. 특히 최근 차트에서는 "Dare You to Move"의 뒷심이 대단하더군요.



단 하나 극중에 나오지 않은 곡 "Only Hope"가 있지만... 영화본 분들은 아시겠지요. 이 곡은 마빈 워렌의 마이다스같은 실력으로 클래시컬하게 편곡되어 극중 연극 장면에서 맨디 무어에 의해 불리워 집니다. 결국 사운드트랙에는 이 노래의 오리지날과 맨디 무어의 리메이크 버젼이 모두 실려있는 셈이지요.


당연히 스위치풋의 오리지널 버젼은 영화중에서 만날 수 없지만, 맨디 무어가 부르는 "Only Hope"는 그야말로 이 앨범의 클라이막스를 이끄는 주제가 역할을 합니다. 사실 그 실질적인 수장은 스위치풋보다는 편곡자인 워렌의 공으로 돌려야 할겁니다.


심플한 피아노 연주로부터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곡의 느낌은 그야말로 웅장합니다. (그러고보니... 극중에서 이 노래가 불리워진 장소는 학교 공연장이었는데, 그 무대에 이런 대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위치할 공간이 있었던가요? ) 스위치풋의 어쿠스틱 발라드도 나름대로의 멋이 있지만, 워렌의 편곡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닌 '재창조'의 단계로 봐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맨디 무어의 노래들은 영화중에선 다소 심심합니다. 당연하죠. 뮤지컬 영화도 아닌데 스크린 안에서 태연히 돌아다니는 시골 소녀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면 분명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테니까요. 결국 뮤지컬 장면을 빌어서 부르는 "Only Hope"와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Cry"가 전부입니다.


사운드트랙에는 이 곡들 말고도 "It's gonna be Love"와 조나단 포어맨과의 듀엣 "Someday We'll Know"가 있지만 영화에는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Someday We'll Know"같은 경우에는 포어맨의 보컬만 들어간 버젼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좀 넌센스한 경우도 있었죠.


"Cry"는 뮤직비디오도 만들어졌지만, 이 곡도 무어의 이전 음반에 이미 수록된 곡이기에 결국 영화와의 연계를 생각하면 핵심적인 곡은 역시 "Only Hope"로 넘어갑니다.


가수로서의 무어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는 않은 셈이지만, 그래도 이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배우로서 출사표를 낸 여가수가 영화중에서 '가수'라는 직업으로 등장하여 잘 된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왜냐면 가수로서의 극중 이미지에 너무 무게가 실려서 영화의 균형이 깨지기 일수 였으니까요.


흥행성적은 좋았지만 악평을 받았던 휘트니 휴스턴의 [보디가드]나, 흥행/평론 모두 죽을 쒔던 머라이어 캐리의 [글리터]같은 영화들을 떠올려보세요. (베트 미들러나 바브라 스트라이잰드는 성공한 경우였지만, 그들은 이미 가수보다는 배우의 이미지가 더 강한 사람들이었죠.)


결국 [워크 투 리멤버]에서 맨디 무어는 가수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스토리에 영합한 적당한 수준의 선 안에서 머무르게 합니다. 영화나 사운드트랙 모든 측면에서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죠.



그 나머지 여백들은 당연히 사운드트랙의 다른 곡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탑로더의 "Dancin' in the Moonlight", 콜드의 "No One"이나 웨스트,굴드 앤 핏제럴드의 "So What Does It All Mean" 등 분위기 전환에서 리듬감을 실어주는 비트있는 싱글들이 대부분이지요.


물론 레이첼 람파의 '신곡' "If You Believe"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람파 특유의 정갈하고 소품같은 발라드로 무난하게 감성적인 느낌을 안겨주는 곡이죠. 극중에선 대단히 썰렁하게 지나가는 곡이지만, 뭐 그 비중만으로 절대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죠.



(2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