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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City on a Hill -It's Christmas Time]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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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Steve Hindalong & Marc Byrd

(2002/Essential)






일전에도 이야기했지만 [City on a Hill -It's Christmas Time]은 1995년 앨범인 [Noel]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이 홈페이지에도 리뷰가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Noel]의 전작인 [At the Foot of the Cross] 시리즈가 [City on a Hill] 시리즈와 유사점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 앨범이라는 대전제가 공통분모로 따라오다보니 그 유사성이 더 짙어져요. 어쿠스틱에 근거한 모던락 앨범이라는 점, 스티브 힌달롱이 제작을 맡았다는 점, "In the Bleak Midwinter" 같은 흔치않은 레퍼토리의 수록, 게다가 [Noel]에서 그녀의 남편 버디 밀러와 "Away in a Manger"를 불렀던 쥴리 밀러는 이 앨범에서도 똑같은 노래로 다시 참가하기까지 했네요!


심지어 [Noel]에서 처음 선보였던 "Babe in the Straw"의 리메이크는 마치 두 앨범의 유사성에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것 같아 보이기까지 해요.



하지만 개별적으로도 훌륭한 앨범에서 예전 앨범과의 유사함을 찾기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이야기거리 만들기에 지나지 않죠. [City on a Hill -It's Christmas Time]은 훌륭한 앨범입니다.


일단 앨범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곡들이 많다는 점도 어느정도 탄탄한 기획력을 대변해 주는듯 합니다. 타이틀 곡인 "It's Christmas Time"을 비롯해서, "Holy Emmanuel", "Child of Love", "Bethlehem Town", "Manger Throne"이 새로운 곡들이고, 사실 "Babe in the Straw"도 '고전 캐롤'은 아닌 셈이니 거진 앨범의 반이 새로운 음악들로 채워진 셈이죠.



신곡의 분위기들은 사실 크리스마스 특유의 밝은 분위기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굉장히 어두운 편이에요. 크리스마스 노래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둔중한 리듬을 타는 "Holy Emmanuel" 같은 곡들도 있지만, 사라 그롭스의 "Child of Love"나 자스 오브 클레이의 "Bethlehem Town" 은 딱 그들의 음반에서 나올만한 싱글들을 컷팅한 스타일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죠. 타이틀 곡인 "It's Christmas Time"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성탄의 밝은 분위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곡입니다. "Angels We Have Heard on High"의 후렴부를 차용하면서 모든 올스타 콰이어들이 함께 하는 이 곡은 그 느낌만으로도 너무 흥미진진해서 앨범의 기둥이 되는 핵심역할을 떡하니 하고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의 존재감은 다른 신곡들의 약간 어둑한 분위기마저도 상쇄시키는듯 합니다. 사실 이런 맥락도 어느정도 들어맞는것 아닐까요? 현대인들에게 성탄은 기쁜 명절입니다. 하지만 태고적 예수님이 나셨던 그 시기는 사실 엄청난 위험의 순간에 맞이한... 어찌보면 서글픈 기쁨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아까 위에서 다소 어두운 분위기라고 한 사라 그롭스나 자스 오브 클레이의 노래는 오히려 이런 느낌에 더 맞춘 곡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줄리 밀러가 만든 "Manger Throne"은 연이어지는 "Away in a Manger"의 전주 형식정도로 들리는 곡인데 역시 잘 만들어졌습니다. 앨범 전체를 줄기로 잡고 있는 흐름에도 잘 맞물리고요, 여기에 곡의 중간부터 "Away in a Manger"까지 등장하는 줄리 밀러의 특색있는 보컬도 반갑고요.


[City on a Hill] 시리즈의 전례를 따라 이 앨범에도 대선배 아티스트들이 참가했습니다. 줄리 밀러와 테리 테일러가 바로 그들이죠. 물론 더 콰이어를 축으로 한, 90년대 초반의 얼터너티브 필드의 재원들이라는 명성에 의지하여 참가한 것이겠죠. 그 명성에 걸맞게 이들은 탄탄하게 제 역할들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참가곡인 "Away in a Manger", "Manger Throne", "Holy Emmanuel" 이 너무 멋진 노래들이고요.



[City on a Hill] 시리즈 전반에 깔려있는 스타일의 일관성을 생각하면 의외의 아티스트들도 있습니다. 흑인 아티스트들인 아웃 오브 에덴과 마이클 테이트가 그들인데... 사실 이들이 모두 정통 블랙 사운드보다는 퓨전한 느낌의 R&B 팝이나 락을 구사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습니다. 아웃 오브 에덴의 "Do You Hear What I Hear"는 확실히 흐름에서 약간 돌출된다는 느낌도 들지만, 테이트가 리 내시와 함께 부른 "O Holy Night" 경우에는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그외의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훌륭합니다. 다만 식스펜스 넌더리쳐의 "Silent Night"와 폴 콜맨 트리오의 "In the Bleak Midwinter" 가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은 들어요. 차분한 스타일 중에서도 각각의 개성을 보였던 다른 노래들보다는, 조용한 사운드의 원곡에 걸맞게 새로운 느낌의 편곡이 거의 없었기에 이런 생각이 더 한 것일테죠.



그래도 2002년의 끝자락에 이런 명반을 만날 수 있다는건 참으로 귀한 경험입니다. 두번째 시리즈인 [City on a Hill -Sing Alleluia]의 감동이 아직도 지속되는 때에 갑작스레 만난 앨범이어서 다소 당황스러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이 관례대로 시즌에 맞춘 앨범 이상의 가치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앨범을 단 한번만 들어봐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2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