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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장윤영 [장윤영 1st]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이성만, 김한상

(2002/Color)





우선 아쉬운 점부터 시작하지요. 다른것도 아니고 부클릿 부분입니다. 글쎄요. 듣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수 개인의 곡에 대한 짤막한 단상을 적어 놓은 것은 세심한 배려같아 보여서 좋습니다.


다만 몇몇 곡의 주석(?)에 '기존의 CCM에서는 보기드문 펑키한 느낌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한국적인 R&B 형식의...' 식으로 장르에 대한 설명까지 세세하게 달아 놓은 것은 웬지 불필요 했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이 노래는 가창력을 요구하는 곡입니다' 운운하는 표현까지 나온건 정말 오버입니다.


쓸데없는 친절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장르해석이라는 관점에 있어서 그런 주석이 음악감상의 반경자체를 그어버리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런 주석은 카달로그나 앨범홍보 문구에나 필요한 거지, 음반 부클릿에는 불필요 합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이런 작업이 이 앨범이 지향한 방향을 견지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장점은 여기서 나옵니다. 장윤영의 첫 앨범은 아마 근간에 나온 앨범들 중에서 제일 다양성을 고루 갖춘 음반이라는 평을 들을만 할겁니다.


여느 앨범같지 않은 풍성한 트랙들도 이런 느낌을 주는데 한몫하지만, 앨범의 구성이 방만할때 이런 많은 트랙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해낸 셈입니다.



성악과 출신이라는 장윤영의 타이틀도 앨범에 그다지 투영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R&B 매니아로서의 기질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편이죠. 꽤나 많은 곡들이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장윤영의 보컬은 R&B 모사를 노력하는 가수들이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을 잘 피해가고 있습니다. (가창력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로) 꽤나 적잖은 가수들이 R&B라는 음악의 정통보컬들이 보여주는 '테크닉'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장윤영은 R&B라는 음악자체를 자기 자신의 보컬을 하나의 필터로 삼아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백보컬들이 동원되는 "아버지", "Hey Ye!", 특히 어노인티드의 "The Call"의 리메이크인 "부르심" 같은 곡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감각적인 음감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진행을 당연시하는 R&B 음악에 비해, 장윤영은 비교적 모범적인 진행을 이뤄나갑니다. 물론 기본적인 변주는 있지만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는 수준이죠. 결국 자기가 어떤 음악을 할 수 있냐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이론에 충실한 가수인 셈입니다.


물론 "그 이름 예수" (Lion and the Lamb) 같은 곡에서는 크리스탈 루이스의 리메이크 버젼을 의식한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스타일의 강조가 (특히 가사의 발음에서까지) 남용된다는 느낌도 약간 들거든요.


어쨌든 R&B에 대한 흠모를 장르에 대한 모사로 착각하는 가수들이 만들어내는 어색한 공정품이 쏟아져 나오는 때에, 장윤영의 이런 음악은 건실한 '창조작업'으로 봐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아마 기반이 튼튼해서이겠지요. 이런 가수라면 결국 음악의 귀결점은 어떤 노래들을 만나고 어떤 프로듀싱을 거치느냐에 달린 셈입니다.



다행이 앨범의 백업들은 훌륭합니다. 노래들도 멋들어지고 몇몇 발라드 송들의 편곡들은 발군의 수준입니다. 정갈함이 살아 있다고나 할까요. "하나님을 바라보라" 등 몇몇 비트있는 곡들은 다소 단조로운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발라드 파트의 정갈함이 너무 지나치게 따라온 결과가 아닌듯 싶네요. 그래도 "Hey Ye!", "아버지" 등의 노래는 참 좋습니다. 미들 템포의 "왜?"도 정말 색다른 느낌을 주고요.


게다가 전체적인 구성의 안배도 잘 맞아 떨어집니다. 장중한 이미지를 강하게 주는 "조율"은 마치 앨범의 클라이막스로 삼은듯한 축으로 작용하는데, 이런 요소들은 앨범 자체가 특별히 일관된 테마가 없음에도 음악들의 심상만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정말 "조율"같은 노래는 참 좋습니다. 싱글파워를 발하는 타입의 곡은 아니지만, 서사적인 느낌의 가사와 여기에 맞물리는 장중함이 오히려 앨범안에서 더욱 차분하게 은은한 힘을 보이는 그런 곡이에요. 이런 곡들이 들어가고도 -물론 간주형식의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두 개 들어가긴 하지만 - 앨범 수록곡이 15곡이나 된다는 것은 분명 장윤영 자신이 앨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짐작케 합니다.



바로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앨범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테마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던 프레이즈에 맞는 천편일률적인 가사들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장윤영의 노래들이 다루는 가사들의 범위는 그녀의 스타일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적절한 비유와 수평적인 관계로의 시선의 이동도 잘 이뤄져 있고요.


물론 다음 앨범에서 조금 더 일관성 있는 컨셉을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앨범의 전반에 흐르는 컨셉이 가수에게 있어서 필수사항이 될 필요는 없겠지요.


보컬과 세션이 너무 분리되어 들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가사가 또릿또릿하게 들리는 거야 물론 좋은 점이지만, MR을 옆에서 틀어놓고 부르는 듯한 어색함이 있습니다. 차라리 다음 앨범에서는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좀 극복 되었으면 하네요.



곡의 가사들에 담긴 고백과 비유의 모습이 잘 와닿는 제일의 이유 또한 -가사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이를 싸고 있는 음악이 좋아서 일겁니다. 명반이 모두 그렇듯이 장윤영의 앨범도 기본적인 모퉁이 돌이 잘 닦여진채 다양함으로 빛을 발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원론적인 부분으로 돌아간다해도 그녀의 음악에는 별로 손색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많은 스타일들을 선보였지만, 첫 음반의 작업에서 자신의 보컬과 역량이 제일 잘 매치할 수 있는 부분을 정제할 수 있었을 겁니다. 다음 앨범은 그 정제된 결과들을 다시 잘 가꾸어서 보여줄 차례입니다.


(20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