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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
(2001/푸른 사람들)
= 대걔의 음악들이 그렇지만, 음악장르란 것은 주법이나 형식 이외의 단순한 '느낌'만으로도 어필이 크게 될 수 있는 법이야. 포크라면 어떨까? 내 생각에 포크를 대변하는 느낌은 친근감과 편안함이야. 그래서 이런 면면이 크리스천 음악에 대입된다면 크로스오버의 기둥으로 부각될만도 해.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 그렇지만 댄스와 전자음악이 훨씬 대중적이 되어버린 것도 우리나라의 상황이지. 포크에 대한 인식은 '옛날음악'이라는 선입견이 먼저일껄.
= 댄스음악은 그냥 대규모의 시류에 따라가는 음악일 뿐이야. 한마디로 '잘팔리는' 음악이란 의미지. 게다가 그 시류도 극히 편향된 계층에게만 수용될 뿐이고. 내가 이야기한 크로스오버가, 잘팔리는 음악을 말한 것은 아니었어. 비기독교인에게도 자연스레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얘기한 것 뿐이야.
- 하지만 크로스오버의 성공은 곧 상업적 성과와 직결되지 않았었나? 미국의 경우에도...
= 에이미 그란트나 마이클 W 스미스같은 사람들만 생각하면 그렇지. 하지만 브루스 코번이나 마크 허드같은 사람들은 음반 판매량과는 무관하게, 대중적인 진출로 일반 음악계에서도 명성을 얻었던 사람들이야.
- 사랑이야기가 그 정도의 단계라고 볼 수 있을까.
= 세월이 좀 지난 뒤에야 알 수 있겠지. 힘주어 긍정이나 부정을 할 수는 없을걸.
- 장르 이야기를 했지만 [Beautiful]을 완연하게 포크음반이라고 볼 수는 없을텐데. 그들의 1집보다는 좀 더 어덜트 컨템퍼러리한 느낌이 나는 것이 느껴져.
= 늘 이야기하지만 장르 믹싱의 결과는 천국 아니면 지옥이야. 기본적인 장르에 대한 느낌을 풍부하게 머금은 상태에서의 업그레이드는 앨범의 밀도를 훨씬 높여주지만, '하다가 안되니까' 타장르에 눈길을 주는 짓은 자멸을 초래하지. 다행이 사랑이야기의 두번째 앨범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은데.
- 특히 앨범의 초반에 이런 경향이 짙지?
= 이런 구성은 '블럭버스터급(?)' 앨범이 잘 취하는 방식이지. 초반에 힛트성 잠재가 다분한 싱글들을 포진하는 방식 말이야. "주님의 숲", "그대와 함께", "이제 다시"같은 곡들이 여기에 해당되지.
- 그렇다면 그 이후의 곡들은?
= 팝적인 요소가 다소 감쇄 된다고 볼 수 있어. "자신을 잃어버린 왕자"같은 곡을 봐. 나레이션이라는 멘트가 붙어있지만, 말만 바꾸면 이건 토크송이야. 70년대 카페에서 예의 통기타 하나 들고 나오던 가수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지. 그 이후에도 "예닮아"같은 곡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이한 분위기로 일관되고 있어.
- 그러나 각 노래들도 기본적인 분위기의 골격에서 약간씩의 변주를 주잖아?
= 특히 어린이 찬양팀의 코러스가 큰 일조를 하지. 사실 이건 약간 아쉬운 부분이야. 코러스의 가세가 안좋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나라 음반에서 거의 출석부 도장처럼 있어온 시도가 한 앨범에서 두번씩 번복된게 약간 진부해 보이거든. 그렇지만 "자신을..."이 시적인 분위기를 주고 있기 때문에 서로 꽤 틀려 보이고, 궁극적으로는 음반 흐름에서 리듬감을 주기때문에 곡 자체로는 꽤 좋아.
- "예닮아"같은 곡은 진짜 아침 2집의 수록곡중 하나처럼 들리지?
= 아침 멤버들의 목소리가 특별하게 솔로 부분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이 참 재미있지 않아? 다분히 곡의 분위기에 의지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이런 변주는 전후의 곡들과 함께 흐름을 유연하게 해주지. "요나 이야기"도 다소 비슷한 느낌을 주지.
- 이곡들을 제외하면 "그들에겐"과 "목자와 양", "마태복음"같은 곡들이 남는데...
= 스크립트를 기반에 둔 서사적인 가사에 비슷한 무드를 일관 시킨 노래들이지. 가수들이 진짜로 청자들을 위해서 하고 싶던 이야기를 말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어. 음악적인 크로스오버와 별개적으로 앨범의 코어는 성경과 하나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천명하는 거야. 손영지 앨범 리뷰때도 같은 말을 했지만, 적어도 [Beautiful]은 앨범이 말하고 있는 바를 확실히 따라가는 앨범이야. 제작에 쫓겨 쭉정이만 남은 앨범들이 판을 치는 요즘을 생각하면 참으로 큰 미덕이지.
- 악기의 변화로 수미쌍관에 배치를 해둔 인스트루멘탈 곡들도 그렇고.
= 이 또한 친숙한 구성이긴 하지. 이 앨범의 구성은 몇몇 좋은 싱글만으로 평가절상 받는 여느 앨범들을 확실하게 압도하는 점이 있어.
- 특화된 장르만으로 어필을 하는 앨범은 아니지?
= 유리상자같은 팀때문에 가요계까지도 이런 장르에 조명이 가는 요즈음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런 앨범은 아니지. 게다가 장르 혼합의 하이브리드한 부분때문에 이 앨범에서 포크의 모습만을 봐야될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런 신경증 없이도 [Beautiful]은 훌륭한 앨범이야. 두어번의 감상에도 계속 주변을 맴돌며 앨범의 싱글들을 되뇌이는 그런 느낌있지? 그런 기분을 몇번씩이나 느끼게 해주는 앨범에게 무얼 더 바랄 수 있겠어?
(20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