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Tedd T., Joe P. & Aurel M
(2001/Sparrow)
꽤나 적잖은 사람들이 조이걸의 2002년 도브상 신인상 수상에 대해서 섭섭해 하는 눈치입니다. 일단 같은 후보였던 숀 그롭스의 "Welcome Home"이 '올해의 노래' 부문의 후보로 오르는 바람에 큰 비중의 포커스가 그쪽으로 향해졌었거든요. 전례도 적잖게 있습니다. 포인트 오브 그레이스, 제니퍼 냅, 마이클 잉글리시 같은 아티스트들이 모두 자신들의 곡으로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른 해에 신인상을 수상했었죠.
반면에 조이걸처럼 시상 당시 이미 앨범을 두 장이나 발표한 팀이 신인상을 수상한 전례도 있습니다. 아발론이 대표적인 경우죠. 결국 '전례를 따진' 시상의 공정성에 있어서 조이걸의 수상은 전혀 이상할게 없습니다. 아마 댄스/팝이라는 장르가 은연중에 주는 가벼운 느낌이 수상의 공정성에 대한 판단에 방해가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장르내에서의 감상이 주는 느낌을 연장시킨다면 조이걸의 음악은 참으로 멋집니다. 댄스/팝 장르가 주는 직설적인 느낌을 하나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런 장르에서 여성3인조라는 구성도 대단히 희귀하고요.
사실 이들의 데뷔 앨범 [ZOEgirl]은 제가 그다지 좋아하는 앨범은 아닙니다. 원색적인 댄스/팝 분위기가 맘에 들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웬지 예전 스토미 오마티언(네, 마이클 오마티언의 부인인 바로 그 사람)이나 킴 알렉시스가 만든 피트니스용 음반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런 기능성 음악들에 대한 폄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예 헬스/에어로빅용 음악이라고 표방하는 오마티언이나 알렉시스의 음반과는 달리 조이걸의 음반은 자신들이 직접 부르는 퍼포먼스가 있는 음악이니까요. 다른 가치의 선상에서 판단 되어야할 음악들이 유사하게 느껴졌으니 좀 아쉬웠던게 사실이죠.
그 제일의 아쉬움은 음악의 장르에서 느껴진 것이 아니라 신인이 갖는 어눌함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다행이도 [Life]는 이런 어눌함을 완연하게 떨쳐버린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르 특유의 색채는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어휘를 발휘하고 있어요.
다른 팀의 모사라는 느낌은 이 앨범에서 오히려 독보적인 독특함으로 전환됩니다. 물론 장르 특화에 있어서 유별날 것은 없지만, 여성 보컬의 특출함이 여기에 결정적인 새로움을 주고 있고요.
전작에서처럼 파워풀한 사운드를 많이 찾아보긴 힘듭니다. "Even If"같은 트랙도 스피디한 진행이지만 강렬함보다는 기교에 많이 의지를 하고 있고요, 대부분의 곡들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보컬보다는 세련된 분위기가 더욱 발전된 모습을 엿보이게 해줍니다. 앨범의 전면으로 나오는 "With All of My Heart", "Dismissed", "Here and Now" 같은 곡들이 모두 이런 느낌을 담고 있지요. 분명 테드 티를 위시한 멀티 프로듀서 진영들의 무공이 클겁니다.
이런 곡들이 "Plain"이나 "Waiting"처럼 훨씬 멋지게 만들어진 발라드 송들과 결합하면서 앨범의 전체를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무난한 분위기로 이끕니다. 전반적으로는 발라드 싱글들이 훨씬 멋집니다. 프로듀싱에 눌리지 않고 조이걸의 멤버들이 보컬앙상블을 훨씬 자유롭게 펼치는 곡들이기도 하고요.
물론 보코더등을 사용한 변주가 곳곳에 있긴 하지만, 최소의 활용으로 최적의 효과를 내었으니 별 불만은 없습니다. 이런 장르에서 이펙트의 남용이 줄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결과들과 비교해보면 [Life]는 정말 잘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재미있는 곡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한 "R U Sure about That?" 입니다. 한때 우리나라 몇몇 댄스그룹들이 클래식 샘플링을 사용하던 것을 떠올리게도 하고, 좀 유별나 보이기도 하지만 곡의 흐름과는 그럭저럭 잘 맞아요. 앨범내의 다른 곡들과 달리 직설적인 풍자의 메시지를 던지는 곡이기도 해서 더 특출나 보이기도 하고요.
그 외의 곡들은 전작이 그랬듯이 '고백'과 '동행'의 메시지로 일관 됩니다. 평이하지만 팀의 구성이나 장르의 성격을 생각하면, 결국 평이한 메시지들이 제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Life'라는 앨범 타이틀과도 잘 맞고요. 결국 크리스천이 삶을 사는 자세에 대한 것을 말하는 셈이니까요. (이 부분은 히든트랙에서 다시 강조됩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팀명 'ZOE'가 그리스어로 'Life'란 뜻이기도 하지요. 실질적인 의미에 있어서 이 앨범은 그들의 셀프타이틀 앨범이나 다름 없는 셈입니다.
이들중 발라드 싱글이 강해진 점을 생각하면 '고백'의 테마들은 더욱 더 노래들과 잘 어울립니다. 진실에 대한 믿음을 노래하는 "Truth"나 주안에서의 한결같은 마음을 노래하는 "Forever 17"같은 곡들이 이런 예이지요.
도브상의 수상이 엔진이 되었으니 이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에 무게가 실릴겁니다. 댄스/팝 장르가 멤버들만의 역량으로 완성되기 힘든 장르이니 만큼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의 백업이 중요하겠지요. 여기에 흔들리지 않는 음악관과 그 안에 담긴 신앙의 메시지까지 잘 동원된다면 다음 작품도 멋지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Life] 정도의 완성도만 된다 하더라도 저는 두손 들어 환영할 겁니다.
(2002/05)
PS1 : 앞서 말했듯이 히든트랙이 있습니다. "'A'dmit you're sinner..", "'B'elieve your heart..", "'C'onfess your sins..." 로 이어지는 '인생'의 A,B,C,D를 읊는 짤막한 메시지인데요.. 'D'에 해당하는 "Don't Wait till Tomorrow"가 제일 멋진 고백인것 같네요.
PS2 :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군요. 공식사이트에서 물어보니 그쪽 동네에서는 이 팀의 이름을 '조이걸'로 발음하는듯 합니다. 지적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리뷰 본문은 또다시 (세번째로) 수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