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Otto Price & Joe Chiccarelli
저는 바이더트리의 새 앨범을 참으로 기다린 축에 속합니다. 모던락 분야의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옥석을 가리기가 참으로 힘든 요즘때이지만, 첫 앨범 [Invade My Soul]의 힛트 싱글들이었던 "Reveal", "There for Me", "Walk"가 준 인상은 한해가 지난 이후로도 상당히 오래동안 유효했거든요.
하지만 새 앨범 [These Days]의 첫 느낌은 [Invade My Soul]과는 다소 틀립니다. 모던한 느낌이 풀풀 묻어나던 전작과는 달리, 오히려 복고적인 냄새가 더욱 짙어요. 레몬헤드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Into Your Arms"나 "Salvation Song", "(Jesus is My) Everything" 같은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이런 느낌이 정말 더하죠.
여기에 리드싱어인 척 덴니의 보컬도 이런 전작과는 달리 다소 엉뚱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Salvation Song"같은 곡에서는 우스꽝스러움을 일부러 의도한 듯한 장난스런 보컬이 정말 나오기도 해요.
이쯤 되니까 앨범의 분위기가 바이더트리라기 보다는 브래드 올슨의 밴드인 더 웨이팅과 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뭐 괜찮습니다. 강렬함과 정갈함은 많이 감쇄되었지만, [These Days]는 무지무지 유쾌한 앨범입니다. 복고지향적인 사운드에 따라 다양한 시도도 이뤄졌고요 (플레밍 앤 존의 존 마크 페인터가 호른 연주로 맛깔스러운 백업을 해준 "Salvation Song"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모던한 부분에서도 사운드의 완급이 없는 자연스러움이 배여납니다.
발라드도 좋습니다. 키보드가 곡의 선제를 맡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독특하지만 아무튼 "Your Presence"같은 곡은 앨범의 축을 잘 이루고 있고, 마지막 곡인 "When I Found You" 같은 노래는 아주 좋습니다. 이런 다양함들이 요소요소를 잘 이루고 있기에, 적어도 [These Days]는 지루한 앨범은 아닙니다.
[These Days]에 대한 아쉬움은 [Invade My Soul]과의 비교에서 나옵니다. "Reveal"의 서사적인 비장함이나, "There for Me"의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사운드의 스타일은 [Invade My Soul]이라는 앨범뿐만 아니라 바이더트리라는 그룹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죠.
하지만 [These Days]의 몇몇 곡들은 이런 이미지들이 보여준 길을 그냥 멍하니 따라갈 뿐입니다. "Change"나 "Satellite" 같은 곡들이 이런 행보를 따라가려고는 하지만 그 느낌이 너무나 작습니다. "Reveal"같은 비장미를 보여주는 곡은 거의 없고요.
결국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앨범에 대한 느낌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전작의 강렬한 싱글들이 팀의 색채를 규정해주었다면, 적어도 두번째 앨범에서도 이런 면모는 많이 보여줘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런 부분이 바로 [These Days]에 대한 실망스러운 평가를 내리게 해주는 잣대입니다.
물론 쉽게 폄하될 앨범은 아닙니다. 큰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후반부의 "Remain"을 비롯해 (아까 얘기한) "When I Found You"같은 노래들은 괜찮은 곡들입니다. 노래들 안에서 바이더트리의 개성만 좀 더 각인되었다면 이 앨범은 아주 얕은 차이로 전작에 필적할 명반에 오를만 했을 겁니다.
다소의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오히려 몇몇의 의외스러운 시도속에서 그들에 대한 가능성도 덩달아 남은 앨범입니다. 오히려 그들의 첫 앨범을 접하지 못한 모던락 매니아들이라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앨범이에요. (오히려 이 앨범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지요.)
(20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