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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벤자민 게이트 The Benjamin Gate [Contact] (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Quinlan

(2002/Forefront)






[Untitled]에서 큰 인상을 받은 팬들이라면 벤자민 게이트의 새 앨범에서는 무엇을 기대했을까요? 간단하게 데뷔 앨범의 연장선상에 놓인 스타일을 기대할 겁니다. 그 스타일이야말로 이들이 벤자민 게이트일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니까요.


이런 면면을 따진다면 [Contact]는 뭐하나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앨범입니다. 연주의 스타일은 한쪽에 머무르지 않고 전반적으로 보여지는 정갈함은 거의 절정에 달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라우드하고 그런지한 사운드를 날카롭게 제련된 칼이라고 본다면, [Contact]는 충분한 담금질과 광까지 낸 장검같아 보일 정도에요.



여기에만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다듬어진 세련미가 시소의 한쪽 끝을 누르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TBG 특유의 선병질적인 사운드가 묘한 발란스를 맞추고 있지요.


사실 이 부분들이야말로 [Contact]를 돋보이게 해주는 최고의 요소입니다. 앨범의 후반부 곡들인 "Violently" 나 "Fall Away"같은 (제목마저도 웬지 불안한!) 노래들은 이런 느낌을 최고조에 올려 놓습니다. 주변을 둘러쌓고 있는 믹싱의 요소가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곡에 내재된 독특한 요소들은 여전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곡들을 들어보시길. 이 곡들에서 아드리엔 리싱의 보컬은 그야말로 연주와 '따로' 놉니다. 악기를 통한 연주는 리싱의 보컬이 이끄는 멜로디를 보강해주는 반주라기 보다 노래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마치 일종의 사운드 이펙트처럼 들리거든요. 묘하게 어긋나는 이런 분위기는 코러스 부분에서 합치가 되면서 노래 하나의 줄기가 흐르는 동안 작은 클라이막스를 마크하게 됩니다.


올드 팝그룹 멘 앳 워크의 힛트 송인 "Overkill"의 리메이크는 이런 흐름을 증명하는 제일 좋은 예입니다. 전형적인 80년대 팝사운드였던 이 곡의 흥겨움은, TBG의 리메이크에서 반템포쯤 깍인 상태로 아귀가 안맞는 듯한 코드진행과 함께 흘러갑니다. 사실 좋은 리메이크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독특한 개성이 잘 드러났다는 것까지 부인하기는 힘든 그런 컨버젼이에요.



사실 [Contact]에는 보다 무난한 진행의 곡들이 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Lift Me Up", "This is Not", "Tonight" 같은 곡들은 스피드한 진행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죠.


이런 안배를 보다 보편적인 사운드에 영합한 것으로 보고 아쉬워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실험적인 사운드가 으샤으샤 정석대로만 나간다면, 밴드가 갖고 있는 재능과는 별도로 음악은 불편해지기 마련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다듬어 세련미가 들어설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 선행되어야 할 과제에요. 그리고 [Contact]는 이런 교체가 적정선에서 이뤄진 앨범입니다.



가사의 발전도 눈에 띕니다. 특히 일관된 부분은 나락으로 떨어진 개인이 더 높고 밝은 곳을 바라보며 되뇌이는 구원을 향한 목소리들입니다. "Lift Me Up", "The Calling", "This is Not", "Need", "Tonight" 등 전중반 태반의 곡들이 이런 줄기를 잡고 있어요. 이런 일관된 모습만 하더라도 정말 큰 발전으로 보입니다.


그 어조는 위에서 이야기한 음악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발산되고, 이 스타일들로 총괄된 앨범의 느낌은 정말 좋습니다. 최근 분위기까지는 "Do What You Say"와 "The Calling"의 차트 등극때문에 너무 이 곡들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듯 하네요.


좀 아쉬워요. [Contact]의 수록곡 전반에 담긴 맛깔스러운 음악성은 공평하게 평가되어 마땅합니다. 이번에도 이들은 멋지게 해냈습니다.


(2002/10)


PS : "The Calling"의 리믹스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이 버젼이 정식 수록될 예정이었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