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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Various [The Prayer of Jabez] (200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8.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John Hartley & David Zaffiro

(2001/Forefront)






책에 바탕을 둔 음반이 대부분 그렇듯이 [The Prayer of Jabez]에 대한 감상도 브루스 윌킨슨 박사의 책인 [야베즈의 기도]와 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짧은 성경구절을 갖고 그 해석에 대한 확장으로 진행되는 형식마저도 책의 진행과 닮아있을 정도에요.

물론 음반 버젼의 가사들은 책만큼의 깊이를 발휘하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한명의 저자가 쓰는 책과는 달리 음반은 여러명의 아티스트가 부른 곡들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이유겠지요. 가사의 대부분은 역대상 4장 10절의 '야베스의 기도'의 변주로 이어집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웃기기까지도 합니다. 영어가 잘 안들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앨범의 곡들이 계속 같은 가사와 표현들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을 거에요. 물론 성경의 스크립트가 유명한 크리스천 곡들에서 여러번 차용된 것은 우리가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구절을 인용한 곡들이 한 개의 앨범에서 만나는 경우는 분명 흔치 않거든요.


그러나 그 전개에 있어 이 앨범은 남다른 노력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역대상의 짧은 말씀중에서도 각 곡은 그 어절 혹은 주제에 강조를 둡니다. 그리고 그 순서는 앨범의 진행방향을 철저히 따르고 있고요.


한 번 차근히 보자면...


'이것이 나의 기도 (혹은 고백)입니다'("This is My Prayer") →
'야베즈와 같은 기도를 드리길 원합니다' ("The Prayer of Jabez") →
'내게 주님의 복을 더하게 하시고 ' ("Be in Your Blessing") →
'(저 경계를 넘어) 나의 지경을 넓히옵소서' ("Beyond the Border") →
'주님의 그 (위대한) 손으로 나를 도우시고' ("Touch of Greatness")...


이런 식이지요. 어찌보면 앨범의 트랙수가 짧은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이 앨범의 곡들은 모두 전체적인 연동이 되어, 구래의 신앙에 대한 고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야베스의 간구가 바로 시대가 드려야할 기도임을 강조하는 것이죠. 앨범 버젼은 윌킨슨 박사 책의 요점 정리판인 셈입니다.


물론 위에서 얘기했던 '반복'의 느낌이 초반에 좀 심한편이긴 합니다. 처음 두 곡인 "This is My Prayer"와 "The Prayer of Jabez"가 야베즈의 기도에 대한 일종의 서문 역할을 하면서 역대상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람에 가사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일겁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그래봤자 7곡이지만) 각각의 노래들이 맞추는 포커스가 뚜렷해짐과 함께 이런것도 어느정도 해소됩니다.



이 앨범에서는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앨범의 컨셉상 크레딧에 이름만 보이는 정도지만, 가디언의 제이미 로우나 (물론 솔로 앨범으로 활동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앨범전까진 참으로 뜸했던) 지오프 무어, 질 필립스, 마가렛 벡커 모두 한동안 적조했던 사람들이죠.


반면 새러 새들러, (벤자민 게이트의 리드싱어인) 아드리엔 리싱 등은 최근 크리스천 음악계의 신진 그룹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고요. 이 사이에는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 에린 오도넬, 필 케이기처럼 왕성한 활동을 유지해가는 중견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앨범내에서 듀엣곡 (혹은 솔로곡이라 하더라도 다른 아티스트들의 비중큰 백업보컬 지원을 받습니다) 으로 등장하는데, 모두들 실력이 있는 아티스트들인 덕에 이들의 앙상블은 참으로 멋들어지게 이어집니다.


다양한 느낌을 주는 면에 있어서는 여성보컬들이 한수 위입니다. 새러 새들러나 에린 오도넬처럼 가녀린 보컬이 마가렛 벡커나 아드리엔 리싱같은 락 보컬들과 만나면서 독특한 상승효과를 주고 있지요. 남자 보컬들의 듀엣에서는 이런 느낌이 그다지 크지 않아요. 필 케이기 정도의 보컬이 독특해 보일 정도죠.



물론 이런 앨범들의 완성도에 궁극의 영향을 준 것은 실력파 작곡가들 -조 벡, 브라이언 화이트, 스캇 크리페인, 스티브 테일러 (락아티스트 말고 뮤지컬 전문 작곡/편곡가인 스티브 테일러입니다), 레기 햄, 짐 쿠퍼, 빌리 스프라그 등-이 만든 멋진 노래들입니다.


인스트루멘탈의 별다른 변주 없이 비슷한 분위기로 일관되는 음반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 역량은 역시 노래들이 좋았기 때문이죠. 흠... 네, 음반이 짧기도 했고요. ^^;



[The Prayer of Jabez]는 고정된 컨셉의 밑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원숙한 기획력과 양질의 보컬들, 그리고 멋진 노래들이 뒷받침 된다면 몇 배의 다양성을 펼칠 수 있는 음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좋은 예입니다. 기획이 고정되면 거기에 모두 질질 끌려가는 몇몇 음반 기획자들이 좀 배웠으면 좋겠군요.


윌킨슨 박사의 연작인 [Secrets of the Vine]도 음반 버젼이 나왔지요. 기획상의 규모에 있어서는 더욱 축소된 모습입니다만, 이 정도의 완성도만 보인다면 충분히 기대할 만한 앨범일겁니다.


(2002/05)


PS : 국내 음반 판매처의 서평에 이 앨범의 가격에 대한 불만의 글이 있더군요. 물론 우리나라 라이센스 가격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것 보다 비싸게 파는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싱글도 아닌 앨범의 가치를 꼭 음반의 분량만으로 따지는건... 전형적인 다다익선의 사고방식같아서 좀 씁쓸하군요. 과연 7곡 분량의 이 앨범이 다른 정규 앨범보다 돈이 아까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