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아발론 Avalon [Joy] (200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2000/Sparrow)




크리스마스 앨범은 대부분이 기존곡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만드는 기존 캐럴들의 재해석이 관심의 초점으로 맞춰지게 마련입니다. 아발론의 경우라면 큰 기대를 해볼만 하죠. 보컬팀이긴 하지만 그들의 모든 앨범들은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영역내에서 뚜렷한 선이 그어지는 스타일들을 확실하게 구축해왔으니까요.


[Joy]는 이런 기대에 확실한 충족감을 줄 수 있는 앨범입니다. 활발하고 리듬감 있는 곡과 차분한 분위기의 노래들 중에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옛스런 분위기들이 다시 나눠질 정도로 모든 곡들이 다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런 다양성이 분할되면서 아발론이란 팀의 보컬역량이 좀 가리워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따지고보면 아발론의 앨범들이 대부분 다 이러했죠.


결국 [Joy]는 디스코그래피상에서 시즌 앨범으로의 이벤트적인 요소보다는 그냥 여느 프로젝트들의 연장선에 놓아도 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시즌 앨범의 특징인 무난함보다 음악적인 다양성을 증폭시킨거죠.


이런 분위기의 앨범에서 신곡이 한곡밖에 없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입니다. 아쉬운 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존 캐럴들의 다양한 리메이크를 듣는 기분도 쏠쏠합니다. 또 신곡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신곡못지 않은 참신함을 주는 곡들도 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가 [Merry Christmas]에서 불렀던 "Jesus Born on This Day"와 셀린 디옹이 [These are Special Times]에서 불렀던 "Don't Save it All for Christmas Day"의 리메이크가 바로 이런 곡들이죠. 이 앨범들이 94년, 98년작들이니 고전 캐럴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들의 메인 프로젝트도 아니니 -캐리나 디옹의 골수팬들이 아니라면- 곡자체로는 낯설 수 밖에 없지요. 아주 영리한 방법을 택했어요.


창작의 부재라고 탓할 필요도 없을듯 합니다. 걸출한 여성보컬들이 불렀던 곡이 편곡에 힘입어 네 명의 콰르텟 앙상블로 펼쳐진 트랙들은 흥미롭기 그지 없고, 성탄의 의미를 수직적인 찬양과 수평적인 화평의 메시지로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크리스천 가수들이 부르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으니까요. 이런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제가 보기에는 엄청난 창작의 발로입니다. ^^;



신곡인 "Joy"도 좋습니다. 앨범이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구식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당기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전형적인 댄스/팝 스타일 곡이에요. 그래서 곡 자체가 너무 앨범과 이원화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정도 곡은 하나쯤 들어갔을만 해요.


10곡의 트랙에서 신곡과 '신곡 비스므리한' 두 곡이 차지한 부분들을 넓게 확장시키는 역할은 메들리 곡들이 맡고 있습니다. 메들리 치고는 트랙도 풍성한 덕분에 이런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요. 곡의 분위기 보다는 주제에 따른 메들리 구성이라는 점도 참신고요. 제목그대로 "The Angels Medley"에서는 천사들의 찬양이 주제가 되는 곡들이, 그리고 "Manger Medley"에서는 구유에 놓인 예수님의 모습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가사로 담은 곡들이 얽혀져 있습니다.


정신없는 스윙 분위기로 달려가는 "Winter Wonderland"는 88년에 만들어진 스패로우 레이블의 [Christmas]에서 스티브 테일러가 불렀던 동명의 리메이크에 대한 오마쥬처럼 보입니다. 편곡은 다르지만 그 곡도 사뭇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되었었거든요. 테일러 특유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도 이 곡에 좀 남아있는 듯 하고요.


앨범의 전반부에 집중된 신곡과 '신곡 비스므리한 두 곡'으로 무게가 실리는 바람에 후반부가 좀 심심하기는 하지만, "Light a Candle"이나 "Manger Medley"가 이런 아쉬움을 상쇄시켜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We are the Reason"이 있지요. 아마 대중 크리스천 음악들 중 가장 위대한 캐럴이라고 할만한 곡이기에, 어지간한 보컬밴드가 리메이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무게가 쏠릴만 하죠.


사실 원곡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할 소지도 있는 편곡이긴 합니다. 곡의 가사만큼 데이빗 미스 특유의 애절한 보컬이 어울리는 곡인데 반해서, 아발론의 버젼은 오케스트레이션과 여러겹의 힘있는 보컬들이 결합되어 광대한 분위기를 한껏 발하거든요.


하지만 증폭된 스타일이 주는 특유의 비장감이 원곡의 애절함을 또 다른 방식으로 대체합니다. 특히 후반부의 편곡은 이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해주죠. 워낙 원곡의 느낌이 큰 탓에 그 추진력을 한껏 입고 있지요. 이처럼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명곡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 트랙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Joy"를 제외하고는 모던팝 스타일의 곡들이 적은 탓에, 몇몇 발랄한 곡들과는 별개로 앨범은 꽤나 복고적인 냄새가 나는데, 부클릿의 디자인들도 이를 반영하는 듯 합니다.


시즌 앨범 특유의 성격을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취향에도 무리 없이 어필하기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앨범이고요. 하지만 아발론의 음반을 좋아한다면, 앨범이 내려는 색채와는 무관하게 이 음반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겁니다.


(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