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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써드 데이 Third Day [Time]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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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Monroe Jones & John Dineen

(1999/Essential)



단정하고 댄디한 멋을 풍기는 브리티시 락의 물고에서 아메리칸 락이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유지해온 것은 말그대로 '미국다움'이었습니다. 거친 긴머 리, 찣어진 청바지에 방금 마신 듯이 굴러다니는 맥주캔, 듬성듬성한 턱수염에 어울릴 듯한 거친 보컬, 세련됨 보다는 터프함 그자체를 표방하지 않 은 듯 보이는 순수함- 이런 것들이 트레이드 마크화 되는 과정에서 아메리칸 락은 더 이상 브리티시의 물결에 대한 대안점이 아닌, 오히려 그 이상의 의미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모던락의 시류가 몰려들면서 크리스천 음악계에서 이런 아메리칸 락의 정통성을 고수한 팀이 써드 데이입니다. 첫 앨범이 독립레이블에서 발매된지 얼마 안되어 메이져 음반사에서 리프린팅 되는 기구한(?) 과정도 마치 대부분의 락밴드가 겪는 아메리칸 드림의 축소판 같구요. (사실 이건 좀 억지지요. '대부분의' 락 그룹이 겪는 과정이니까.) 무엇보다도 맥 파웰의 걸쭉한 보컬은 데이빗 커버데일이나 후티앤 블로우 피시의 그것을 연상시킵니다.


이렇게 '미국적인' 그들의 두 번째 앨범 [Conspiracy No.5]는 앨범 발표 당시였던 97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리차드 도너 감독의 영화 '컨스피러시' (Conspiracy Theory: 멜깁슨, 줄리아 로버츠 주연)에서 모티브를 차용했고, 앨범내의 깊은 메시지 보다는 이미지 컨셉트에 불과했지만, 웬지 '반미국적'인 음모의 열거들과 함께 역설적으로 도출되는 '애국'의 모습과 합치되어 재미있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팬들에게도 재미있는 느낌이었겠지만,웬지 가벼워 보이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죠.


세 번째 앨범인 [Time]은 심각합니다. 음악적으로도 그들이 보이고 싶었던 전반적인 분야들을 섭렵하는 한편,메시지 상으로도 그들이 지난 앨범들에서 보여왔던, 모든 메시지와 워십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타이틀인 'Time'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래는 네 곡, 그 중에서 "I've Always Loved You"와 "Don't Say Goodbye", "Sky Falls Down" - 이 세 곡에서의 '시간'의 의미가 '지금'을 기점으로 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의미한다는 점도 인상이 깊네요.


(나머지 한곡 "Give"에서의 'Hard Times'는 시간의 의미보다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더 가까우니 제외시키고요.)



[Time]은 음악의 흐름에서 전혀 서두르지 않는 느긋함을 보이는데, 오프닝 싱글이자 앨범중에서 제일 먼저 화제를 모았던 "I've Always Loved You"가 차분한 어쿠스틱 필로 시작하는 의외로움을 봐도 그렇습니다.


비트있는 싱글의 시작은 두 번째인 "Believe"부터이고, 이 때문에 "I've Always Loved You"가 prelude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Time]이 갖고 있는 방향자체가 이런 차분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만 볼수도 없습니다. 실제로 [Time]은 써드데이가 리유니언 시절에 발표한 두 장의 앨범들보다도 훨씬 차분한 앨범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던락 레이블의 본령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는 엣센샬로의 이적 이후에 제일 차분한 앨범이 나온 셈이죠.


전반적으로 [Time]은 써드데이의 워십버젼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그 정점에 놓을 만한 "Your Love, Oh Lord", "Give"같은 곡들이 앨범의 백미를 이루고 있는 점도 이런 분위기를 가속시키죠. 이들의 골수팬들이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앨범입니다.


프로듀서인 몬로 존스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첫 인상으로는 역시 팝-워십의 흐름을 잘 잡았던 크리스 라이스의 데뷔 앨범때의 역할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더 밀접한 이유는 어찌보면 써드데이 자신들이 크리스천 밴드로서의 자존감을 확인하기 위한 통과제로 볼 수도 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Time]은 써드데이의 디스코그래피상에서 다소의 차별성을 보인 앨범으로 남을 겁니다. 하지만 팬들이 그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이 앨범을 환영한다는 것은 그들이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의미와도 같은 거겠죠.



은근한 매력을 풍기는 앨범이고 반응도 좋지만, 성가신 바램으로는 다음 앨범에서 다시한번 헤비한 사운드의 영역도 건드려줬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의 실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만족에 따른 바램이니... 아마 같은 기대를 하는 팬들도 분명 많을 겁니다.


(20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