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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 Rebecca St. James [Transform] (200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6.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att Bronleewe, Dann Huff, Tedd T, Pete Kipley

(2000/Forefront)




1995년 호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온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가 첫 앨범을 냈을때만 해도 그녀는 그저 틴에이지 가수 열풍의 물고를 튼 귀여운 소녀가수였을 뿐입니다. 물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스타일은 틴에이지 음악의 전형, 혹은 우리가 틴에이지 음악의 전형이라고 생각한 것에 잘 맞물렸고, 결과적으로 데뷔앨범이 제임스의 음악적 반경을 구분짓는 경계선을 그어버린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별로 오래가지 않았죠. 두번째 앨범 [God]은 데뷔앨범의 관성으로 기대했을 법한 스타일보다 더 역동적이고 거친 앨범이 되었습니다. 사실 기대와 실제의 상충이 그리 매끄럽진 못했죠. 고지에 적응 못하는듯 앨범의 구성은 다소 휘청거렸고, 그저 제임스 자신이 음악적으로 지향할 스타일을 천명했다는 것이 제일 큰 의의라고 할 정도의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Pray]에 이르러서는 스타일의 고수가 점점 원숙미를 더해갔고, 이정도라면 다음 앨범에서는 완연한 궤도에 오른 제임스의 모습을 기대할 법도 했습니다.



[Transform]은 기대에 부합하는 앨범입니다. 물론 프로듀서나 엔지니어링의 백업이 있긴 했지만,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수뇌의 역할은 순전하게 제임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는 자신있게 뿜어져 나오는 보컬에서도 감지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스타일들이 제임스의 본령과도 같다는 일종의 느낌에서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어요.


여기에 락의 정형으로 스타일을 굳힐것 같은 제임스의 스타일이 어쿠스틱을 다소 벗어나 유로사운드 냄새 폴폴나는 믹싱과 보코더로 치장된 모습도 이전의 앨범과는 차별되는 면모를 보입니다.


프로듀서 진영도 이를 잘 반영합니다. 테드 티나 매트 브론리위가 뉴로사운드한 부분을 맡았다면, 댄 허프는 정통락의 기반을 잘 보여주는 색채를 나타내고 있지요. 특히 현란한 키보드 연주를 서두로 치장하는 전개는 브론리위의 특기인가 봐요. 이런 전개를 갖고 있는 "Don't Worry"의 전주부분을 듣자면, 디씨 토크의 컬렉션 앨범 수록곡인 "Say the Word"의 리믹스 버젼이 연상되거든요. 물론 둘다 브론리위의 프로듀싱작이죠.


앨범의 후반부인 "All Around Me"나 "Stand" 같은 곡에 이르러서는 (앨범의 평균적인 방향에 비해) 복고적인 리프사운드가 앞서는 락 성향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앨범 초반부에 가세했던 오케스트레이션의 가미로 보다 더 장중함을 더해주고 있고요. 특히 디트로이트의 실버돔에서 있었던 'Stand Up 2000' 행사를 위해 만들었다는 "Stand"는 마치 트와일라 패리스의 노래를 연상케합니다. 장중함의 테마를 전형으로 삼았던 패리스의 옛노래들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모던 사운드로 치장되는 전ㆍ중반부의 곡들에서도 이런 장중함은 계속 따라갑니다. "Intro"에 이어 나오는 헤더싱글인 "For the Love of God"이나 "Merciful", "Universe" 같은 노래들이 세션 오케스트레이션의 장중함을 유달리 수혈받은 곡들이죠. "Reborn"이나 "One" 같은 노래에서는 모던 인스트루멘탈의 현란함과 마이너코드의 비장한 전개가 오케스트레이션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요.


이에 비해 지극히 귀여운 노래도 있습니다. "Don't Worry", "In Me", "Wait for Me" 같은 곡들이 여기에 속하는데요, 장중한 싱글들에 몇겹의 무게를 실었던 제임스의 보컬은 이런 곡들에서는 다시 차분함에 일조하는 귀염스런, 혹은 차분한 보컬로 무리없는 전환을 보여줍니다.



이미 20대를 지난 나이임에도 [Transform]의 메시지들은 마치 틴에이지 시절의 열정처럼 꽤나 다양한 분야에 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For the Love of God"이나 "In Me" 같은 곡들은 절대적인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찬미를 담고 있고, "One" 이나 "Stand" 같은 곡들은 청소년 선교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 마치 제임스의 초창기 앨범이 갖고 있던 테마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곡은 미래의 남편을 위해 쓴 "Wait for Me" 입니다. 사랑에 대한 희망과, 차짓 무뎌질 수 있는 성적인 순결함에 대한 독백의 노래인 이 곡은 그 테마도 재기발랄하지만,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의 자작곡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합니다. 특히 조슈아 해리스가 쓴 책인 [I Kissed Dating Good Bye](국내에서는 'No 데이팅'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습니다) 의 권두언을 제임스가 쓴 적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제임스는 해리스의 다음 책인 [Boy Meets Girl]의 출간에 발맞춰 이벤트행사를 벌인 적도 있었죠.



[Transform]은 앨범이 갖고 있는 모든 요소를 통털어서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음악들로 만들어졌습니다. 동경하는 장르에 대한 성급한 모사가 아닌 장르를 압도하는 파워가 앨범 전반에 흐르고 있어요. 그만큼 보컬이 가리워지는 바가 없지않아 있지만, 이미 제임스의 음악은 어덜트 컨템퍼러리나 팝의 범위를 벗어난 총체적인 사운드로 무게를 두고 있기때문에 별로 아쉬워할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제임스의 차기작들도 이 정도의 수준만 보인다면 두 손들어 환영할 것 같군요. 하지만 이 여걸의 욕심을 엿본다면 뭔가 또 다른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은근히 해볼만해요.


(2001/12)


PS : [No 데이팅]에 대한 작은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그 책이 있으신 분은 권두언의 맨끝을 보시길. 원서에서 'Rebecca St. James'라고 한 부분을 번역판에서는 '세인트 제임스의 레베카'라고 해놨습니다. 역자가 'St. James' 를 지명으로 착각한거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