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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딜리리어스? Delirious? [Mezzamorphis]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Delirious?

(1999/Sparrow/Furious?)




[Mezzamorphis]가 처음 발매 되었을 때 화제의 이슈는 딜리리어스가 '대중 CCM' 그룹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전엔 뭐였는데? 물론 워십 그룹이죠. 그들 주장에 의하면 말이에요.


이게 합당한 정의일까요? 그 근거를 추측해보죠.

우선 음악 스타일은 거리가 멉니다. 그건 뭐 당연하고요.


가사에 담긴 수직성? 글쎄요. 이 부분도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전작인 [King of Fools] 는 커녕 그들의 데뷔 앨범인 [Cutting Edges] 네 장을 다 뒤져봐도 그들의 가사는 메인스트림 CCM의 평균 정도입니다. 이런 가사들이 워십이라면 샌디 패티나 스티브 그린은 찬송가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King of Fools] 가 나올때 까지만으로 적용합시다.)


웸블리 라이브 등의 워십공연에 참가? 이런 잣대로 워십 그룹의 여부를 가늠한다면 디씨 토크나 마이클 W 스미스도 워십 그룹, 워십 리더입니다. 미국 워십은 워십이 아닌가요 뭐.



결국 잣대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는거죠.



주장만으로 음악에 대한 정의를 할 수는 없겠지만, d:의 경우는 음반에서 가늠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리에 따른 일종의 마인드에 대한 천명인겁니다. 일단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올때도 일차적인 필터가 있었습니다. 물고를 튼 영국팀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도 배제 못하겠지요. ("오오..영국의 '워십'!")


그 상태에서 확고한 상업적 입지를 잡고 만들어진 이 앨범이기에 기대는 배가가 되었고요. 하지만 그만큼 간당간당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우선 [King of Fools]가 지나치게 싱글 파워에 의지한 앨범이었다는 겁니다. "Deeper"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화제를 모으기로는 99년 도브상에서 "Undo Me"와 함께 곁가지를 튼 노래였습니다. 결국 이 곡의 할로 이펙트로 앨범안의 다른 곡이 주목을 받지 못한채, 여러 매체에서의 이야기는 그들의 워십에 초점을 맞춘채로 빙글빙글 돌았지요.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이들의 팬진영은 더욱 두터워져 갔습니다. UK 진영과 US 진영 양공의 관심을 이끌었기 때문일까요? [Mezzamorhpis]는 발매되기 직전, 엔간한 기성팀 못지 않은 화제속에 인터넷 속의 참새들에게 이야기거리를 남겼습니다. ('d:Site Voting'이라는 헌정 페이지 컨테스트까지 있었답니다.) 과연 앨범이 발매된 후에 이 참새들은 어떻게 조잘 댔을까요?


제일 황당한 이야기는 이 앨범에서 제일 괜찮은 곡이 "Deeper"의 리믹스 (리메이크도 아닙니다) 버젼 "Deeper99" 정도라는 의견들이었습니다. 문제는 꽤 심심찮게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고, (제 주변에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두명이나 있었으니 말 다했죠.) 결국 이 앨범에 대한 상업적인 잠재성에 대해서 의견들이 조금씩 분분해졌죠.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닐겁니다. 또, 앨범이 나온지도 얼마 안되었고요. (큰맘먹고 EMI의 등을 탄 버진의 경우에는 아쉽겠지만 말이죠) 화이트하트의 앨범을 리뷰했을때 했던 얘기와 마찬가지로, [Mezzamophis]는 상업적인 면을 떠나서 이야기할 구석이 많은 앨범입니다.



d: 멤버들은 미국진출에 대해서 어떤 기분이 들까요? 웬지 [Mezzamorphis]를 듣는 기분은 영역의 확대에 눌리지 않기 위해 그들의 코어를 굉장히 집중적으로 커버하는 느낌이 들어요.


'무대 밑 마루'라는 제목의 헤더 싱글 "The Mezzanine Floor" 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듭니다. 영국식 표현을 타이틀 제목으로 쓴 것 말이에요. 아항. 영국 사람들이 영국 영어를 쓰는게 당연하겠지요. 하기야 성가신 부라림인거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마틴 스미스와 스튜어트 개럿이 [Mezzamorphis]를 가볍지 않은 앨범으로 만들기 위해서 쏟아부은 노력은 앨범의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습니다. 태반이 그 가사들 때문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이들이 생각하는 'Non-Worship'의 개념이 드러납니다. 자신들이 고백하고 싶은 '자신만의' 가사를 담는 것이 바로 이전의 앨범과 차별화를 시키는 요소인 셈이지요. [Mezzamorphis] 는 이런 면이 넘쳐나는 앨범입니다. 이즈음 되면 그들에게 있어서, 'Worship'이 무엇이었고, 대중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게 되지요. 결국 가사에 큰 무게가 담겨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아까 가사 얘기할때 [King of Fools] 까지만 적용을 시키자고 한겁니다. 참으로 야비하죠? ^^; )



프롤로그 역할의 오프닝 트랙인 "The Mezzanine Floor"의 가사에 담긴 '천국'의 이미지는 곧이어 두번째 트랙 "Heaven"으로 연결됩니다.


'난 무대 밑 마루에 있어. 내가 한번도 와보지 못한 곳이지. 이곳은 외로운 곳이야. 하지만 이곳은 은혜로 가득 차 있어. 난 언젠가 천국으로 올라갈꺼야'


이에 이어지는 "Heaven"...이 두곡의 이미지는 전작의 "Sanctify" 와 "Deeper"의 흐름과도 비슷하죠. "Sanctify"와 "Deeper" 의 가사중에 'How Long..' 부분의 멜로디와 리듬이 비슷했던 것처럼, 이 두곡에서는 'Heaven' 이라고 나오는 부분의 멜로디와 리듬이 비슷합니다. 우연일까요?


그 밖에...


'태양(Sun)처럼, 아름다운 태양 처럼...
은혜는 나의 이야기, 희망은 나의 노래..
그분(Son)처럼...아름다운 그분 처럼..' ("Beautiful Sun")


'중력이 날 잡아 당기는데..천국이 날 부르는 바람에..
내 머리가 빙빙 돌고 세상은 비비 꼬였지.
내 머리가 비비 꼬이고 세상은 돌고 있지.' ("Gravity")


[Mezzamorphis]는 진부해 보이기는 해도,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 골계미 어린 가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용을 고려한다면 모두 군침 삼킬만한 것이지요. 테크니션의 한풀이가 아니라 진짜로 앨범의 뼈대를 만드는데 더 신경을 썼다고나 할까요.


다만 몇몇 음악적인 요소가 앨범의 무게중심을 흐려 놨습니다. 일단 스패로우/버진 발매판을 기준으로 볼 때, 14곡으로 앨범이 짧지는 않은 편입니다. 게다가 후반부의 곡들이 늘어지는 분위기이기에 이즈음에서 [Mezzamorphis]의 음악 스타일을 고정시켜 버립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King of Fools]의 13 트랙에서도 전례가 있었지요.


앨범의 음악적 분위기만을 고려한다면, 후반부의 절정은 - 진짜 '워십곡'으로 만들어진 "Jesus' Blood" 도 아닌 "Deeper 99" 입니다. 이런 면면만을 따지면 아까 얘기한 앨범 발매 직후의 반응들이 무리도 아닙니다.


전반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비트가 있는 싱글들은 다분하지만, 이 곡들이 모아 졌을때, 기복을 따질 수 있는 밀도를 충분히 느끼게는 못합니다. 청룡열차를 여러번 탈때 느끼는 둔감함과 비슷 하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이 독특한 청룡열차는 몇번 타는 동안 군데군데서 느껴지는 흥분감이 사람을 계속 이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대충 말한 음악적인 요소와 더 위쪽에서 말한 가사의 골계미를 따지면 비슷한 팀으로 우리에게 남는 그룹이 누가 있나요? 개인적인 부분이겠지만, 저한테는 콰이어나 벡터, 세븐티 세븐스 같은 팀이 남네요. 게다가 지극히 개인 취향으로 몰아지는 앨범 내에서의 몇몇 트랙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변화에 정말 열광할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위에서 비슷하다고 예를 든 그룹들과 정통 워십 사이에는 메인스트림 분야의 수많은 가수들이 연결고리로 들어가야 하는데, d: 는 이 부문을 훌쩍 뛰어 넘은 거잖아요. 물론 정통 워십은 그들의 주장에 바탕한 정의지만요. (이것도 제 '주장'에 의한거지만..)


암튼 d:는 이 음반으로 국경도, 장르도 훨훨 뛰어 넘은 셈입니다. 이 부분이 예배 문화와 대중 크리스천 문화의 분야에서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는 바로 남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Mezzamorphis] 의 음악 스타일이 안정적인 상업적 개런티를 갖고 있다고는 여전히 확신하기 힘듭니다.



흠...미련이 남는군요. 한가지 더 얘기할 부분이 있네요.


그럼에도 d:가 [Mezzamorphis]에서 음악적인 면으로 원래의 가닥(?)을 남기고 있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것은 괜찮은 기량이 담긴 연주들, 그리고 마틴 스미스의 보컬입니다.


모던락 분야 리드 싱어들의 상당수가 무난함을 배경으로 다소 몰개성해 보이기도 하는 밍밍한 보컬 색채를 내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스미스의 보컬은 이런 부분을 완연하게 피해가고 있지요.


물론 스미스의 보컬도 어느 정도는 정형화된 보컬입니다. 크리스천 분야에선 크리스 이튼이나, 크리스 로드리게즈, 디씨토크의 케빈 맥스.... 그리고 일반 음악쪽에선 U2 의 보노를 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보컬이 d:의 음악과 만나면서 그들의 노래는 새로운 호소력과 나름대로의 색채를 지니게 됩니다. 뭐니뭐니 해도 스미스는 역시 d: 최고의 보물입니다.


CCM 매거진의 데이브 어번스키가 이 앨범의 리뷰를 쓰면서 "80년대 초창기의 U2"에 비견을 했는데.... (그 후에도 이런 비유를 여기저기서 봤습니다만) 이런 판단들의 저변에는 아무래도 스미스의 보컬에서 받은 큰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네요. (아일랜드가 영국은 아니잖아요?)


무책임한 결론이 될 수 있겠지만, [Mezzamorhpis]는 이 앨범이 배급되는 루트에 따른 상업적인 인지도 측면 이상으로 d: 의 디스코그래피상 중요한 앨범이 될 겁니다. 여기에 이들이 보다 더 박차를 가해줄지는 다음 앨범을 기다려 봐야겠지요.


괜찮은 앨범입니다. 만족할 만하지는 않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요소들을 잘 충족 시켜줬어요.


(199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