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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자스 오브 클레이 Jars of Clay [If I Left the Zoo]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Dennis Herring

(1999/Essential)




모던락이 하드 사운드의 대안점, 복고로의 전향적 시도라는 점 이외에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지식적인 철학과 비판을 담은 신진세력들의 음악으로 대변되던 때가 있습니다.


'때가' 있었다면 요즘은 아니라는? 어느정도는 맞습니다. 그야말로 '아무나' 이런 음악들을 하니까요.


이런 추세를 생각한다면 모던락의 범주 통칭이었던 'alternative 록'이란 명칭이 지금도 통할 수 있을지 과연 의문입니다. 스타일이 아닌 음악경향 으로서의 '얼터너티브 록'을 최근의 모던락에 대입시키는 평론가들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도 자스 오브 클레이는 원론적인 얼터너티브의 시초에 맞물리는 경로를 걸어온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철학적인 가사들은 약간의 난해한 느낌을 담으면서도 듣는 이들의 공감대를 쉽게 얻어냈습니다. 노아 할아버지가 겪었던 40일의 홍수에 빠진 나를 가정하는 가사는 분명 우리에게는 낯선 상상력이었으니까요.


두번째 앨범 [Much Afraid]는 대힛트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창작욕이 충분히 반영된 앨범이었다고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들의 데뷔 4년만에...기간만으로 따지면 거의 5년만에 세번째 앨범 [If I Left the Zoo]가 발표되었습니다.

본작은 싱글 타이틀이 먼저 길을 트는 선례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들의 장기중 하나인 영화 사운드 트랙 참가였죠. 작년에 미국에서 일었던 하이틴 코메디 물의 붐에 편승한 영화였던 [Drive Me Crazy]의 OST에 삽입된 "Unforgetful You"는 다른 곡들과는 틀리게 사운드트랙내의 헤드 타이틀로 수록되었죠. 이 정도로 Jars가 OST에서 비중을 차지했던 적은 기존곡이었던 "Flood"가 영화 [Hard Rain]의 주제곡으로 쓰였던 정도일것 같군요. (이 곡은 [Hard Rain] 사운드트랙에서 스코어가 아닌 유일한 노래였죠.)



아무튼 "Unforgetful You"를 필두로 만들어진 [If I Left the Zoo]는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이 세번째 앨범이 두 장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갖는 최강의 장점은 앨범의 흐름에 있어서 스타일의 다양함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Much Afraid]나 심지어 그들의 최고 힛트 앨범인 셀프 타이틀도 각각의 노래들은 멋졌지만 앨범 흐름의 기복이 두드러지지 않기에 다소의 지루함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독특한 스타일- 특히 다소 늘어지는 리듬의 라운지 송이나 가스펠, 재지한 분위기가 앨범의 곳곳에 배치 되면서 양념 역할을 톡톡하게 합니다. 이런 흐름이 기존의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각각의 노래들의 높은 완성도로서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Sad Clown"이나 오프닝의 "Good Bye, Good Night"같은 곡들이 이에 속하지요.


그렇다고 전작들에 비해 심한 이질성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프로듀서인 데니스 헤링이 브루스 혼스비나 카운팅 크로우스의 프로듀서(99년의 [This Desert Life]의 프로듀서였습니다.) 였다는 점도 크게 어필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앨범만을 듣는 느낌으로는 말이에요. 어쨌든 프로듀서보다는 팀의 색채가 더 앞서는 음반을 만드는 경향이 있지요.


스타일의 변주에도 불구하고 이런 느낌이 드는것은 곡의 측면에서 이들이 단순히 '도입'만을 시도한데 그친 것이 아니라 적절한 흐름으로 변용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락 무드의 곡들도 역시 평균점 이상의 기량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Unforgetful You"를 이어 차트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Collide"라던지 "Can't Erace It"같은 노래들이 이에 속하고요. 그리고 남는 것은?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범주에 들어갈만한 "Famoust Last Words", "Hand", "No One Loves Me Like You" 등이 지요.


아무튼 이 모두가 걸출합니다. 약간 낯선 느낌의 곡들도 앨범과 분리해서 생각한다 하더라도 곧 친숙해집니다. 마치 토이크레인으로 장난감을 찝어냈을때 맘에 안들어 보이는 인형이 걸려 나오더라도 몇일 갖고 놀다보면 의외로 정이드는 그런 기분이에요.



댄 하셀틴이나 멤버들의 백보컬은 연주나 곡들의 분위기를 제치고, 이 앨범이 자스 오브 클레이의 것일 수 있게하는 유일한 끈입니다. 테크니션이라던지 풍부한 성량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평이함이 햇수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개성적인 부분으로 남게된 경우라고 할 수있겠지요.


연주면에서는 2집인 [Much Afraid]에 더 닿아있습니다. 사실 이 표현보다는 1집의 느낌이 리바이벌 되지는 않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군요. 아무튼 그들의 데뷔 당시의 음악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락무드와 어우러지는 스트링의 선율이었는데, 이런 면이 그나마 조금 남아있기라도 했던 2집에 비해서, 이번 앨범에서는 아예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1집과 같은 분위기의 독특함을 다시한번 맛보고 싶은 팬들에게 3집은 오히려 실망스러운 앨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이를 기다리는 팬들은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골수팬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스타일 고정만을 주장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If I Left the Zoo]는 안전한 흐름을 택하기 보다는 원숙한 변화가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앨범의 타이틀 [If I Left the Zoo]는 어떤 낯선 상황에서 우리가 부딪힐 수 있는 생각에 대한 상상력을 컨셉으로 한 타이틀입니다. 하지만 컨셉으로 잡고 있는 부분들을 앨범의 각 곡들에 정연하게 대입 시킬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단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컨셉에 따른 해석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충분히 끌어다 놓을 수 있기 때문이죠.


'동물원'이라는 단어 자체를 연상시키는 곡명이라고는 "Sad Clown" 정도밖에 없구요. (하긴 이것도 억지네요. 광대는 동물원 보다는 서커스에 어울리죠.)



하지만, '동물원'에서의 내 모습이 과연 세속 혹은 하나님의 보호 중 어느 곳에 더 가까이 있었느냐에 따라 또 다른 코걸이 (혹은 귀걸이)도 달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전반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 그리고 그에 대한 감사함이 '회상'같은 느낌을 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프리미어 싱글의 제목에도 'Unforgetful'이 들어가잖아요.


말이 나온김에...이 곡은 참 독특합니다. 영화 사운드트랙에 실린 곡 치고는 참 가사가 직설적이에요. 물론 그러지말란 법은 없지요.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은 크로스오버를 위해 재단된 싱글들이 옮겨지게 마련인데, "Unforgetful You"는 앨범의 주제까지도 꿰고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입니다. 그런데 실상 영화는 하이틴 코메디라니요!



이래저래 동반된 배경때문에 "Unforgetful You" 에만 너무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고른 완성도를 생각하면 기우입니다. 다시 한번 메인스트림 양공을 노려볼 만한 수작이 나온 셈이네요.


(2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