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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벤자민 게이트 The Benjamin Gate [Demographics]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Paris Lucas, Thux & The Benjamin Gate

(1999)







일단 사전 설명을 좀 해야겠지요. 이 앨범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밴드였던 벤자민 게이트가 오버그라운드의 필드로 올라서기 직전에 거쳤던 녹음 작업의 결과입니다. 그야말로 초짜그룹의 풋풋한 내음이 풍기는 일종의 비망록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부클릿에 있는 설명들만 봐도 그 치열했던 순간들이 잘 적혀있습니다. 최초에 만든 독립 앨범으로 필요한 자금을 모은 뒤, 간신히 빈 스튜디오를 빌려 9일간동안 기거하며 간신히 8곡을 믹싱하고 어쩌구 저쩌구...


물론 이 앨범때문에 지금의 벤자민 게이트가 존재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이 앨범이후 이들은 포어프론트와 계약을 맺고 첫 앨범 [Untitled]를 발표하게 되었으니까요.



여느 그룹들의 독립음반처럼 이 앨범도 그룹의 초기시절 모습을 완연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그 차이가 큽니다. 인스트루멘탈의 열악한 여건도 별로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지만, 실상 앨범 전체에 어떤 재기 발랄함이 넘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일전에 [Untitled]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스크래칭이나 메마른 듯한 일렉 사운드가 여기선 훨씬 더 원색적으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메이져 데뷔 이후 보여졌던 원숙함이 아직 덜 숙성된 상태여서 그런지 사운드가 조금 신경을 긁는 면도 없지 않아 있어요.


곡 구성의 안배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To Get Thru" 같은 곡은 거의 전주의 수준밖에 되지 않고요, 하모니와 멜로디의 유기적인 구성이 있는 곡들보다는 사운드의 변주에 대한 실험적인 부분이 더욱 우선이 되고 있는거 같아요.



하기야 정규 앨범도 아닌 데모 음반을 들으면서 이런 점이 불만이 되어선 안되겠지요. 이런점을 감안하고 들으면 오히려 앨범 밑바닥에 탄탄히 어려있는 이들의 독특한 개성이 더 부각되기도 합니다.


마치 완성된 요리보다는 요리에 쓰일 재료들을 늘어놓은것 같아요. 완성된 요리처럼 구미를 당기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들이 재료를 고르는 안목이 출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앨범입니다.


또, "Give It Up"이나 "Olah"처럼 그들의 정규 앨범 수록곡들의 초기버젼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앨범의 매력중 하나입니다. ("Give It Up" 은 [Contact]의 수록곡인 "Need"의 오리지널이고, "Olah"는 [Untitled]의 수록곡이었던...제목의 철자를 한번 거꾸로 읽어보세요.)
 


앨범에 담긴 신인그룹의 파란싹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아울러 이런 이들의 재능을 감지하는 기획자들의 선견지명까지도 부러워지는 그런 앨범입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데뷔와 동시에 두개의 넘버원 싱글을 만든 발군의 신인팀을 만날 수 없었겠지요.


(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