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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캐롤린 아렌즈 Carolyn Arends [This Much I Understand] (199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Dan Marnien & Carolyn Arends

(1999/Reunion)




캐롤린 아렌즈의 95년 데뷔작인 [I Can Hear You] 의 성공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CCM 계에 남겼는데, 싱어 송 라이터 그리고 기타리스트 등 종합적인 역량을 갖춘 여성 싱어들의 줄이은 등극의 분기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큰 의미를 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I Can Hear You]는 대단한 앨범이었습니다. 96년 도브상 신인상 부문에서 자스 오브 클레이가 없었다면, 다음 수상의 가능성이 제일 다분했던 사람으로 이 발군의 여성 아티스트를 꼽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이 앨범에서 보여진 음악적인 기량의 풍성함은 그녀가 큰 무리 없이 소포모어 컴플렉스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까지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97년 앨범 [Feel Free]는 이 기대에 어긋났고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앨범이 되었는데, 그 첫번째 이유는 아렌즈의 어쿠스틱한 면모 대신에 너무나 많은 일렉 사운드들이 치장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도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의 도입은 소포모어 컴플렉스가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올때 가수들이 아주 애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시도에는 언제나 큰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일전에 다른 앨범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던것 같군요. 지나친 스타일의 변용은 고정팬들에게 이질감을 안겨줄 수도 있고, 이 때문에 앨범을 한없이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그 제일 큰 위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패의 열쇠가 될 수 있겠는데, [Feel Free]는 그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앨범은 아니었습니다. 아렌즈의 뒷심이 부족했던 셈이지요.



[This Much I Understand]는 아마 아렌즈가 상당히 절치부심 끝에 만든 앨범이었을 겁니다. 아렌즈의 팬페이지에서의 홍보 카피가 "그녀가 다시 어쿠스틱의 스타일로 돌아왔다" 였을 정도니 말 다했죠.


아렌즈가 [Feel Free]가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점을 확실히 간파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This Much I Understand]는 다시 이 부분의 잇점을 타고 돌아온 앨범이 되었을까요?



안타깝게도 [This Much I Understand]는 만족할 만한 앨범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 불만족스러움의 이유에 대해서 상당한 부분이 [I Can Hear You] 의 후광때문인 점도 인정해야 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Feel Free] 에서 보여졌던 아쉬움과 일맥상통 합니다. 그것은 귀에 붙는 느낌의 멜로디와 리듬의 곡이 많지 않다는 점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성공한 데뷔 앨범 이후의 두번째 앨범이 갖는 불리함은 정말 언제나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I Can Hear You] 의 곡들은 그녀의 데뷔 이전에 오랜기간을 두고 만들어졌지만, 이후의 두장의 앨범들은 각각 2년 정도의 준비기간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2년은 멋들어진 곡들을 만들기에 부족한 시간이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이 때문에 이 앨범에 대한 아쉬움을 브라운 배니스터가 프로듀싱을 맡지 않았다는 이유로 크게 부각시킬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아렌즈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서 최적의 배합을 이끌 정도의 역량은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녀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직접 맡았습니다.)


많은 부분이 있지만 [This Much I Understand] 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은 싱어로서, 연주자로서, 프로듀서로서의 아렌즈가 아닌 작곡가로서의 아렌즈 였습니다. 실제로 아렌즈가 갖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 바로 그 부분이었고요. 그녀의 보컬이나 연주 실력이 발군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 었잖아요?


물론 "Go With God" 같은 아름다운 싱글은 이미 싱글차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지요. 하지만 비트 있는 싱글 곡의 부재는 자신만만함이 겁없이 뿜어져 나오던 첫 앨범과는 너무나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흔한 테마(?)를 담고 있는 가사의 개인적인 재조명과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발하는 아렌즈의 가사들은 여전히 이 앨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One-Syllable Words" 라던지 "In Between" 같은 곡들은 노래로서도 썩 괜찮은 곡들이기에 그런 부분에 플러스 요소가 됩니다.


마지막 곡인 "We've Been Waiting For You" 같은 곡들은 데뷔 앨범의 "Reaching" 과 같은 곡의 연장 선상에 놓을 수 있는 곡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앨범의 전반적인 느낌은 다 이 모든 것에서 축소된 느낌입니다.



곡 자체들의 연주나 이끌어지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수려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97년 부터 형성된 아렌즈 주변 세션들의 조성된 팀웍 분위기가 정점에 올랐기 때문일겁니다. 언제나 그녀의 앨범에서 함께 했던 고든 케네디나 마이클 로즈같은 친구들의 도움도 컸겠고요. 여건상으로나 개인적인 잠재력으로나, 좋은 노래들을 더 만날 수 있다면 아렌즈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하지만, 새 앨범을 감상하면서 계속 '[I Can Hear You]는 정말로 명반이었다'는 엉뚱한 생각만 해댔으니, 이 앨범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상황을 좀 이해해야 할 듯 하네요.


(199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