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John and Dino Elefante
(1998/Pamplin)
기세 좋게 시작한 니키 리온티의 데뷔 앨범은 여러모로 재키 벨라스퀘즈의 면모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우선 나이가 같죠. 벨라스퀘즈가 중견 프로듀서인 마크 하임머맨의 지원을 업고 시작했다면, 리온티의 경우에는 역시 락 분야의 일인자인 존 과 디노 엘레판트 형제가 있고요. 마지막 곡인 "One World" 를 듣노라면 분위기나 메시지 면에서 "We Can Make a Difference" 가 생각이 안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Shoelaces" 같은 곡은 (분명히 "On My Knees" 이전에는 작곡으로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니콜 뮬렌이 작곡을 해주기까지 했네요. 하하..
그러나 이런 내부적인(?)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 다면, 리온티의 앨범에 대한 표면적인 느낌은 벨라스퀘즈의 경우와 많이 틀립니다. 16살이라는 나이를 뛰어넘는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벨라스퀘즈와는 달리, 리온티는 16살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얼굴이죠.
이는 음악에서도 반영됩니다. 분명 목소리는 뛰어나지만 리온티의 보컬이 나이를 뛰어넘는 성숙미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야말로 '뛰어난 16세 보컬' 이상의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이유로 [Shelter Me] 를 낮게 평가 할 수 있을까요?
이는 관점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벨라스퀘즈의 성숙미는 분명히 그녀의 앨범이 세간의 관심들을 얻을 수 있게 한 결정적인 요소였지만, 그렇다고 틴에이져 가수가 나이를 뛰어넘는 면모를 보이는 것이 필수 요소일 이유는 없습니다. 나이에 맞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절대로 실력 폄하의 원인으로 놓을 순 없죠. 가까운 예로 에이미 그란트의 초창기때 모습이 있지 않나요?
[Shelter Me]는 잘 만들어진 앨범이고, 리온티의 보컬에 맞아 들어가는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앨범도 지루하지 않고요.
그러나 [Shelter Me]에 대한 높은 평가는 여러 면에서 힘듭니다.
이는 -참으로 불공평하게도- 리온티의 어린 나이때문에 많은 기대치가 이미 생성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기대치는 역시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와 벨라스퀘즈에 의한 것입니다. 그들의 나이가 아니라, 그들이 남겼던 상업적인 성과 때문이죠. 물론, 이제 제임스는 20살, 벨라스퀘즈는 18살이 되었지만 그들의 데뷔 당시의 자취는 지울 수 없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틴에이지 가수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거든요.
두 번째는 락과 모던락 레이블인 올가닉을 소유하고 있는 팸플린의 성격과 프로듀서였던 엘레판트의 이름값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면모를 감지하고, 리온티가 틴에이지 여성 '락' 보컬임을 기대했지만 막상 나온 앨범은 전혀 그렇지 않았죠.
이 부분은 상당한 맹점으로 작용될 수 있는데, 앨범의 수록곡 들이 듣기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리온티만의 것으로 취할 수 있는 개성적인 면모는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제프 실베이, 니콜 뮬렌, (페트라의 키보디스트였던) 짐 쿠퍼, 밥 패럴, 그렉 넬슨, 존 엘레판트 등 앨범을 위해 곡을 써준 멤버들은 정말 쟁쟁합니다. 장르도 다양한 이 멤버들이 그야말로 '딸같은' 가수를 위해 써준 노래들은, 대견하게도 리온티의 보컬에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 들입니다. 물론 이 곡들을 소화해낸 리온티의 역량에 큰 점수를 줘도 되겠지요.
정말로 아버지와 딸 같은 커플인 존 엘레판트와의 듀엣곡 "Love One Another" 는 참으로 괜찮군요. 둘이 노래 부르는게 자꾸 상상이 되네요.
오프닝인 "It'll be Alright" 와 "Everlasting Place" 등에서 느껴지는 리온티의 보컬은 자신 만만함 입니다. 굉장히 의식적으로 보컬의 기교를 보이기 위한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물론, 자기만의 개성을 취하지 못하는 점은 개선해야 하겠지만, 이런 부분을 주저함 없이 발산하는 모습은 당돌함마저 느껴지는 군요.
이런 부분이 조금 더 계산된 세련미와 함께 배합 된다면, 리온티의 다음 앨범을 기대해봐도 될 것 같군요.
[Shelter Me]의 젊은 가사 -모두가 함께 하는 화합, 어린 나이지만 온전히 바치는 고백의 모습- 는 벨라스퀘즈나 제임스의 데뷔시절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그 느낌 그대로입니다. 리온티도 1,2년 지나면 이런 부분에서 더욱 성숙해 갈까요?
그렇겠지요. 요즘 애들은 워낙 빨리 크니까.
(199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