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Brent Bourgeois & Craig Hansen
(1998/Word)
최근에는 제작자나 작곡가로 정착해버린 분위기지만, 그래도 신디 모건의 많지 않은 디스코 그래피에는 굉장히 풍족한 이야기거리와 들을 거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신디 모건의 음악 활동중 분기점이 나뉘어진 시기는 1994년이었습니다. 팝/댄스의 신성으로 갑작스런 상승세를 타던 모건은 두장의 앨범 발표후 음악활동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재정비를 위해 이스라엘로 성지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 이후 나온 앨범인 [Under the Waterfall]부터 모건의 음악은 대폭 바뀌었죠. 음악적으로나 메시지 측면 모두요.
특히 96년의 [Listen]은 음악적인 변화를 두드러지게 보여준 앨범으로 회자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순례의 영향이 더 전면으로 드러난 앨범은 98년의 [The Loving Kind]입니다.
알려진대로 이 앨범은 예수님의 마지막 7일간을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낸 앨범입니다.
비범하면서도 분명 만만찮은 계획이었죠. 이 앨범은 운문적인 심상을 다뤘다기 보다는 제한된 기간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구현하는 형태였으니까요. 표현할 수 있는 반경과 소재는 제한되었지만, 구체적인 표현을 위한 세세한 부분들은 상상력을 덧칠해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더더욱 뮤지컬 같습니다. 한명의 캐릭터가 나와서 독백을 읊는 형식으로 말이죠. 베드로의 고백인 "The Loving Kind", 막달라 마리아의 노래인 "Take My Life", 그리고 예수님의 독백들인 "Can You Hear Me", "Higher" 처럼 앨범 대부분의 곡들이 바로 이런 형식입니다.
뮤지컬 같은 구성은 앨범의 규모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때문에 많은 지원군들이 이 앨범을 도왔죠. 듀엣으로까지 참가한 웨스킹을 비롯해, 마이클 W 스미스, 크리스 라이스, (아발론의) 조디 맥브레이어, 탐 하워드, 크리스 라이스 등이 크고 작은 부분들로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큰 시도도 앨범 전체가 한명의 여성 아티스트의 보컬에 이끌려진다는 사실이 큰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앨범의 가사로는 다양한 화자가 나와야 하는데, 이 앨범은 옴니버스가 아닌 솔로 아티스트의 앨범이었으니까요.
그러나 [The Loving Kind]는 꽤나 과감한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습니다. 보컬이 동일할 수 밖에 없기때문에, 여러 음악장르를 트랙마다 맞대며 배치한 것이죠.
그 결과 어느정도 동일한 장르위에서 앨범이 펼쳐지는 것이 아닌, 스타일의 다양함 위에서 스토리의 일관성이 부각되는 -음악적 시도로는- 정말 독특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창세의 원죄를 말하기 위해 첫 곡 "In the Garden"에서 현악만을 사용해 클래시컬한 음악으로 만든 것은 그 작은 예입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노래한 "The March"는 아예 무슨 라운지 바의 가스펠 파티같은 분위기까지 조성합니다.
개개인의 캐릭터를 표현할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롯 유다의 노래인 "Devil Man"은 단조위주의 어두운 분위기, 베드로의 "The Loving Kind"는 메이져 코드로 나긋하게 가는 재즈 분위기,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의 "Take My Life"는 전형적인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발라드로요.
이런 모건의 시도가 제대로 앨범의 테마와 맞아 떨어졌을까요? 예, 개인 아티스트의 음반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The Loving Kind]의 음악은 기획과 좋은 합일점을 찾은 노래들입니다. 스타일의 변화는 있지만, 극도로 튀는 음악이 없기때문에 나름대로 일관성을 갖고 있고 그것이 이야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거든요. 적어도 신디 모건이 남자 목소리를 흉내내며 부르는 방법보다는 훨 낫습니다.
반면 각각의 노래들이 가질만한 힘도 많이 분산되었습니다. 뮤지컬 앨범 특유의 성격을 반영했다고나 할까요. 채찍질을 묘사한 "The Whipping" 같은 곡은 1분 남짓의 간주같은 성격입니다. 그야말로 앨범의 내러티브에 맞춰서 만들어진 소품이죠. "The Whipping" 정도는 아니지만, 몇몇 곡들도 이런 성격이 강했습니다. "Take My Life"를 제외하고는 수록곡들의 차트 반응이 그다지 안좋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거에요.
하지만 [The Loving Kind]는 여전히 기억에 남을만한 앨범입니다. 성경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것처럼, 예수님의 마지막 1주일 동안에 일어난 일들, 그리고 제자들의 고백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보다 더 입체적으로 그 의미들을 담아 주거든요.
물론 이 앨범에서 우리가 궁극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신학적 지식이라기 보다는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을 되새기며 느끼는 신앙적인 공감대입니다. 그 출발은 머리로 이해하는 사실들에 근거해 있지만, 종점은 마음으로 느끼는 예수님의 삶과 사랑, 그리고 죽음과 부활의 의미니까요.
한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신앙경험을 경유하여 이런 앨범이 나왔다는 것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죠. 음악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런 앨범은 분명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여야 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다시 듣고 있노라니 최근 뜸해진 모건의 모습이 더욱 아쉬워 지는군요.
(2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