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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피에프알 PfR [Them] (199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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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Jimmy Lee Sloas

(1996/Vireo)






이미 많이 유명해진 이야기지만, [Them]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PFR의 네번째 앨범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해체가 선언된 이후에 나온 앨범이어서였죠. 하지만 [Them]은 팀 해체를 목전에 두고 급조된 앨범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워낙 트랙타임이 짧고, 각각의 노래들이 소품같은 느낌을 주긴했지만 노래들의 흐름은 PFR이라는 팀이 갖고 있는 고유의 멋을 그 어느 앨범들보다도 더욱 잘 드러내 주었습니다. 오죽하면 2001년도에 있던 그들의 컴백즈음해서 다시 이 앨범의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겠어요.


[Them]의 전체적인 느낌은 PFR의 전 앨범들-[Goldie's Last Day]나 [Great Lengths] 의 구성을 절약시킨 느낌입니다. 구태의연한 표현을 빌리자면 굵고 짧은 앨범이란 의미죠. 트랙 초반부에서 "Pour Me Out"과 "Daddy Never Cried"가 강렬한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다면, 힛트 싱글이었던 "Anything"까지는 여느 앨범의 수순을 줄줄 따라오고 있습니다. "Fight"와 "Line of Love" 부터는 본격적인 '소품' 분위기로 접어듭니다.


소품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일 수 있는 단서의 기준은 아무래도 곡의 길이입니다. 대부분이 3분 안팍의 내외의 길이로 마감되는 곡임에도 밴드의 연주와 노래의 진행은 여느 넉넉한 트랙의 노래 못지 않게 절정감과 상승감을 만끽시켜주고 있거든요. 그만큼 노래의 전반부부터 곡의 본론(?)으로 들어가는데 머뭇거림이 전혀 없는 노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앨범의 후반부에 가서는 "Tried to Tell Her", "Kingdom Smile", "Say" 같은 곡들이 이런 느낌을 줍니다.


하늘하늘하다고 해도 될만한 앨범의 흐름에 약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리듬과 멜로디는 타이틀 싱글인 "Them"이 맡고 있습니다. 가사에 있어서도 비장미를 주고요.


말 나온 김에... 가사 또한 PFR의 여느 전작처럼 은유와 비유의 점철입니다. 위에서 힛트싱글로 언급한 몇몇 곡들이야 쉽게 들려오는 가사들이지만, 그외의 가사들은 만만치 않아요. 이런 점을 보면 지금의 PFR가 스퀸트로 이적한 것은 어찌보면 제일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런 구성은 그만큼 비틀즈 적이기도 합니다. 별다른 곡의 클라이막스가 없이 넘실넘실 넘어가는 진행, 흥얼거림으로 대체해도 될만큼 자연스러우면서도 선이 있는 보컬, 여기에 복고냄새 폴폴 풍기는 신파스런 연주에 비유와 은유로 채워져 있는 풍자적인 가사들까지...



물론 [Them]이 나온 시기는 모던락의 열풍에 의한 복고로의 회기가 이미 락계열의 음악들 사이에서 붐이 조성되어가는 때였죠. 하지만, 이런 열풍을 90년대 초부터 견인해온 PFR의 역량은 이 소품 모음집같은 앨범 하나로도 잘 구현되고 있습니다.


전작의 "Wonder Why"나 "What Kind of Love", "Walk Away from Love"와 같은 굵직한 프론트 싱글의 역할을 "Anyting" 한 곡이 맡은 것은 좀 아쉬운 일이었지만, 나름대로 "Line of Love", "Ordinary Day"도 꽤 인기 있는 싱글들이었죠. 전작들에 비해서는 라디오 싱글 차트 1위가 나오지 않은 앨범이라는 에테르가 붙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PFR의 '앨범'들 중에서는 이 앨범이 제일 맘에 든답니다.


이런 음반을 듣고 PFR을 떠나보내야 했던 팬들의 안타까움이 피부에 와닿지 않나요? 하지만 2001년 앨범 [Disappear]로 이런 안타까움도 벌써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열광할 일만 남았네요.


(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