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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박수영 [풍경] (201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2. 21.




박수영
[풍경]

produced by 박수영
(2011/프럼 에이)




       
 
 아무리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고 해도, 연주 음반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모험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실제로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게 연주 음반이니까요.

그러나 창작 연주 음반이라면 어떨까요? (창작! 연주! 음반!) 아마 이야기가 많이 달라질 겁니다. 그건 바꿔말하면 그만큼 최근의 크리스천 연주 음반들이 찬송가나 워십의 리메이크 음반에 기대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네, 창작 연주 음반을 만드는건 단연코 모험입니다.


하지만 박수영이 [풍경]이 어떤 모험을 하는, 내지는 작금의 연주 음반 분위기에 출사표를 내는 것처럼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역자들의 음반에서 혹은 공연에서 잔뼈가 굵어왔고, 그런 기간을 안다면 그 사이사이로 자신만의 음악들을 만들어 왔을 것이란 것은 어느정도 예상할 법합니다. [풍경]은 도전적인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냥 적당한 시기에 딱 차오르면서 내놓은 음반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결코 적지않은 11곡의 트랙들을 듣는 느낌은 참신함보다는 여유로움입니다. 아닌말로 요즘 잘 나오지도 않는 창작 연주 음반인데 굳이 풀트랙의 음반을 만들 이유도 없지요. 물론 어느 음반이라고 졸속을 생각하며 만들겠습니까만은, [풍경]은 기획이니, 참신함이니, 구성의 요소들을 생각하는 잔머리들의 위에서 하늘하늘 떠다니는 부담없는 음반입니다.


(애초부터 연주 음반이라 인트로라하지만 그 역시 하나의 트랙같이 들리는) "Intro"를 비롯해 "버드나무"로 이어지는 앨범의 전주는 단선적인 피아노 연주로 이어집니다. 앨범의 강점이자 우회적으로는 아쉽기도 한 것은 다음 트랙인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입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현재 앨범 안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곡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연주 음반으로 명명되는 음반에서 보컬곡이 더 도드라지기도 하니까요. 그 덕분에 "Intro"와 "버드나무"가 아예 한 덩이의 - 트랙타임이 긴 - 인트로 곡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보컬곡이라 해도 좋은 음악이 담겨있다는 것이 아쉬운 소식은 아니죠. 게다가 박수영의 보컬은 기교보다는, 오히려 보컬이 연주를 돕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력을 하며 연주와 앙상블을 맞추고 있습니다. 마치 리듬과 멜로디가 있는 나레이션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죠. 그런 점에서 또 다른 보컬곡인 "주님의 나라에서"와는 다른 느낌의 곡입니다.


이후의 트랙들도 개성을 담고 있습니다. "가슴시린"의 마이너 코드 연주 라던지 "Forest"의 멜로디언 협연 등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크리스천 연주 카테고리에서는 쉽게 만나보기 힘든 시도들이었죠. 마치 콜롬부스가 달걀을 세우는 것처럼 박수영은 그냥 전방위적으로 자신의 음악이 최대한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나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앨범의 흐름이 각각의 곡보다는 앨범 전체에서 힘을 얻기도 합니다.


한웅재와 함께 부른 "주님의 나라에서"는 좋은 클라이막스입니다. 보컬곡에 듀엣곡이라는 점이 그런 느낌에 가속을 주지만, 역시 앞선 보컬 곡인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처럼 가사가 주는 직접적인 느낌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죠. 이후에 남은 두 곡도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트랙인 "예배당 가는 길" 역시 앨범 전반에서 들을 수 없었던 리드미컬한 스트링 연주와 협연을 한다는 점에서 연주 파트로서는 또 다른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될 정도고요.


고집스런 노파심으로 더 말하자면 정말로 이 앨범이 연주가 전면으로 나오는 음반의 구성만으로 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와 "주님의 나라에서"의 연주 버젼이 메인에 들어가고, 보컬 버젼들이 2부 내지는 보너스 트랙 파트처럼 후반에 구성되는 방식으로요. 가사와 보컬의 전달이 주는 의미가 무척 크지만, 또 그만큼이나 원래의 곡이 갖고 있는 멜로디가 시적인 감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창작곡들이 연주곡으로만 구성되면 일종의 자기완결성도 생길것 같으니까요.


물론 이런 바람은 아쉬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좋은 창작 연주 음반이 드물었고, 높은 완성도의 음반이 떡하니 나왔기 때문에 생각하는 다양한 구성의 변주들을 꿈꿔보는 일종의 판타지인 셈이죠. 어쨌든 박수영의 [풍경]은 대책없이 여유롭고 잘 만들어진 음반입니다. 열 한 곡의 트랙은 나올때가 되어서 꽉 차게 만들어진 곡들입니다. 열 한 트랙을 채우기 위해서 다 쓴 치약에서 이 한 번 더 닦으려고 짜낸 음악들이 아니에요.

아마 이 음악들을 만든 박수영의 머리와 손 끝은 아직도 여전히 바쁠 겁니다. 그게 2집으로 연결되는 때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분명히 그녀의 머리와 손끝은 지금도 무척 바쁠 것이라는 거...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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