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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마이클 W 스미스 Michael W. Smith [Wonder] (2010)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11.



Michael W. Smith
[Wonder]

produced by Bryan Lenox
(2010/Reunion)




덴마크 락그룹 카파크 노스는 그들이 라이브에서 부르곤 했던 싱글 "Save Me from Myself"를 2008년 앨범에 수록했고, 이 곡은 덴마크 음악차트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소니를 통해 발표된 음반 [Lost]에서 재수록되어 미국 음원 시장에도 소개가 되었죠.


그런데 이 곡이 미국 쪽에 공개되기 몇 달전 재밌는 일이 있었으니, 미국의 독립 크리스천 락밴드인 식스틴 시티즈가 그들의 셀프 앨범에 이 곡을 수록한 것입니다. 물론 카파크 노스는 크리스천 밴드가 아니었습니다. 가사가 담고 있는 함의는 기독교적인 배경이 아주 다분했지만요.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던 곡이지만 식스틴 시티즈의 데뷔 앨범에서는 다른 싱글인 "Sing Along"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Save Me from Myself"는 몇 달 뒤 엄청난 화제의 노래가 되었습니다. 물론 마이클 W 스미스가 그의 앨범 [Wonder]에 이 곡을 수록했기 때문이었죠. 그냥 리메이크 곡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앨범의 실질적인 첫 싱글이었고 뮤직 비디오까지 만들어졌어요. 혹시 보셨는지? 전 스미스가 이토록 열광적으로 기타를 치는 영상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여러가지 전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단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북유럽쪽의 아티스트, 그것도 크리스천 팀이 아닌 일반 아티스트의 노래를 미국 크리스천 아티스트가 리메이크를 했다는 점에서는 시크릿 가든의 "You Raise Me Up"이 떠오릅니다. 또 후배 아티스트들의 곡을 받아서 앨범에 수록한 선배 아티스트의 사례에서는,  리랜드를 비롯한 여러 후배 아티스트들과 공조체제로 간 마이클 W 스미스의 최근 음반들이 생각나고요. 물론 "Save Me from Myself"는 리메이크이지만 앞의 두 팀이 워낙 잘 안알려진 팀들이니 엇비슷한 사례라고 쳐보죠.


두 사례 모두 공통점이 느껴집니다. 마이클 W 스미스가 자신의 앨범을 위한 곡들의 자원을 다양하게 넓히고 있다는 점이요. 그가 워십이 아닌 앨범에서 리메이크 곡을 수록했던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이전 앨범들의 리메이크 곡들인 "Bridge Over Troubled Water"나 "Oh Lord You're Beautiful"과는 달리, "Save Me from Myself"는 리메이크 곡임에도 [Wonder]의 간판이 되었습니다. 스미스의 디스코그래피상에서 분명히 보기 힘들었던 사례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도 있을 겁니다. 아마 스미스의 음악적인 깜냥에 대한 한계로 연결지을 수도 있을거에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까지 보고 싶진 않습니다. [Wonder]는 앨범의 적당한 가치를 내세우기 위해서 리메이크 곡을 간신히 싱글로 걸어놓는 그런 음반이 아닙니다. 워십이나 시즌 음반이 아닌 스튜디오 앨범으로서 이전 음반은 2006년의 [Stand]인데, 약간은 소품같은 느낌이었던 그 앨범에 비해서 [Wonder]는 정말 많은 것을 갖춘 음반입니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한 장중함, 장르의 다양한 망라, 아내인 데비를 위한 노래들, 그의 후원처들을 위한 메시지, 또 80년대와 90년대 곡들처럼 팬레터를 구성한 '상담 느낌'의 가사들까지. 그냥 액면 그대로 보더라도 12곡의 트랙들이 꽉 차있고요.  그런 점을 따지면 "Save Me from Myself"의 리메이크 역시 아주 걸출한 하나의 시도입니다.


아마 팬들은 "Save Me from Myself"의 뒤로 넘어가면, 취향의 호오에 따라 나만의 베스트가 다양하게 생길겁니다. 저만해도 "Take My Breath Away" (록그룹 베를린의 그 노래 아닙니다) 같은 곡이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걸요. 타이틀인 "Wonder"의 일렉트로니카적인 분위기, "I'll Wait for You"의 후반부에서는 정통 가스펠을 좋아하는 스미스의 취향도 반영되었고요. 후반부에는 비교적 단선적인 피아노 싱글이 많은데 사실 이 또한 스미스 음악의 정수 중에 하나죠.


딜리리어스의 스튜 개럿, 포켓 풀 오브 락스의 마이클 패런 ("Let It Rain"의 원작자), 맷 마허 같은 워십 장르의 곡 만드는 이들이 함께 하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예배 음악의 공유점이 큰 음반은 아닙니다. 전작들에 비해서는 말이죠. 아마 작곡으로 참여한 이들에게도 전환점의 의미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문제는 이런 꽉찬 구성이 싱글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전폭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희미해졌다는 점입니다. 마이클 W 스미스 자신은 그런 것에 대한 포부를 한껏 담은 음반으로 [Wonder]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앨범이 나온지 꽤나 지났음에도, 이 앨범에 대한 반응은 "Save Me from Myself"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스미스의 예전 마스터피스들에 비해서 [Wonder]가 월등하게 뛰어난 앨범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간만에 그의 음악적인 면모들을 다양하게 망라하는 음반이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음악 시장의 바뀐 지형도 때문에 이 앨범의 진가가 드러나는게 더뎌지는 점은 정말 아쉬워요. 하기야 시장의 분위기가 변한 것이 스미스에게만 불공평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뭐, 꼭 현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해도, 많은 팬들은 이 앨범을 통해 마이클 W 스미스가 여전히 대단한 아티스트란 것을 확인하고 있을 겁니다. 그것만 해도 [Wonder]는 큰 의미가 있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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