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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그룹 원 크루 Group 1 Crew [Group 1 Crew] (200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1.



Group 1 Crew [Group 1 Crew]

produced by
Christopher Stevens, Andy Anderson
(2007 / Fervent/Curb/Word)



그룹 원 크루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블랙 아이드 피스나 푸지스 같은 팀의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CCM 팬들이라면 소울져스(Souljahz)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을 거에요. 워너 브라더스에서 음반을 냈었던 3삼매 힙합 그룹 말이죠.

소울져스가 성공한 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차짓 들으면 무난한 반복들일 듯한 힙합 음악의 범람에 멜로딕한 느낌을 가미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블랙 아이드 피스같은 팀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이들의 힛트 싱글은 여성 보컬을 필두로 멋지게 뽑아내는 후렴부의 그 멜로딕한 느낌이었죠.


그룹 원 크루는 그 키워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팀임에 분명합니다. 인디씬에 있었을 때부터 그런 부분에서의 기질을 인정 받은 팀이었죠. 단언하자면 그룹 원 크루의 첫 앨범 [Group 1 Crew]는 정통 힙합의 단조로운 반복보다는 보다 더 다채로운 감상을 할 수 있는 힙합 음반입니다. CCM이나 팝을 통털어 다소 희소해진 감상의 느낌을 제공할 팀이라는 거죠.


그 다채로운 감상안에는 흥겨움과 즐거움이 상당히 큰 부분으로 포함됩니다. 오프닝 타이틀인 유쾌한 곡 "Love is a Beautiful Thing"이라던지, "Let It Roll", "(Everybody's Gotta) Song a Sing" 같은 곡들이 이런 느낌을 한껏 안겨주죠. 무수한 랩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 가사들을 요약하자면 각 노래들의 제목을 결론으로 삼아도 될만큼 메시지의 단순함과 직설적인 부분도 두드러지고요. 그리고... 무얼 더 바랍니까? 배배꼬지 않은 강직한 리듬과 멜로디, 그리고 직설화법은 이런 팀들의 음악에서 단점이 아니라 아주 큰 장점이 됩니다. 이런 스타일이 팀의 방향성이라고 멤버들이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비장감 펑펑 넘치는 트랙들입니다. 그 중 "Forgive Me"같은 곡이 주는 느낌은 상당하고요. 단조의 장중한, 혹은 리드미컬한 분위기의 곡을 만들어내는데 상당히 유려함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들이 독립 활동 시절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곡인 "Can't Go On" 역시 이런 분위기의 곡 중 하나고요. 흥겨운 느낌의 곡들과 이런 곡들이 겹겹이 쌓이다 보니 적어도 앨범의 지루함은 없습니다.


블랑카 레이스의 보컬은 그냥 무난합니다. 사실상 그룹 원 크루는 솔로 아티스트의 역할 보다는 멤버 기량의 총합, 그리고 잘 짜여진 프로덕션의 수혜를 입은 팀입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블랙 아이드 피스의) 퍼기처럼 솔로로 털컥 나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지난해 말에는 소울져스가 '워싱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새 음반을 발표했죠. 하지만 이들은 데뷔 음반때 보다는 더욱 정통 힙합에 가까운 음악으로 돌아왔습니다. 정통성에 닿은 얼번 힙합을 들려주었다는 의의가 있지만 여기에 대해서 실망한 이들도 몇몇 있을거에요. 대중성을 생각하면 컨템퍼러리 힙합에 있어서 우리가 기대할 만한 팀은 오히려 그룹 원 크루가 될 것입니다. 오히려 워싱턴 프로젝트보다도 더 소울져스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 주고 있으니까요.


첫 앨범에서 느껴지는 다소의 어색함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크게 걸리는 정도는 아니에요. 다음 음반에서 충분히 해소될 수 있죠. 게다가 9월 중에 새 음반인 [Ordinary Dreamers]가 발표될 예정이니 기대해 볼만하고요. 분명 괜찮은 음반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PS : 멤버 중 블랑카 레이스와 맨월 레이스는 친인척 관계가 아니랍니다. Reyes라는 철자까지도 같은데 말이에요. 맨월은 독일 출신, 블랑카는 뉴욕 토박이라고 하는군요. 신기한 우연 아닙니까? 어쩌면 이 우연이 팀 결성에 도움을 줬을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