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alie Grant [Relentless]
produced by Bernie Herms & Shaun Shankel
(2008/Curb)
나탈리 그랜트의 새 앨범 [Relentless]가 발표되었을때, 이 앨범을 둘러싼 모든 매체가 내세운 수식어는 '강렬함'이었습니다. 아예 앨범 제목을 그대로 갖다 붙여서 '거칠것 없는'이라고 해도 되겠죠. 앨범을 들어본 평단은 물론이고, 나탈리 그랜트 본인마저도 이 앨범을 그렇게 설명했으니까요.
사실 강렬함이라는 표현만으로 이 앨범을 수식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첫 곡인 "I will Not be Moved"가 주는 강렬한 느낌이 어마어마한건 사실이지만, 이후로의 트랙들은 평범한 어덜트 컨템퍼러리의 전형을 밟고 있거든요. 하기야 강렬함이라는 표현을 음악에만 국한시킨게 아닐 수도 있지만... 뭐 어쨌든요.
좌우지간 나탈리 그랜트는 지난 몇 년간 새로운 시도보다는 팝스타일의 튼실한 장르안에 안주해온 아티스트입니다. 비슷한 느낌의 니콜 노드먼이 재즈에 기반한 약간의 외간 장르로 어필해왔던 것에 비해서 말이죠.
하지만 이번 앨범은 단순히 안주함 이상의 것을 지니고 있는 앨범입니다. 싱글 각각의 느낌도 착착 붙지만, 그 붙는 느낌이 앨범의 전체에서 갖고 있는 유기적인 흐름도 시원시원하게 잘 넘어갑니다. 크리스천 팝 장르에서 이런 멀끔한 완성도를 들려줄만한 아티스트 군에 그랜트가 들어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번엔 그 도약이 꽤 큽니다.
강렬한 "I will Not be Moved"는 그냥 작은 분위기 전환일 뿐입니다. 싱글로 성큼성킁 떠오르고 있는 "In Better Hands"를 비롯해 "Back at My Heart", "Our Hope Endures"가 차분한 파트를 맡고 있다면, "Perfect People"이나 "So Long"은 상대적으로 강한 파트를 맡고 있죠. 그 안에서 "Back at My Heart"나 "So Long"은 어쿠스틱 연주를 두드러지게 해서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곡들과도 차별화를 둡니다. 그야말로 앨범이 총천연색입니다.
강렬함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자면, 앨범의 가사들은 이를 앙다문듯한 투지와 가슴속까지 보일듯한 가슴찡한 감성까지 다 끄집어 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Home' 파운데이션과 연결된 곡인 "Safe"같은 곡에서는 사회참여의 메시지까지도 다루고 있고요. 모든 메시지들이 우회적이지 않고 곡에서 척척 드러나죠. 그랜트가 노래 잘하는 사람인 것은 유명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정말 최적화된 기량으로 앨범과 하나가 된 듯 물이 펑펑 올랐습니다.
각개적인 곡들이 훌륭한 것은 작곡을 지원한 기라성같은 동료 아티스트들의 공로이지만, 그래도 총합의 수훈을 받아야할 사람은 나탈리 그랜트와 프로듀서를 맡은 버니 헴스입니다. 헴스는 그간 그랜트의 앨범에서 부분적인 프로듀싱을 맡았지만 [Relentless]에서는 그 비중이 대폭 늘어났죠. 그의 프로듀싱 비중이 늘어난 앨범이 이렇게 훌륭한 완성도로 만들어 졌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랜트와 헴스가 부부사이니 앞으로도 함께 작업할 안정적인 여견이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단언하자면, 저는 [Relentless]를 나탈리 그랜트 최고의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아마 그 평가는 그랜트의 이전 앨범들 역시 꽤 괜찮은 앨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가치가 높겠죠. 앞으로도 그랜트에게서 이런 수준의 완성도 있는 앨범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의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앨범의 감상이 주는 흐뭇함만으로도 충분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