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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에미 그랜트 Amy Grant [Home for Christmas] (199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Brown Bannister

(1992/Myrrh)







[Home for Christmas]는 1983년의 [A Christmas Album]에 이어 에이미 그란트가 두번째로 발표한 캐럴 앨범입니다. 거의 9년의 간격을 두고 있는 앨범이지만, 이 두 앨범 사이에는 그 긴 기간만큼이나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메인스트림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이 있었다는 거죠. [Home for Christmas]는 그 유명한 [Heart in Motion]의 발표 바로 다음해에 출반되었거든요.


그만큼 [Heart in Motion]의 후광을 받은 앨범이기도 합니다. 플래티넘의 관성이 그대로 이어져서 이 앨범도 단기간만에 플래티넘을 기록했거든요. 시즌 앨범으로는 이례적인 기록이었죠.


또, 세큘러 시장을 의식해서인지 파퓰러한 캐럴송의 비율도 늘었어요. 요즘에야 이런 수준이 평균정도로 인식되지만, 적어도 83년의 크리스마스 앨범때는 전곡이 정통 크리스천 캐럴만으로 채워져 있었거든요.


이는 새로이 녹음된 4곡의 신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빗 포스터, 칼리 사이먼등의 일반 아티스트들이 작곡해준 노래들이 수평적인 대상을 향한 화평의 메시지들을 전하고 있다면, 크리스 이튼같은 크리스천 진영에서 헌사한 곡들은 수직적인 찬양의 테마를 담고 있거든요.



신곡들은 무게가 잘 잡혀있습니다. 아무리 앨범의 구성을 다채롭게 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일단 신곡에 기대가 가겠지요. [Home for Christmas]는 이런 이들의 기대를 훌륭하게 충족시켜 줍니다. 데이빗 포스터 부부가 만든 "Grown Up Christmas List"는 평범한 멜로디의 멜로우 발라드이지만, 제목처럼 '철이든' 가사와 후반부에서 자연스레 믿음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서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노래입니다. 또. 칼리 사이먼의 "The Night Before Christmas"는 후렴부를 장식하는 아이들의 콰이어만큼이나 예쁜 노래이고요.


크리스 이튼이 만들어준 두 개의 곡들은 일반 작곡진영의 곡들보다는 다소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Emmanuel, God with Us"는 스크립트에 어울릴 만한 고전적인 분위기가 후반부 보이 콰이어의 은은한 가세에 힘입어 참으로 고요한 흐름을 유지하는 곡으로, 실질적으로 앨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고 있지요.



반면 클래식 캐럴의 연속인 앨범 초반의 분위기를 갑자기 현대적으로 끌어당기는 "Breath of Heaven"은 새로 쓰여진 곡치고는 오히려 꽤나 어두운 분위기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분위기는 이 노래의 내용에 필연적일 수도 있어요.


"난 수많은 칠흙같은 밤을 여행해왔네
태중에 나의 아기와 함께 너무나 춥고 지쳐버렸기에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도 알 수가 없네
거룩하신 아버지여 당신은 내게로 오셔서 날 택하셨죠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가도록"


"천국의 숨결이어, 날 붙들어 주세요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줘요. 천국의 숨결이여."



왕의 분노를 피해 남편과 함께 만삭의 몸으로 도피하던 마리아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는 이런 가사의 내용이 한껏 밝을 수는 없겠죠. 이 곡은 크리스마스의 의의를 '예수의 탄생' 이상으로 확대 시킵니다. 만삭의 고통이란 것이 있듯이, 그리스도의 탄생도 참으로 각고의 파란에 이어 맞이 되었다는 일종의 교훈을 남기는 것이지요.

이런 접근은 꽤나 참신하고 굉장히 뮤지컬적입니다. 그런탓에 이 곡은 다른 성탄 뮤지컬, 혹은 옴니버스 앨범에서 재수록 / 리메이크 된적도 많았어요. 곡을 만든 크리스 이튼도 자신의 앨범인 [Wonderful World] 에서 직접 리메이크 한적이 있고요. (하지만, 이 때는 후렴부를 제외한 가사가 바뀌면서 시적인 서정성을 품은 찬양으로 내용이 바뀌어져 버렸지요. 'Mary's Song'이라는 부제도 떨어졌고요. 이 사이트에 리뷰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초반부에 두드러지는, 그리고 후반부까지도 듬성듬성 등장하는 고전 캐럴들은 50,60년대의 -마치 아이스링크위를 거니는 사람들의 왈츠처럼 흥겨움을 유지합니다. 오케스트레이션의 바탕 위에서 헨델의 메시야를 편곡한 "Joy to the World / For Unto Us Child is Born", 그리고 재즈 분위기 물씬 풍기는 "I'll be Home for Christmas" 같은 곡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돌출하긴 하지만, 역시 신곡들의 분위기와는 거리는 여전히 유지됩니다.


"I'll be Home for Christmas" 같은 재즈 분위기가 의외로 그랜트의 보컬과 어울린다는 느낌은 색다른 발견이기도 합니다. 시즌 앨범이 아니면 그랜트의 앨범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스타일이거든요. 물론 허스키한 그랜트의 보컬이 차분한 멜로디와 리듬에 어울린다는 것은 이미 20여년동안 (특히 최근의 앨범에서) 이미 느껴온 바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여타의 노래들도 그랜트의 보컬과 잘 어울립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라고 해도 될 정도이니 (그랜트의 크리스마스 투어는 크리스천 음악계를 대표하는 연례행사가 되어있죠), 앨범에서도 그 기량을 톡톡히 보여줍니다. 수없이 리메이크가 되는 크리스마스 넘버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만큼은 그랜트를 제외한 다른 어울리는 보컬이 별로 연상되지가 않을 정도에요.


[Heart in Motion]의 화려한 락/팝 사운드에서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이처럼 고전적이고 차분한 -그리고 잘만든 앨범을 발표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랜트의 전천후 아티스트리를 증명해주는 예이겠지요. [Home for Christmas]는 83년의 [A Christmas Album]만큼이나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상에서 중요한 앨범입니다. 반갑게도 이 행렬은 99년의 [A Christmas To Remember]로 이어지죠.


(2001/12)


PS : CCM 매거진 97년 9월호의 데릭 웨슬리 셀비의 리뷰에서 몇몇 표현을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