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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 Steven Curtis Chapman [The Great Adventure] (199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Phil Naish

(1992/Sparrow)






 



[The Great Adventure]가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의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갖고 있는 독특한 개성은 지금까지 그 어느 앨범을 아우러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시기에 채프먼의 앨범을 전담해온 필 네시가 여전히 프로듀싱을 맡았고, 음악적인 부분으로도 내시빌에서 나올만한 컨트리/락 사운드를 갖고 있지만, 그 스타일의 증폭이 여느 앨범보다 락적인 분위기를 더 발산하고 있죠.


물론 그 증폭이 두드러지게 느껴질만큼 크지는 않아요. 무엇보다도 이 앨범이 의존한 싱글인 "The Great Adventure"의 첫 인상에 받은 영향이 컸겠지요. 하지만 "Where We Belong", "That's Paradise"처럼 앨범 분위기 전반을 띄우는 싱글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채프먼의 앨범이라면 이런 발랄한 싱글 이외의 곡들이 모두 차분한 느낌의 싱글들이 되었겠지만, 이 앨범에서는 게스트 싱어들이 참가한 노래들이 발라드 싱글들과 이 영역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 곡들이 사실 [The Great Adventure] 제일의 들을 거리이죠. 이토록 성공적이었던 게스트 싱어들과의 조우가, 채프먼의 이후 앨범들에서도 드물게 있었다는 점이 참 의아스럽습니다.


비비 와이넌스와 함께 부른 "Still Called Today". 토비 맥키한과 함께 부른 "Got To B Tru" 모두 게스트 싱어들의 개성을 잘 반영하고 있고, 이들이 본래 채프먼의 음악영역과는 거리가 있는 장르의 가수들이기에 그 개성이 상이한 스타일 위에서 만나 하이브리드한 느낌을 주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물론 그 진가가 더 발휘되는 것은 토비 맥키한과 함께한 "Got To B Tru"입니다. 일단 트랙의 전후에 디씨 토크의 "Nu Thang"을 들으면서 어눌어눌하게 노래를 따라하는 채프먼의 모습이나, 힙합 브릿지를 제대로 못넣는 채프먼을 격려하는 맥키한과의 농담들이 들어간 것 자체가 '이 노래는 정말 새로운 시도야!'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것 같아요.

"...암튼 알겠지? "Bud(dy)'라고 하는게 아니야. 'Boy'라고..."
..."아, 그래? 그래도 나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고...!" :-)


상이한 스타일의 궁합은 이 곡에서도 살아납니다. 노래 자체는 계속 힙합/랩 특유의 스크래칭과 믹싱소리를 배경으로 채워졌지만, 정작 곡의 흐름과 멜로디를 잇는 기타 연주는 채프먼의 것이거든요. 이 두 장르가 만나서 일어나는 상승효과는 정말 발군이고, 그 흥겨움에 어깨가 들썩거릴 정돕니다.


웨딩송인 "Go There with You"도 멋진 곡이고요. 그의 마스터피스인 "I will be Here"의 후광이 워낙 쎄긴 하지만, 오히려 "I will be Here"의 어쿠스틱한 분위기와 대조되는 장중한 오케스트레이션 때문에 나름대로의 감동을 주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채프먼의 웨딩송으로는 이곡을 더 꼽고 싶어요.


어쿠스틱의 진행을 갖고 있는 "Maria", "Don't Let the Fire Die", "Heart's Cry"는 이전이나 이후의 채프먼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곡들입니다만, 튀는 스타일들과의 대조로 오히려 그 차분함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The Great Adventure]는 전작들을 계승해온 스타일의 사이사이에서 말 그대로 온갖 음악적 '모험'을 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소포모어 컴플렉스를 차례차례로 갱신해온 그이지만, 이 앨범으로 완연히 다른 차원에 섰다고 할 수 있죠. 90년대 중,후반을 이어갈 새 음악 스타일에 대한 기틀을 잡은 셈이기도 하고요. 차트와 도브 어워드의 열렬한 응답 역시 예상된 결과였죠.


다음 앨범인 크리스마스 앨범과 [Heaven in the Real World]의 연이은 성공 이후 채프먼은 브라운 배니스터와 함께 그의 음악의 새로운 기간을 열어갑니다. 사실 그 뒤로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는 상태죠. 가끔 [The Great Adventure]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새로운, 혹은 '튀는' 변화를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 시도로 균형이 흔들리거나 할 아티스트가 아니란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물론 [The Great Adventure]를 그냥 평년작 정도로 과소평가할 수 는 없죠. 그만큼 앨범이 갖고 있는 힘, 그리고 그 외침과 선포의 메시지들이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수작이니까요. 어찌보면 이런 명반을 쉽게 만나보고 싶어하는 제 바람이 되려 건방진게 아닌지 모르겠군요.


(2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