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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디씨 토크 dc Talk [Free at Last] / [10th Anniversary] (1992/200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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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Toby McKeehan, Mark Heimmerman & Joe Hogue

(1992/Forefront)






[Free at Last]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례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3년뒤에 이 앨범의 다음 작품인 [Jesus Freak]가 처음 나왔을때 팬들의 반응이었죠. 물론 대부분은 [Jesus Freak]에 대해 호평을 했습니다. 그러나 간간히 실망했다는 평들도 있었는데, 이런 평가들의 이유가 바로 '[Free at Last]의 느낌과 너무 틀려서 디씨 토크답지 않다'였습니다. 들을수록 그 익숙함이 감상에 녹아드는 [Jesus Freak]의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특성이 와닿기까지 이런 대비된 평가는 계속 되었습니다.


3년뒤에 나온 앨범에까지 이런 후광을 발휘할 정도로 앨범의 영향력이 무진장 쎘던 것이죠. 아직도 다양한 스타일의 집약이라는 측면에서 [Free at Last]의 평가는 [Jesus Freak]와 함께 디씨 토크의 디스코그래피상에서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음악적인 구분상으로 사실 [Free at Last]는 [Jesus Freak]보다는 이전 앨범인 [Nu Thang]에 더 닿아있는 앨범입니다. 비교적 작은 앨범이었던 [Nu Thang]에서 보여진 몇몇 실험적인 시도들은 [Free at Last]에서 모두 증폭/구체화 됩니다. "Walls" 같은 락지향사운드는 "Jesus is Just Alright"로, "Nu Thang" 같은 개구진 랩 위주의 음악은 "Luv is a Verb"의 유쾌함으로, "Children Can Live" 같은 발라드 사운드도 "The Hardway"같은 곡으로 모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스타일의 집약만을 이 앨범의 장점으로 들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장점은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을 유기적으로 연결해냈다는 사실입니다. 스케일을 크게보이는 착시효과를 주는 중간의 인터미션 트랙들도 여기에 일익을 하지만, 오히려 맞닿아 있는 스타일들의 배치가 더욱 앨범을 생동감 있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첫 곡인 "Luv is a Verb"와 다음 곡인 "That Kinda Girl"은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긴박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반면 "Say the Words"나 "The Hardway"같은 곡들은 바로 앞의 곡들과는 유별나게 달라 보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조적입니다. [Free at Last]는 이런식으로 앨범에서 끊임없이 클라이막스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에 걸맞게, 곡들 하나하나가 말하는 테마도 다양합니다. 특히 "I don't Want It" 이나 "That Kinda Girl" 에서는 다루는 혼전 순결에 대한 테마는 디씨 토크의 음악에서 새로운 도입이었죠. 토비 맥키한의 장기인 '랩에 담은 장황한 이야기 늘어놓기'는 [Nu Thang]의 "I Luv Rap Music"에 이어서 비슷한 경로로 "That Kinda Girl"에서 재현되는데 정말로 들을 거리입니다.



이 앨범에는 두 곡의 리메이크가 있는데, 각각 메시지와 음악적인 측면에서 신선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빌 위더스의 "Lean on Me"는 수십번도 더 리메이크 된 이 노래의 다양한 버젼들중 가장 독특한 리메이크로 놓아야 할것 입니다. 위더스의 가스펠 스타일은 다른 리메이크들 처럼 유사한 스타일 내에서 보컬의 기량을 통해 다른 옷을 입은게 아니라, 아예 펑키와 그루브함이라는 간결한 필터로 노래 자체를 재구성 했습니다. 이 덕택에 '당신이 힘들고 지칠때 내게 기대요'라는 가사가 따뜻함과 다정함이라는 심상에서, 격려와 힘참의 심상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고요.


반면 두비 브라더스의 "Jesus is Just Alright"는 메시지가 보강된 곡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락스타일의 태를 입고 어마어마한 양의 랩이 첨가되었으니, 이 커버도 당연히 음악적인 보강으로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두비 브라더스의 멜로디와 하모니는 후렴부에서 별다른 변용없이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둘러싼 인스트루멘탈은 마치 같은 선물을 포장만 달리한것처럼 외피의 새로움을 입혀주는 정도의 역할을 해주고 있죠. 맥키한의 입담좋은 랩은 거기에 딸려온 예쁜카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물론 그 카드에 무진장 깨알같은 내용들이 적혀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선 원곡에서 "Jesus is just alright"라고 읊어지던 가사는 이 커버를 통해 "Jesus is STILL alright"로 바뀌면서 메시지의 중심의미를 계승하고 있고, 여기에 이 노래를 새롭게 부르고 있는 팀이 바로 디씨 토크라는 그룹임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가정하에서 맥키한이 늘어놓는 비유담긴 이야기들은 두비 브라더스가 애초에 불렀던 테마가 20여년의 세월후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록곡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는 오히려 진부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힛트 싱글들은 앨범을 듣는데 청각적 부하가 느껴질 정도로 여기저기서 기둥을 이루고 있고, 이는 출반후 몇년동안 검증된 사실이니까요. CCM 매거진의 루 칼로조가 리뷰에서 이 앨범이 크리스천 음악의 역사 안에서 한 자리를, 그리고 디씨 토크라는 그룹의 위치 자체의 재정립까지 이뤘다는 평을 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이런 완성도가 [Jesus Freak], 그리고 (비록 상업적인 성공을 크게 거둔 앨범은 아니지만) [Supernatural]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연대기적으로 정말 주목할만한 일입니다. 이러다보니 멤버들의 솔로 활동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들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2002년에 나온 10주년 기념판이 이런 아쉬움의 목소리들을 다시 끌어올리는 피드백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좀 이기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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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th Anniversary Edition-

produced by Matt Bronlewee (only for 2002's edition)







아시다시피 2002년 12월 17일, 이 앨범의 10주년 기념판이 다시 나왔습니다. 특별히 리뷰를 따로할 필요는 없겠지요. 앨범이 달라졌다기 보다는 몇개의 트랙이 추가된 첨가판이니까요. 그렇다면 리뷰도 첨가판으로 만들면 되지요.

우선 자켓이 새로와졌습니다. 10년전 이 앨범의 메인로고가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상징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그것뿐이지 실상 특출나다고는 할 수 없어요. 로고가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일러스트만으로 채워진 자켓들인 [Jesus Freak]나 [Supernatural]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얼핏 들고요.


또, 독특한 폰트의 가사들이 단정하게 정렬되었죠. 활동중 이름을 바꾼 케빈 스미스가 케빈 맥스로 표기되어 있는것도 세월의 내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역시 주목할만한 것은 오디오 트랙들에 붙은 첨가분입니다. 우선 "The Hardway" (Revisited)가 있죠. 사실 10주년 재발매판이라고 하면서 이 노래 하나만 리메이크 된 점은 좀 불만입니다. 이런 시도가 너무 많았다면 장광설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곡정도만 더 리메이크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The Hardway" (Revisited)가 꽤 좋은 리메이크라는 점도 이런 아쉬움에 일조합니다. 라이브에서 불렀던 리메이크 버젼만큼 상이하지도 않고, 기존의 멜로디라인을 거의 이어가며 템포와 비트의 재구성, 그리고 연주상에서의 변조로 메이져 코드를 마이너 코드로 묘하게 변용시킨 시도는 정말 대단합니다. 물론 원곡과의 비교가 있을때 더욱 와닿을 만한 시도지만, 어짜피 원곡도 이 앨범에 들어있으니 불만가질 이유가 못되죠. 차라리 이런 시도가 이 앨범에서 단 한곡에만 적용된게 오히려 불만입니다.



그리고... 멤버들의 오디오 코멘터리인 "A Look Back... at Last"가 있습니다. 출반 당시 많은 팬들을 사로잡은 것도 바로 이 육성녹음이었고요. 인터미션 트랙인 "WDCT"를 패로디한 토비맥의 시작부터 페스티벌 참가, 앨범 선정 과정, 고티 레코드사 설립 등 다양한 주제들을 재료로 삼으면서 정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육성녹음 트랙 자체가 앨범 자체의 새로움을 더해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과 같은 다중매체 시대에서는 음반에 수록된 오디오 코멘터리라고 특별하게 보일 것은 없겠죠. 더 심하게 말하면 10주년 확장판을 위한 궁여지책같다는 생각까지도 들어요. 차라리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Revisited' 버젼을 두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산지 영어로 가득찬 오디오 코멘터리가 해외팬들에게 크게 어필할만한 부분도 아닐테고요.


하지만 'Gotee'레코드사의 이름이 "Socially Acceptable"의 노래중에서 연유된 것이라는 에피소드같은 것들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런 류의 에피소드들만으로 오디오 코멘터리를 채웠어도 재밌었겠죠. 하지만 디씨 토크 멤버들이 이런 경박함만으로 10주년 기념판을 만들고 싶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포어프론트가 10주년 기념판을 통해 어필하고 싶었던 대상이 과연 누구였을지 궁금하군요. 아마 10년전 이 앨범을 구입한 팬들의 추억을 되살린 다는 목표가 최우선이었을 겁니다. 특히나 별다른 독특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10주년판의 첨가 요소들때문에 이런 느낌이 더해요.


하지만 솔로 활동 이전의 디씨 토크의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젊은층들도 무시할 수는 없겠죠. 어디에 무게가 실릴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이 앨범을 1992년의 앨범의 인상으로 기억하는 저에게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나마 재조명 되었다는게 반가운것은 사실이에요.


(2003/02)


PS : 10주년 기념판 발매는 95년 개봉이 무산된 다큐멘터리 영화 [Free at Last-the Movie]의 DVD/VHS 발매와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CD와 DVD가 합본된 콤보 아이템도 나왔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