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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찰리 피콕 Charlie Peacock [Love Life] (199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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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Charlie Peacock & Rick Will

(1991/Sparrow)







찰리 피콕의 [Love Life]는 지금의 관점으로 봐도 파격적인 가사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앨범이 나온 91년에는 어땠겠어요. 하지만 그 첫인상 만큼이나 충격이 오래가는 앨범은 아닙니다. 넓은 시안으로 본다면 앨범의 주제가 결국에는 '사랑'에 대해 말하는 앨범이기 때문이지요.


이 앨범의 첫인상이 놀라운 이유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노골적인 (물론 '크리스천 앨범치고는' 노골적이란 의미지요) 표현과 그 표현만큼이나 야한 색채를 발하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곡들인 "After Lovin' You" 와 "Kiss Me Like a Woman" 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이 두 곡이 주는 이미지가 앨범전체를 대변해 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가사로는 별 다를게 없지만, 음악적으로는 위의 두 곡만큼이나 센세이셔널리즘이 강한 "In the Light" 나 "I would Go Crazy" 의 한바탕 소란스러움도 이런 면에 일조하고 있죠.


하지만 "Forgiveness" 나 "There was Love" 처럼 재즈 분위기가 나는 발라드는 일반적인 악기의 동원도 자제한채 평균보다 훨씬 차분한 싱글로 자리잡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요란한 앨범이라고 할 수만은 없어요.



과연 "After Lovin' You" 와 "Kiss Me Like a Woman" 이 그처럼 야한 가사들일까요? 확실히 이 곡들의 각개적인 가사들은 직설적인 사랑의 예찬을 노래하고 있어요. 표현이 퇴폐적이다거나 그런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독교적인 언급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이런면을 크로스오버에 대한 시도로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앨범이 나온 91년에 피콕은 에이미 그랜트의 크로스오버 성공작인 [Heart in Motion]을 위한 곡을 써주기도 했죠.) 그렇게 보기에는 다른 테마를 갖고 있는 곡들과의 대비가 너무 커요. 음악적인 보편성이 있는 것도 아니니, 크로스오버의 시도로 보는 관점은 좀 무리가 있죠.



많은 평론가들의 말처럼 이 앨범을 이해하는데는 성경의 아가서를 지침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의 기쁨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들을 열거하면서, 결국 육적인 사랑 또한 하나님이 허락하신 성스러운 부분에 속한다는 진리를 설파하는 것이죠.


세부적인 가사가 아닌 전체적인 개념으로도 중요합니다. 야한 표현으로 유명한 아가서이긴 하지만 아가서 한 권이 성경적 진실에 대한 집약체가 아닌 것처럼, [Love Life]의 몇몇 곡들도 앨범의 테마를 말해주는 '일부분'일 뿐이지요. 아가서의 필터를 빌린다면, [Love Life]의 노래들은 어찌보면 크리스천들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을 구현해낸 것입니다.



재즈풍의 차분한 노래인 "Another Woman in Tears"는 다른 관점에서 이 '사랑의 이론'을 보강합니다.


"그녀는 당신의 시간(관심)이 필요해요.
그저 당신의 손길을 원하는게 아니에요.
... 그녀는 그저 옷을 입은 몸뚱이가 아닌, 또 다른 존재에요."


요란했던 사랑의 표현들에 비해 이율배반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 곡의 가사는 지치는 사랑 - 혹은 가정폭력 등, 연상될 수 있는 부부간, 이성간의 문제에 대한 반추를 하면서, 정신적인 사랑이 먼저 회복되어야 함을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앨범의 테마는 대부분 여기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수직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Personal Revolution", "In the Light", "When I Stand" 같은 곡들도 하나님의 구원을 표현하기 위해, 방황하는 개인사의 고백이라는 전제를 통해서 찬양으로 연결되고요. 결국 개인의 회복이라는 명제가 남녀간의 사랑과 회복의 내용으로 자연스레 연결이 됩니다.


이 다양한 테마들은 그 감정의 기복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하는 다양한 스타일들의 음악에 의해 말끔하게 포장됩니다. 락, 디스코, 재즈, 팝 등 온갖 스타일이 혼재 되지만, 노련한 연주와 이 모든 장르보다도 앞서있는 피콕과 백그라운드 보컬들의 뚜렷한 인상에 힘입어, 앨범의 흐름은 술렁술렁 잘도 넘어 갑니다.


특히 [Love Life]는 이 시기 즈음 피콕의 앨범에서 강한 지원으로 함께 해왔던 빅키 햄턴과 빈스 이보의 앙상블이 절정에 오른 앨범이기도 해요. 사실 [Love Life]는 이 세 사람이 함께 부른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보의 불미스런 죽음 전까지는 이런 행렬이 계속 되었죠.


"Forgiveness", "Another Woman in Tears", "There was Love", "When I Stand with You" 같은 발라드는 모두 피아노 싱글이 선두로 되는 선율에 큰 의지를 하고 있지만, 그 흐름이 다양한 멜로디와 분위기로 갈라지면서 각 트랙 하나하나가 완연하게 자기 색채를 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의 세곡은 재즈 분위기가 두드러져요. 아마 피콕의 초창기 앨범들중에서 재즈 분위기가 제일 두드러진 앨범으로 봐도 될거에요.


반면 빠른 분위기의 곡들은 다양합니다. 디씨 토크의 팬들이라면 아무래도 "In the Light" 의 카니발송같은 화려한 분위기에 관심이 쏠리겠지요. 매끈한 어쿠스틱 버젼으로 리메이크 된 dct의 노래와 비교하자면 나름대로 일장일단이 있어서 절대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브릿지가 되는 부분의 막나가는 화음 연결과 화려한 연주만큼은 오리지널 고유의 매력입니다.

그 외의 곡들도 락이나 디스코, 펑크 스타일을 발하며 앨범에 다양한 색채를 부여합니다. 역시 그 모든 스타일의 끝에서는 피콕, 이보, 햄턴의 보컬들이 결정적인 추진력을 달아주죠. 두 명이 흑인 보컬이고, 피콕조차 은연중 알앤비에 어울릴만한 보컬을 구사하지만 이 보컬들이 상충되는 장르 위에서 태연하게 화음을 맞추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전 앨범인 [The Secret of Time] 까지 이어져온 [West Coast Diaries] 시리즈의 변주와 리메이크의 연쇄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음악과 스타일로 도약을 시작한 앨범으로도 기억할만 합니다. 락 스타일의 반경 안에서 머물러왔던 피콕이 다양한 스타일들을 시작한거죠. 이후 피콕의 스타일은 자신의 앨범보다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만. (그런 이유에선지 다음 앨범인 [Everything That's on My Mind]는 무려 4년뒤인 95년에 발표되지요.)


과장되게 얘기하자면... 그만큼 90년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힛트 앨범들을 태동시킨 모체역할을 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가사의 센세이셔널함과 크리스천 음악계의 마이더스 프로듀서인 찰리 피콕 자신의 음악적 정립, 모든 측면에 있어서 하나의 기념비로 남을만한 앨범이에요.


(2001/11)


PS : 운좋게도 출반 당시즈음에 구할 수 있었던 앨범중 하납니다. 그 어릴때에 "Kiss Me Like a Woman" 의 가사를 더듬더듬 해석하면서 받았던 충격이 떠오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