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REVIEWS/음반 ALBUMS

카맨 Carman [Addicted to Jesus] (1991)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Keith Thomas, Dan Cleary, John & Dino Elefante, Joe Hogue, Brian Tankersley

(1991/Benson)





[Coming on Strong]이나 [The Champion]이 어느정도 정형화된 카맨의 스타일을 궤도에 올려놓은 앨범이라면, [Revival in the Land]나 [Addicted to Jesus]는 이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간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음반의 비디오타이즈 시도도 이 앨범들과 함께 보편화가 되었죠.

[Revival in the Land]의 어마어마한 성공이 카맨이라는 아티스트의 장기의 확실한 발휘에 그 바탕을 두었다면, [Addicted to Jesus]에서는 음악적인 스타일의 증폭을 전문분야(?) 동료가수들의 게스트 참가를 통해 이뤄냈습니다.


예, 물론 이전과 이후의 카맨의 앨범에서도 수많은 게스트 가수들이 참가해왔죠. 하지만 그들은 모두 참가에 비중을 두었을 뿐, 그들 고유의 음악적인 색채를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혹은 드러내었다 하더라도, 큰 느낌을 남길만한 스타일이 아니었죠. [Tha Champion]의 킴 보이스라던지, [The Standard]의 마가렛 벡커, [R.I.O.T]의 리키 스캑스같은 가수들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ddicted to Jesus]의 게스트들은 다릅니다. 일단 'Featuring'이라는 타이틀로 전면에 등장하는 페트라와 디씨 토크는 그들이 참가한 곡들의 줄기를 주름 잡으며, 그들 스타일의 전형에 나레이터로서의 카맨을 집어 넣습니다. "Our Turn Now"는 지극히 페트라다운 락이며, "Addicted to Jesus"는 (이 앨범이 만들어진 91년의 시점으로 보면) 지극히 디씨 토크다운 랩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존과 디노 엘레판테 형제의 프로듀싱이, 후자에서는 토비 맥키한의 질펀한 랩이 그 축을 이루고 있고요. 두 팀 모두 각각 [Unseen Power]와 [Nu Thang]을 통해 입지를 확고히 굳힌 상황이니 이런 임팩트는 훨씬 컸었죠.


전반적인 분위기의 뒤에 있어보이는 "1955"의 보컬팀 골드 시티와 "Come into This House" 에서의 커미션드와 시시 와이넌스 역시 훌륭합니다. 이들도 곡의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곡의 분위기 자체가 이들의 스타일에 맞물려 돌아가면서 그만큼 자기 역할을 해냅니다. 벌써 9곡중의 4곡이 게스트들과의 조우로 훌륭한 향연을 만들어내니 앨범이 자연히 푸짐해질 수 밖에요.



그런데도 아직 본론이 남아있죠. 비디오타이즈를 고려했던 첫번째 싱글인 "Satan, Bite the Dust!", 그리고 중간중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발라드, 키즈 프레이즈 송인 "Hunger for Holiness", "Jesus is the Way", 대미를 장식하는 드라마타이즈 송인 "The Third Heaven"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의 보물들입니다. 특히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Satan, Bite the Dust!"는 믹싱과 샘플링, 메시지와 드라마 모든 요소의 승리입니다.


이 곡의 내용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곡의 줄거리 ('곡의 줄거리'라...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니)를 소개하자면...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술집에 우리의 주인공 -보안관이 들어가 알콜중독의 악마, 질병의 악마, 거짓종교의 악마를 물리친 뒤, 마지막으로 사탄을 두 방의 총알-신앙과 보혈-로 물리친다는 내용이죠. 온갖 종류의 웨스턴 테마위에서 또랑또랑하게 읊어지는 카맨의 대사, 그리고 폭력적(!)인 사운드 이펙트를 듣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확확 풀릴 지경입니다. 당시에 곡자체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해서, 정작 기대했던 뮤직 비디오가 나왔을 때는 오히려 시큰둥해 보일 정도였죠.


와우! 이러니 앨범을 듣는 동안 잠시라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앨범의 트랙수나 트랙타임은 짧지만, 다양한 시도가 곳곳에서 밀도를 확확 채워주니까요. 늘 그렇듯이 카맨이라는 가수 자체의 음악적인 재능, 혹은 보컬의 역량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부분이 남지만, 단편적인 부분의 평가만을 고집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Addicted to Jesus]는 걸작의 반열에 올릴만합니다.


앨범이 간결한 것도 오히려 응집력이 있는 느낌으로 남습니다. 이후 스패로우 레이블로 이적한 카맨은 조심스럽게 그가 손댈 수 있는 장르들을 넓혀가지요. 이 때문에 앨범의 분량도 자연스레 길어지고요. 이후의 앨범들에 대해서 문어발식의 스타일 집약때문에 음악적인 중심이 흐트러진 앨범같다는 평도 듣곤 하지만, 카맨이 만드는 앨범들의 모토는 무엇보다도 '즐겁고 재미있는 앨범'입니다. 당연히 그 안에는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굳건한 사타니즘에 대한 타파, 신앙의 설파가 담겨있죠.


이 정도의 음반을 쉽게 만드는 사람들은 결코 없습니다. 카맨의 음악에서 진지함을 느끼기 힘들다면, 그건 분명 즐긴다는 것에 대해 생태적인 반감을 갖는 고지식한 사람이던가, 아니면 아직 카맨 음악의 진가를 못느낀 사람들일 겁니다. [Addicted to Jesus]는 이런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앨범이에요.


(2001/11)


PS: 이 앨범을 91년 당시에 발매한 벤슨은 지금 파산해서 사라진 상태죠. 하지만 이적후 앨범의 판권을 가진 스패로우가 계속 판본을 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터넷 판매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라이센스사에서 재수입을 기대해 볼만도 한데 말이에요. 하긴 수요가 있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