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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콰이어 The Choir [Wide-Eyed Wonder] (198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Steve Hindalong, Derald Daugherty, Mark Heard

(1989/Myrrh)






데리 도허티와 스티브 힌달롱이 마이클 사브레이와 함께 'Youth Choir'란 이름으로 활동한 85, 86년까지도 콰이어의 정식 활동 기간으로 포함시킨다면, 이 앨범 [Wide Eyes Wonder]가 나오는 89년까지 더 콰이어의 활동은 그야말로 기백이 넘치는 기간이었습니다.


Broken 레이블에서 시작한 그들의 행보는 90년 [Circle Slide] 까지의 5년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6장의 앨범들을 발표해 온 것입니다. 물론 'Youth Choir'일때의 두 번째 앨범 [Shades of Grey] 는 4곡짜리 EP였지만, 그래도 대단한 기량 아닌가요?


물론 힌달롱과 도허티가 그간 쌓아놓은 노작들을 풀어놓기 위한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까지가 정말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아무튼 [Wide Eyed Wonder] 는 이런 그들의 행보에 상업적인 향신료가 가미되어 매력적인 앨범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게다가 이 때의 팀 구성에는 여성 베이시스트 였던 로빈 스퍼가 있었기에 더더욱 세간의 주목을 끌었죠. 락 그룹에 속해있는 여성 멤버로 인해 밴드에게 눈길이 가는 것이, 다소 쇼비니스트 적인 행태임은 인정 할 수 밖에 없군요. 하지만, [Circle Slide] 까지 스퍼는 그 무렵의 콰이어의 스타일에 베이스 파트, 특히 백 보컬 부문에서 큰 자취를 남겼던 아티스트 였습니다. 스퍼의 어두워 보이는 개성적인 보컬은, 이 분야의 여성 보컬들 중 리키 미셀이나, 호이 폴로이의 제니 굴렌과 같은 위상에 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스퍼는 팀을 떠난 몇년 뒤, 다소 침체기에 있던 여성 락그룹 'Rachel Rachel' 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그 전에 팀이 해체되는 엽기적인 일이 일어났죠. -_-; )



[Wide Eyed Wonder]는 전작인 [Chase the Kangaroo] 보다 더 느긋하고 편한 분위기의 앨범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그러나, 가사들은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의사의 수술대에 누워서 체리 주빌레를 생각하던 중 의사가 'sun / son 이 영혼을 덮혀 줄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Robin had a Dream" 같은 곡은 정말 사람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듭니다. (물론 힌달롱은 이 곡이 스퍼의 꿈을 가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황당한 꿈 이야기를 그대로 가사로 실을 크리스찬 가수들이 얼마나 될까요?)


멤버들은 각 앨범의 부분에서 맡은 역할들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로빈 스퍼나 데리 도허티의 보컬은 언제나 제일 콰이어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댄 마이클스의 색소폰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러나, 마이클스의 색소폰 독주는 콰이어의 앨범 중에서 '기회를 틈타서' 보여지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 앨범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이는 "To Cover You" 같은 곡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한번 징하게 나오는 이런 패턴을 더 좋아하는 팬들도 분명히 있겠지요.


언더그라운드로 시작한 얼터너티브 분야의 아티스트들은 70년대 부터 한 뗏목을 탄 동지들 마냥 서로를 북돋워 왔는데, 이 점은 본 앨범을 봐도 완연히 드러납니다.


콰이어의 한 멤버로 참가했었다고 해도 반론의 여지가 없을 마크 허드 또한 이 앨범에서 변방으로 뜁니다. "When She sees me" 같이 외치는 톤이 완연한 곡은 너무나도 허드의 곡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물론 이에는 허드의 백보컬 참가도 가세하고 있죠.


그 외에는 "Spin You Around" 에서의 진 유진과 리키 미셀 부부의 참가, 그리고 "Car. etc" 에서 팀 챈들러를 비롯한 온 가족들의 콰이어 참가가 두드러 집니다. [Wide Eyed Wonder]는 마치 콰이어 패밀리가 모인 프로젝트 앨범같은 느낌입니다.



[Wide Eyed Wonder] 는 콰이어의 80년대의 앨범들 중 편한 느낌으로 들을 만한 싱글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당시 꽤나 인기를 끌었던 힛트 싱글 "Someone to Hold on to" (심지어 이 곡은 콰이어의 노래중 뮤비로 만들어진 많지 않은 노래중 하나입니다!) "Happy Fool", 타이틀 곡인 "Wide Eyed Wonder" 등은 리드미컬하게 앨범의 기복을 잡아 갑니다.


"Car.etc"로 시작되는 후반부 부터는 앨범이 다소 늘어지는 분위기가 되는데, 그 절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지 해리슨 (물론 비틀즈의)가 1970년에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불렀던 "Behind That Locked Door"의 리메이크 입니다. 비틀즈가 큰 자취를 남기고 간 미국의 세대 들에게는, 감회를 조성하는 곡일지도 모르겠지만 문화적 차이가 있는 느낌으로는 여전히 루즈된 분위기에 일조만 할 뿐입니다. (이 곡의 메시지는...조지 해리슨이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 곧잘 부른 "외로운 이여. 기운을 내요"의 전형적인 루틴입니다.)

끝을 장식하는 이별의 노래 "to Bid Farewell" 은 차분한 분위기나 메시지로도 앨범의 끝을 맺기에 적당한 노래입니다. 마지막 보너스 트랙인 "Car.cont" 는 댄 마이클스가 너무 앨범에서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는 곡이고요.


이 앨범의 후속작인 [Circle Slide] (1990) 이후, 더 콰이어는 후진 양성에 온갖 열과성을 쏟아 붓느라 자신들의 앨범을 만들어 내는 텀이 거의 2,3년으로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하기야 이들과 세대를 같이한 벡터나 77's 도 같은 운명이 되어버렸지요.


96년 [Free Flying Soul], 97년의 라이브 [Let it Fly] 이후로는 서브라임 레코드 설립이라던지, 힌달롱의 솔로 앨범 등의 소식만 들립니다. 힌달롱의 솔로 앨범도 나름대로는 반가운 소식이긴 하죠. 하지만 더 콰이어의 새 앨범은 정말 보기 힘든 걸까요?


다작이면 다작이 주는 풍성함을, 과작이면 과작이 갖는 완성도를 보여온 그들인데 말이죠.


(199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