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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마이클 W 스미스 Michael W. Smith [Christmas] (1989)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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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Michael W. Smith & Ronn Huff








마이클 W 스미스의 [Christmas]는 시즌 앨범의 완성도가 정규 앨범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예입니다. 락적인 스타일이 물에 오른 [i2(eye)] 와 [Go West Young Man] 의 사이에 출반된 앨범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앨범의 모든 곡들은 기가막힐 정도로 오케스트레이션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그 중간중간에 배치된 다양한 곡들은 앨범이 참으로 짧게 느껴지게 합니다.


물론 그 축은 내쉬빌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이를 이끈 론허프였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스미스 음반의 특성과 성향을 구축하는 프로듀서직을 맡은 론 허프는 이 앨범의 큰 수장으로 활약했습니다. 앨범자체는 길지 않지만 론 허프와 오케스트레이션이 이끄는 클래식한 분위기는 트랙이 풍성하게끔 느껴지는 착시 현상을 일으킵니다.



이 앨범을 언급할때 새로운 곡들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Christmas]는 캐럴앨범치고는 유별나게 거의 모든 트랙이 신곡으로 채워진 앨범이거든요. 고전캐럴의 리메이크가 있다해도 한개의 트랙을 차지한다기 보다는 트랙의 일부분만을 차지하는 간주 내지는 후렴정도의 역할밖에 갖고 있지를 않기에, 신곡들이 갖고 있는 무게는 이 앨범에서 절대적입니다.


게스트 라이터들의 가사에 신곡을 붙이는 스미스 앨범 구성의 정형성을 따르고 있긴하지만, 시즌 앨범이어서 그런지 웬지 그 게스트들마저도 특별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하기야 글로리아 게이서라던지 오랜만에 등장한 스미스의 부인 데보라는 진짜 특별한 참가이긴하죠. 그외에는 비벌리 다넬이라던지, 에이미 그랜트, 웨인 커크패트릭같은 오랜 친구들이 등장하고요.



하지만 역시 곡의 특출함은 스미스의 작곡에서 더 빛을 발합니다. "Lux Venit", "All is Well", "No Eye Had Seen"같은 곡들 모두 이 앨범을 위해서 새로이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대를 이어져 내려온 고전캐럴같은 분위기를 냅니다. 편곡이나 세션의 백업으로 인한 분위기가 아닌, 곡 자체의 분위기 말이지요. 그만큼 작곡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스미스의 음악적 대역폭이 넓다는 증거도 될 수 있겠군요. 물론 우리는 이후 [Worship] 이나 [Freedom] 같은 앨범에서 이를 다시 확인하게 되죠.


이런 고풍스런 분위기는 앨범의 후반부까지 이어집니다. 'Memoirs' 트릴로지에 이어 갑작스레 시작되는 "Gloria" 정도에 이르러서야 모던 인스트루멘탈이 동원된 팝 분위기가 나거든요. 게다가 이곡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런 분위기를 마무리하고요. 그럼에도 이 앨범 전반에는 세미 클래식에 준하는 현대적인 감각이 계속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아마 첫번째 이유는 간간히 등장하는 피아노 솔로때문일 겁니다. 보컬이 리드하는 트랙들의 고전적인 분위기에 비해 피아노 연주들은 뉴에이지에 준하는 현대적인 음율을 갖고 있거든요. 완전한 연주트랙인 "First Snowfall" 과 "Silent Night" 가 이에 해당되지만, 이외에도 "Anthem for Christmas", 'Memoirs' 트릴로지의 첫번째인 "The Voice" 의 앞부분도 거의 연주트랙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기에, 앨범중에서 피아노 솔로가 차지하는 부분들이 꽤 됩니다.


아마 그의 앨범 - 심지어는 연주앨범이었던 [Freedom]까지 치더라도 - 중에서 가장 피아노 솔로 연주가 많은 앨범일거에요. 이런 점은 성탄의 특수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스미스의 앨범에서 큰 차별화가 되기때문에 앨범의 밀도를 더욱 높혀줍니다.


두번째 이유는 클라이맥스 역할을 하는 "Gloria"가 차지하는 무게중심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Memoirs' 트릴로지가 대비적으로 전주의 역할을 하고 있고, 유달리 튀는 비트와 후반부에 가세하는 장중한 코러스, 오케스트레이션의 힘으로 마치 앨범 전체가 이 곡을 위해 달려온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하거든요.



연주곡이 많고, 장중한 편곡에 바탕을 둔 관계로 스미스 이외의 게스트나 콰이어 보컬들을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우선은 "No Eye Had Seen" 에서 스미스와의 멋진 앙상블을 보여주는 에이미 그랜트를 들 수 있죠. 오랜만의 해후이지만, 여전히 빛을 발합니다.

또, [Go West Young Man]의 수록곡인 "Aguns Dei"에서도 함께 했던 아메리칸 보이 콰이어와 솔리스트 네던 웨들리도 "All is Well"이라는 곡 하나를 맡으면서 아름다운 화음을 보여줍니다. 메인 콰이어들은 앨범 전체를 스미스와 함께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명작에 대한 편애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스미스 디스코그래피상의 비교로든, 여느 다른 성탄 앨범, 모던 클래식, 연주 앨범 등등등... 그 어느 선상의 비교로 본다 하더라도 [Christmas]는 기억해 둘만한 작품입니다.


스미스는 이 앨범 출반이후 근 10년만인 지난 98년 [Christmastime] 이라는 제목의 두번째 캐럴 앨범을 발표했죠. 그 앨범 자체도 풍성한 들을거리를 들려주는 앨범이긴 하지만, 적잖은 골수팬들은 아직도 89년의 [Christmas]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는 편이에요. 후광효과가 큰 편이라고 할 수 있죠. 걸작의 특권이라고나 할까요


(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