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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숀 맥도날드 Shawn McDonald [Ripen] (200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Christopher Stevens & Will Hunt

(2006/Sparrow)





숀 맥도날드는 첫 앨범 [Simply Nothing]에 수록된 곡들을 무려 5년여에 걸쳐서 작곡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약간 불안했던 것이... 첫 앨범의 제작기간이 길었던 아티스트들이 두번째 앨범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기간과 부담의 문제가 모두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맥도날드의 두번째 앨범 [Ripen]은 2년만의 앨범이지만, 수록곡 중 일부는 지난해 발표된 라이브 앨범에서 이미 소개 되었죠. 적절한 기간 뒤에 발표된 셈입니다.


하지만 [Ripen]의 음악적인 느낌은 [Simply Nothing]과 많이 다릅니다. 첫 앨범의 "Take My Hand"처럼 리드미컬하게 흐르는 곡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에요. [Ripen]에 수록된 곡들은 대부분 첫 앨범의 "Hold on"이나 "All I Need"에 더 가깝습니다. 느릿느릿하지만 나름대로 곡안에서 리듬이 살아 있는 그런 곡이요.


물론 "Hold on"이나 "All I Need"도 멋진 노래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주 트랙을 제외하고도 12곡이나 들어있는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런 곡들만으로 채워진 것은,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는 앨범이라 생각해도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Ripen]은 매력있는 음반입니다. 우리가 [Simply Nothing]에서 받은 인상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차분한 어쿠스틱의 흐름에서 소소한 변주들과 함께 이어지는 곡의 흐름은 반복해서 듣다보면 점차로 끌어당기는 맛이 있습니다.


그 이끌림으로 음악을 감상하다 보면 이번 앨범을 오히려 전작보다 더 좋아할 팬들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도 들 정도에요. "Gravity"나 "Take My Hand" 같은 힛트 싱글감이 될만한 노래는 부족하다 해도 말이죠.


[Ripen]은 -굳이 말을 갖다 붙이자면- '반복의 미학'을 들려주는 앨범입니다. "I Want to be Ready", "Reason", "I am Nothing", "The Rider on the White Horse" 같은 곡에서 두드러지는 이런 느낌은 배경이 되는 연주의 단조로운 반복, 혹은 후렴부에서 반복되는 가사로 만들어집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Ripen]의 느낌 - 단조롭지만 듣다보면 끌리는 느낌의 핵심은 아마 이런 곡들에서 크게 어필합니다.


특히 후렴 가사의 반복은 말그대로 되뇌인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 세 곡의 후렴 가사를 볼까요. "나는 준비되길 원해.. 나는 준비 되길 원해...", "나는 언젠가 왕의 모습을 바라볼꺼야.. 나는 언젠가 왕의 모습을 바라볼꺼야...",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세요... 나에게 숨쉴 이유를 주세요..." 이런 되뇌임들은 뚜렷한 색채의 보컬들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호소력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즉흥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숀 맥도날드라는 사람이 그대로 말하는 듯한 느낌의 노래가 되죠.


그래서 그런지 초반부에 대부분의 가사들은 맥도날드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천상에 대한 소망, 자유에 대한 갈망, 구원에 대한 울부짖음... 물론 이런 테마들은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맥도날드 자신의 과거와도 연결되죠.


중간의 "Confess"쯤 부터 그 가사는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이야기로 연결 됩니다. "Confess"같은 곡은 아무래도 2005년에 웨딩마치를 올린 자신의 부인(베서니 딜런의 언니와 결혼했죠)을 향한 노래 같아 보이고요. "Take Hold"나 "Perfectly Done"은 어두웠던 시절의 자신을 투영시킨 다른 이를 향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죠.


후반부의 클라이막스 격인 "A Little More"에서는 그 의미가 좀 더 확장됩니다. 길에서 만난 걸인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가사는 역시 수평적인 관계의 테마를 이야기 하는 듯 하지만, '내 안에 예수가 계시지 않기에 주머니가 가득 차있어도 당신에게 줄 것이 없다'라는 고백은, 나눔에 인색한 교회를 향한 완곡한 비판의 내용입니다. 약간은 흥겨운 비트의 어쿠스틱은 이런 풍자의 느낌에 힘을 실고 있고요.



맥도날드가 [Ripen]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첫 앨범이 더듬더듬 처녀지에 발을 내딛은 신인 아티스트의 출사표였다면, 이 두번째 앨범은 개인사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약대가 되었어요.


그 확장 만큼이나 음악의 고저가 다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Ripen]의 기저에 깔려있는 은근한 매력을 느끼고 있노라면, 이런 아쉬움을 꼭 고집하고만 싶지도 않아져요.


(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