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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스테이시 오리코 Stacie Orrico [Beautiful Awakening] (200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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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by
Dwayne Bastiany, Kay Gee, Terence Abney, Dallas Austin, Novel, Kevin Briggs, Tredsettas, Anthony Dent, Track & Field (2006/EMI/Virgin)




스테이시 오리코의 첫 음반 [Genuine]을 처음 들었을때 얼핏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의외로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는 거였어요.


물론 오리코의 음악적 베이스는 R&B와 팝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장르'였죠. 하지만 10대의 목소리에서 바이브레이션의 뒤안으로 질질 끄는 느낌의 그 보컬은 스테이시 오리코가 정말 수많은 어덜트 팝을 들으며 자라났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었습니다. 하긴 알앤비 역시 어덜트 컨템퍼러리와 연결이 되어 있지만요.


그때부터 생각나는 아티스트들의 이름은 아레사 프랭클린이나 크리스탈 루이스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재키 벨라스퀘즈나 레베카 세인트 제임스가 아니라요. 2004년의 라이브 (서울/도쿄 DVD)에서 엘라 핏제럴드의 노래를 불렀을때 웬지 오리코 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였을 겁니다.


이런 점을 감지한 팬들이라면 [Beautiful Awakening]은 반가운 앨범이 될 겁니다. 이 앨범은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느릿한 재즈, 블루스, 알앤비, 라운지 스타일의 음악들로 일관합니다.


물론 10대 아이돌 스타이니 대부분의 곡들이 컨템퍼러리한 중용점을 찾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Beautiful Awakening]은 팝과는 다른 장르에 발을 담그고 있는 앨범입니다. 발매전 싱글이었던 "I'm Not Missing You"는 많이들 들어보셨겠죠? 이 곡이 그나마 앨범에서 제일 팝의 뉘앙스가 많은 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도는 좋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잘 와닿고요. 저는 첫 곡인 "So Simple"과 "I'm Not Missing You"가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오리코의 보컬도 자연스럽거니와 탄탄해진 프로듀싱과 세션은 요란하지 않은 수준으로 멋진 앙상블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독특한 시도가 양념처럼 앨범의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면이 전체를 차지하다보니, 앨범이 지루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스테이시 오리코라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 앨범들에서 팬들의 호응을 얻었던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자신의 장기로 삼고 일부는 축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었을 터인데 [Beautiful Awakening]은 이런 미련을 너무 싹 버린 앨범입니다.


요소요소는 좋습니다. 보컬은 곡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아까 처음 두곡에서 느꼈던 프로듀싱이나 세션들의 조력도 앨범 종반까지 잘 이어갑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완연하게 자기것으로 만들만큼, 오리코가 원숙한 아티스트는 아닙니다. 앨범의 노래들은 올디한 분위기가 나지만 오리코의 목소리는 (잘 부르는 것과는 별개로) 너무 어리게 들리거든요. 이제 갓 스물이잖습니까. 차라리 20대 중반이나 30대때 시도를 해봤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긴가요.)


결국 문제는 어색함입니다. 그래도 일면 장점도 있어요. 만듦새 자체는 좋은 노래들이기 때문에 음반을 듣다보면 그 음악들이 점차로 친근해지거든요. 어쩌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Beautiful Awakening]의 가사는 전작들에 비해 복음적인 내용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Save Me" 같은 곡을 구원에 대한 이야기로 대입시킬 수 도 있겠지만 좀 억지스러워요. 차라리 타이틀 곡인 "Beautiful Awakening"이 더 그런 부분에 가깝죠.


하지만 다른 면의 가치가 담긴 가사들이기도 합니다. 오리코 자신의 송라이팅 참여가 늘어서 그런지 자기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가 늘었거든요. "So Simple", "I Can't Give Up"같은 노래는 오리코의 자전적인 노래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이힐이나 예쁜 옷으로 치장한 것이 좋아보이는 것만은 아네요...') 아무래도 쇼비즈에 대해 회의감이 들어 잠시 잠적했었던 몇 년간의 경험이 반영된 거겠죠.


미혼모의 아픔을 담은 곡인 "Babygirl"도 인상적입니다. 에미 그랜트의 "Ask Me"를 보는듯 해요. 그러고보니 본격적인 크로스오버의 교두보에서 다양하고 자전적인 테마를 가사에 담았다는 점에서 그랜트의 [Heart in Motion]과도 닮아있군요.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과도기 적인 앨범'이란 말이 제일 좋겠군요. 완급한 장르 시도를 했지만 그 장르에 대한 오리코의 애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음반입니다. 그런것 조차 없었다면 정말 앨범이 방향을 잃고 좌초했을 진대, 이 앨범은 적어도 듣다보면 생기는 맛깔스러움이 있거든요. 이것은 분명 중요한 차이입니다.


단언할 수 없지만 앨범에 대한 반응이 썩 좋을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재평가 받을 여지도 충분히 생길거 같아요. 그냥 어색함만으로 맺기에는 소소한 매력들이 계속 비춰지거든요.

(20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