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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VIEWS/음반 ALBUMS

플럼 Plumb [Chaotic Resolve] (2006)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produced by
Matt Bronlewee

(2006/Curb)





꽤나 오랜기간 -내년이면 활동 10주년이 됩니다-동안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럼의 정규 음반이 4장밖에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침체기'라 불렸던 99년 이후 4년간의 공백 이후에 나왔던 세번째 앨범 [Beautiful Lumps of Coal]은 그다지 큰 임팩트가 있는 앨범은 아니었습니다. "Sink'n Swim"이 싱글 차트에서 선전하긴 했지만, 플럼 특유의 어두운 느낌이 잘 드러나지가 못했죠. 새롭게 만난 레이블인 커브의 컨트리틱한 분위기를 흡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네번째 앨범이 나오기 까지도 3년이나 걸렸습니다. 불안할 만했죠.


하지만 세번째 앨범과 네번째 앨범 사이에 있던 3년 공백은 침체의 시기는 아니었던듯 해요. 레이블과의 관계도 안정되었고, 그러는 동안 출산이라는 큰 대사도 있었고요. 그리고 햇수로 3년이지, 실상은 한 2년 정도의 기간이었고요. 결국 음악 활동에 대한 회의까지 오가는 난관이 있다고 했던 지난번의 공백기에 비해, 이번은 그야말로 '재정비'의 기간이라 불릴만 했습니다.


앨범으로 잘 증명됩니다. [Chaotic Resolve]에서 티파니 아버클은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플럼은 이제 티파니 아버클의 원맨밴드로 일컫어 지고 있습니다. 아버클의 예명이 'Plumb'이 된 셈이죠.) 그동안 자신이 보여왔던 음악 스타일을 그대로 거뒀다가 다시 차곡차곡 펼치고 있습니다. 고스 분위기의 락 스타일, 고풍스런 펑크, 차분하면서도 장중하고 건조한 발라드... 듣는 재미만으로 앨범 하나가 커버되는 좋은 음반들의 리스트를 짠다면 [Chaotic Resolve]는 그 대열에 충분히 들만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플럼의 앨범들 가운데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곡들이 있다면 이와 비슷한 느낌의 곡들을 [Chaotic Resolve]에서 하나하나 찝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상큼하게 터지는 듯한 팝 분위기의 "Blush (Only for You)"와 "Real Life Fairytale", 어두운 분위기의 "I Can't Do This"와 "Better", 80년대의 일렉트로니카 분위기가 물씬한 "Manic"... 이런 곡들이 어우러진 초반부만 듣는다 해도 그 구성은 잘 다가옵니다.


후반부까지도 뒷심을 잃지 않습니다. 제일 강한 분위기의 "Good Behavior"나 디스코 분위기가 가는 펑크 "Motion" 등은 오히려 앨범의 리듬을 살려주는 곡들입니다. 차분한 "Jekyll & Hyde"와 미드템포의 "Sleep"도 좋은 클로징이고요.


아무래도 일등 공신은 처음 두 장의 앨범 프로듀서를 맡았던 매트 브론리위의 컴백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론리위만큼 플럼의 음악을 관통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죠. 그는 단순히 스타일의 다양화를 보여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다양화를 아벅클의 보컬에 잘 맞추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플럼의 음악에서 기대하는 것은 이것 뿐만은 아니죠. 화자의 시야가 암울하게 어두워지는 가사 역시 [Chaotic Resolve]에서 잘 살아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Blush"나 "Real Life Fairytale" 처럼 예쁘기까지한 러브스토리도 있지만, "Cut", "Better" 처럼 뭔가 크게 결실된 불완전함과 불안함의 심상이 가득한 가사들도 있습니다.


아버클의 나직한 외침이 뚜렷한 보컬들은 그 해답의 지점에서도 호소력이 있습니다. 우리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손을 뻗는 "Good Behavior"와 "I Can't Do This"같은 곡에서 이는 잘 드러납니다.



[Chaotic Resolve]를 단순히 예전 스타일의 복귀작이라고만 평하기는 조금 아쉽습니다. 듣다보면 느껴지는 매력이 앞으로도 더욱 발산될 것 같은 앨범이거든요.

하지만 활동 10주년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이런 안정권으로 돌아온 인상을 준것만 해도 어디에요 적어도 크리스천 음악 필드가 아직 플럼이라는 좋은 그룹을 잃지 않았다는 확신을 준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큰 가치가 있습니다.


(20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