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ed by
Scotty Wilbanks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관통해온 락 팬들은 하드락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분명 존재합니다. '날 것'의 그 느낌이 잘 살아있는 락음악 말이죠. CCM 뿐만이겠어요. 팝 음악계에선 이런 향수가 더합니다.
90년대 초/중반에 가디언이나 페트라같은 팀이 음악적인 방향선회를 했을때 팬들도 아마 그런 맥락에서 섭섭함을 느꼈을 겁니다. 그즈음에 얼터너티브로 통칭되는 모던락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곧 대세가 되었으니까요.
이런 붐이 일어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모던락은 여전히 대세고요. 하지만 잊을만하면 마일드한 락 스타일을 들려주는 신인들이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디셈버라디오도 그런 팀입니다. 하드락 사운드의 본질에 충실한 팀이죠. 요즘에 이런 시도를 한 그룹들 대부분은 아예 샤우팅 사운드로 가는 하드코어나 랩메탈로 절충을 하는 것에 비해 디셈버라디오의 곡들은... 과장되게 말하자면 시대착오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드락 스타일 본연에 충실합니다. 이들은 명실공히 스트라이퍼나 가디언, 에어로 스미스 같은 밴드들의 후예입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꼭 발군의 완성도로 드러났다고만 보기는 힘들군요. 2006년 한 해 동안 큰 화제를 모았던 배경에 비해 [DecembeRadio]의 레퍼토리들은 뭔가 좀 허한 느낌이 듭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세션들의 연주는 훌륭합니다. 기타와 드럼라인은 자신들이 어떤 패턴으로 노래에 맞는 최적의 연주를 할 수 있는지 잘 파악하는 훌륭한 연주자들입니다. 조쉬 리디의 메인보컬도 아주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락음악에 적절한 파워와 깊이를 발하고 있고요.
아쉬운 점은 단 하나입니다. 곡들이 너무 약해요. 곡을 둘러싸는 다른 요소들이 너무나 전면으로 드러납니다.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기에 이런 현상이 나쁜것은 아니지만, 귀에 딱 들러붙는 임팩트가 있는 싱글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죠.
이런 발란스가 안맞다보니 일갈 표현하자면 그냥 기술적으로 뛰어난 팀이라는 인상 이상은 크게 안 와닿습니다. 애피타이저는 화려한데 정작 맛볼 성찬이 부족한 식사 같아요. 이들이 다른 밴드들의 카피 연주로 주목을 받았던 것도 그 이유가 될까요? 아무튼 앨범은 참 깔끔한데 뒷심이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이 주목을 받은 이유도 쉽게 유추가 가능합니다. "Drifter"가 꽤 괜찮은 싱글이었기 때문이죠. 멜로디라인도 꽤나 친근함을 주지만, 최근에 쉽게 듣기 힘들었던 정통의 느낌을 담고 있는 락발라드이기도 한 이 곡은 분명 괜찮은 작품입니다. 사실 이 곡이 도브상 올해의 노래에 오를 정도의 노래인지는 다소 의구심이 갑니다만, 그래도 노래 자체는 훌륭합니다. [DecembeRadio]라는 앨범 전반에서 디셈버라디오의 개성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수록곡중 하나인 "Drifter"는 디셈버라디오의 트레이드 마크로 각인시켜도 될만큼 그 느낌이 진한 곡입니다.
다른 곡들의 가사도 액면 그대로 직설적입니다. 죄에 대한 이야기, 탐욕에 대한 경고, 믿음의 싸움... 제목만 봐도 느껴지는 느낌이 가사에도 그대로 담겼습니다. 이런 이유로 속지에 가사를 수록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듣다가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야' 하면서 황급히 공식 홈페이지를 뒤지게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디셈버라디오는 그 등장 자체에 상징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있는 팀입니다. 여러모로 빌딩429를 연상시켜요.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분명 신선한 등장이죠.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꽤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겁니다. 여지없이 소포모어 컴플렉스에 빠진 빌딩429의 전례를 생각해보면 말이죠.
(2007/04)